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 “민주당, 상대가 잘못되기만을 목표로 해선 안 돼…정부·여당에 협조할 것 해야”
인터뷰=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 “경기도를 확 바꿔 대한민국을 바꾸겠다”“1기·노후 신도시 재건축·재개발, 바로 추진”
“경제 위기…정쟁으로 끌고 가면 악화시킬 뿐”
“차기 대선? 경기도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생각뿐”
“이재명 의원이 대선 경쟁자? 아무 관심 없다”
“다수 당이라고 전횡한다면 국민 외면 받을 것”
6·1 지방선거 후 정치적 위상이 가장 크게 달라진 인물은 누가 뭐래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다. 그는 명실상부한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0.15%포인트 차이의 신승(辛勝)이 그의 정치적 운명을 가른 셈이다. 그의 승리는 참패 당한 민주당에 그나마 한 줄기 빛을 던져 줬다. 당내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의원이 인천 계양을 보궐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선거 참패 책임론에 휘말려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김 당선인은 대선에 관한 질문에 “지금 전혀 생각이 없다”며 “내 머릿속엔 오로지 경기 도정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럼에도 “경기도를 확 바꿔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포부는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6월 18일 한 벤처 포럼 간담회 참석 차 충남 천안을 방문한 김 당선인을 만나 경기도의 비전과 발전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당초 별 관심 없다고 한 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뭡니까.
“부총리를 그만두고 전남 여수 어촌 마을에 갔는데 주민이 ‘예전엔 나라가 국민 걱정을 했는데 요즘은 국민이 나라 걱정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경제·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치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아닌 이재명 의원과 연대한 이유는 뭔가요.
“당초 대선은 완주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양당 체제가 강해지면서 굉장히 힘들게 됐죠. 현실적으로 지지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인 권력 구조 개편 등 정치 개혁 방안에 대해 이 의원이 어떤 조건도 달지 않고 동의했습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내가 제시한 가치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같이 한번 합시다’라면서 (대선 뒤) 내가 맡을 역할까지 제시했지만 거절했습니다.”
그 역할이라는 게 총리였습니까.
“그건 말하기 곤란합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냈는데 부동산과 세제 등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어떤 평가를 합니까.
“내가 1년 6개월 부총리를 할 때는 성장률 3% 이상 복원했어요. 1인당 국민소득도 3만 달러를 넘겼죠. 다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부동산 대책을 두고 청와대와 이견이 컸습니다. 당시 내가 주장했던 것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부동산은 공급을 확대하고 규제는 시장의 수용성을 보면서 하자고 했는데 수용되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추자는 게 받아들여졌으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거예요.”(이와 관련, 김 당선인은 지난해 기자와 만나 “정권 초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반대하면서 대통령 앞에서 1 대 이십 몇으로 싸웠다. 양도세를 낮추고 2년 뒤 중과하자고 제안했더니 청와대에서 인하는 반대, 2년 뒤 중과는 찬성으로 결론내더라. 화가 나서 청와대 참모들에게 거의 쌍소리를 하고 ‘이대로 가면 내가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장 후보로도 거론됐었는데 경기지사에 출마한 이유가 뭐죠.
“경기도와의 인연이 많아요. 열다섯 살 때 경기도 광주군 단대리로 강제 이주해 천막촌 생활을 했습니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구 1400만 명으로 가장 큰 광역 단체고 바다와 두 개의 광역시와 접경을 이루고 있으며 첨단·전통 기업이 골고루 있습니다. 경기도를 바꿔 대한민국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본소득을 비롯한 이재명 의원의 경기지사 시절 논란이 많았던 정책은 어떻게 할 겁니까.
“청년 전략이나 농민 정책, 지역 화폐 등 생활 밀착형 정책은 더 보완하고 발전시킬 겁니다. 하지만 혁신 성장 등 김동연 색깔은 분명히 낼 겁니다.”
경기도 의회가 여야 78 대 78로 동수이고 기초단체장은 국민의힘이 훨씬 많은 상황에서 협치를 강조하고 있는데 어떤 복안이 있죠.
“도민들이 78 대 78 구도로 만들어 주신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도민들 삶을 위해 여야가 어디 있습니까. 이념 논쟁을 할 때가 아니죠. 국민의힘 경기도당을 방문해 인수위 참여 요청을 했고 받아들여졌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설득할 겁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재개발 추진 공약을 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습니까.
“국회에 특별법이 제출돼 있습니다. 이른 시간 내에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1기 신도시만 그럴 게 아니라 노후 신도시도 바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지금 세계 경제가 대긴축으로 가고 있습니다. 금리를 올릴 필요성이 크지만 가계 부채 걱정도 안 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에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습니까.
“2008년 국제 금융 위기 때 실무 책임을 진 경험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신자유주의보다 강화된 신자유주의를 하고 있죠. ‘MB(이명박 정부) 2기’라는 말도 들리는데 그런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시장과 민간 강조는 맞는 말이에요. 다만 경제의 어려움은 누구나 예상하고 있는 겁니다.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계층이 취약 계층이거든요. 양극화 문제 해소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될 거예요. 금융 취약계층·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 등이 받는 충격이 굉장히 클 겁니다. 중산층 붕괴도 올 수 있어요. 하지만 정치권이 이 문제를 정쟁으로 끌고 가서는 더 악화시킬 겁니다. 저쪽이 잘못되길 바라고 상대방을 비판하고 손가락질할 때가 아니에요.”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보유세 인하에 대해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봅니까.
“종부세는 나눠볼 필요가 있어요. 1가구 1주택엔 대폭 인하가 필요합니다. 다만 다주택자의 종부세까지 낮추는 것은 반대합니다. 법인세 인하 문제는 타이밍이 맞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초과 세수를 전제로 하는데 보통 세수는 상반기가 지나야 정확하게 추계할 수 있거든요. 법인세 인하가 세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재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세 부담을 덜어줘 기업들이 경제 활동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 하나만으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나도 경제부총리를 맡은 첫해에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로 올릴 때 반대했어요. 법인세 인상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세제 개편은 1년 정도 조세 전체 방향을 전면 검토하고 제반 사항을 고려한 다음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여당에서 법인 세율을 올렸어요. 그때 해당 기업이 70여 개밖에 안 됐습니다. 난 올린 이유를 못 찾았어요. 지금은 윤석열 정부도 방향은 다르지만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는 거예요. 세제에 대해선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
최근 대선 여론 조사에서 의미 있는 지지율이 나오고 있습니다. 차기 대선에 나가는 거죠.
“지금 전혀 생각이 없어요. 경기 도정과 경기도민을 위한 일에만 역량을 다 쏟아부어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지금은 저를 선택해 주신 경기도를 위해 제 모든 걸 바칠 생각뿐입니다.”
이재명 의원과 나중에 경쟁자로 만나는 것 아닙니까.
“관심 없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그건 모범 답변이고 진짜로는 아니라고 얘기하는데 내가 그랬어요. 아주대 총장 할 때 학생들한테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마라. 정답은 없다. 네 답을 찾아라’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게 내 답이에요.”
민주당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連敗)한 원인은 뭐라고 봅니까.
“성찰이 부족했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과 변화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어느 순간부터 민주당의 일부도 자기들도 의식하지 못하고 기득권화됐어요. 그러면서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인 포용적 혁신 국가, 중산층과 서민층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자는 가치에서 멀어졌어요. 앞으로 뼈를 깎는 환골탈태를 해야 합니다. 큰 방향은 기득권 내려놓기죠.”
기득권은 어떤 것을 의미하죠.
“정치 개혁이에요. 예를 들면 국회의원 국민 소환제 도입, 면책 특권 폐지 등 국회의원 특권을 포함해 정치권이 갖고 있는 기득권 내려놓기를 민주당이 먼저 하자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정부 여당과의 관계에서도 상대가 잘못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을 목표로 해선 안 됩니다. 협조할 건 하고 규제 개혁도 앞장서야 합니다. 이 비상 상황에서 여·야·정이 협치해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어요. 기득권을 붙잡고 놓지 않으려고 하고 다수당이라고 해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전횡을 한다든지 또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죠. 이게 민주당이 사는 길이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길이고 대한민국 정치판을 바꾸는 길입니다.”
민주당 내에선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출마가 지방선거의 패인 중 하나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지금은 네 잘못, 내 잘못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모습을 바깥으로 표출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아요.”
홍영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및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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