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별 MZ전담 부서]
자유로운 사고로 새 고객 창출하는 역할
우리은행 현대백화점 KT GS리테일 롯데홈쇼핑 케이스 스터디
KT가 지난해 수제 맥주를 출시했다. 통신사에서 만든 맥주는 편의점 출시 후 불티나게 팔렸다. 우리은행에서는 최초로 사원급 팀장이 탄생했다. 통상 부부장이나 부장이 팀장 직급을 다는 우리은행에서 사원이 팀장을 맡은 것은 123년 만에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에는 ‘임원이 모르는 브랜드’만 입점시키는 팀이 있다. 2030으로 이뤄진 이 팀을 통해 2만 명의 고객이 새로 유입됐다.
회사는 달라도 이들의 목표와 역할은 같다. 기존 기업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새로운 고객층을 창출해야 한다. 기업별 MZ 전담 조직에 내려진 특명이다. 진부한 마케팅과 혁신의 부재로 새로운 세대에게 낡은 기업으로 남는 것은 기업에 예측할 수 있는 위기다. 예측은 쉬워도 해결은 어렵다. 기업들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끌어오기 위해 MZ를 앞세우는 전략을 택했다. 이들이 젊은 감각을 수혈하고 새로운 세대의 문법에 맞게 소통할 수 있게 회사는 ‘자율성’을 부여했다. MZ답게 생각하고 MZ답게 일하라고 내버려 두는 대신 회사는 이들의 실패를 용인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MZ세대 답지 않게 일과 삶의 경계가 없었다. 자기 관심사가 곧 고객인 MZ세대의 관심사기 때문이다. MZ 발길 잡아라…‘앵커 조직’ 된 MZ 전담 부서 ①우리은행 MZ마케팅팀
▶은행 떠난 MZ, MZ가 데리고 와라 “그래서 젊은 애들이 원하는 게 뭔데.” 시작은 은행답게 수직적이었다. “MZ 고객 모셔오라”는 윗사람들의 명령으로 올해 초 우리은행에 MZ 전담 마케팅 조직이 꾸려졌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MZ 특화 플랫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
그렇게 1993년생부터 1990년생까지 행원 3명이 모였다. 우리은행 123년 역사상 최초로 ‘사원급 팀장’이 탄생한 배경이다. 막상 MZ를 모아 놓으니 상황은 바뀌었다. MZ 마케팅팀에서는 숫자에 민감한 은행이 목숨처럼 여기는 서면 보고도 사라졌다. 회의 시간은 무조건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30대 팀장은 새로운 아이템을 들고 부행장의 방문을 수시로 두드렸다. “나가”라는 장난스러운 면박에도 굴하지 않았다.
걱정과 불안의 눈으로 이들을 바라보던 임원들도 이제는 새로운 인사이트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은행 마케팅은 그동안 공급자 중심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 이후 모바일 뱅킹이 대세가 되면서 금융 서비스의 주체는 수요자에게로 넘어왔다. 인증 방식이 까다롭거나 애플리케이션(앱) 구동 속도가 느리면 수요자들은 이를 바로 외면했다.
20대와 30대 고객은 편리하고 간편한 제삼자 인터넷 은행으로 눈길을 돌렸다. 위기감을 느낀 전통 은행권은 과거 마케팅 방식을 벗어던지고 디지털 접점을 활용해 먼저 소비자에게 접근했다. 우리은행 MZ마케팅팀 역시 은행앱을 쓰지 않는 MZ를 다시 은행으로 데려오라는 특명을 받았다. 기존 마케팅 대신 재밌고 신선한 마케팅을 제공해 ‘MZ가 원하는’ 혜택을 미끼로 삼아야 했다.
▶앱 안에 ‘LCK’ 넣고 신규 고객 창출
MZ마케팅팀은 가장 먼저 게임을 공략했다. 우리은행은 2019년부터 e스포츠를 후원해 왔다. 후원만 할 뿐 이를 활용한 마케팅을 활발하게 진행하지는 않았다. MZ마케팅팀은 이를 우리은행 모바일 뱅킹 앱인 ‘우리WON뱅킹’과 연계했다. 은행 앱 안에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리그(LCK) 전용 페이지를 만들어 신규 고객을 창출했다.
6개월만에 가입자 수는 4배 늘었다. 1월 기준 3만 명이던 ‘WON하는 LCK(LCK 전용 페이지)’ 가입자 수는 현재 약 12만 명으로 증가했다. 앱 내 전용 페이지를 통해 MZ세대 맞춤형 이벤트를 추진한 결과다. 이 전용 페이지는 우리은행 비금융 콘텐츠 순방문 고객 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매일 1만 명의 MZ세대가 이 페이지를 방문한다. 은행권 모바일 뱅킹 앱이 목표로 하는 ‘비금융 서비스 확대’를 이뤄 낸 셈이다.
정인진 MZ마케팅팀 팀장은 “처음엔 걱정스러워하던 임원들도 우리가 새로운 아이템을 발표하면 자녀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반응을 얻어 다시 알려주기도 한다”며 “최근 젊은 세대에게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는 브랜드와의 협업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②현대백화점 ‘피어 전담팀’
▶수익보다 ‘경험’ 명품 대신 ‘스트리트’ 택한 과감한 도전 새로운 세대의 소비 패턴이 변하자 유통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백화점은 온라인으로 옮겨간 2030세대의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현대백화점은 ‘스트리트 패션’에 힘을 줬다. 2019년 스트리트 패션 편집숍인 ‘피어’를 통해서다.
백화점으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2019년은 2030세대의 소비가 명품에 집중되고 영 패션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던 시기였다. 현대백화점은 피어 매장 크기도 일반 영 캐주얼 매장보다 3배 이상 넓은 공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첫해인 2019년에는 고객들에게 기존 영패션 편집 매장과 차별성이 없다는 평을 받으며 외면받았다.
2020년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이 취임하면서 피어를 다시 살리는 ‘피어 리부트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기존 피어를 운영하던 인력도 모두 빠졌다. 그 대신 피어 전담팀에 평균 연령 32세 직원들을 새로 채웠다. 상품본부 전체 팀 중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조직이 꾸려질 당시 리더 1명을 제외한 팀원 6명이 모두 입사 5년 차 이하였다. 이들 중 절반이 비유통사에서 영입한 외부 인재다. 통상 백화점의 상품본부 바이어가 경력 10년 이상이 대부분(60%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사였다.
회사에서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김 사장은 “피어의 성공 기준은 매출이 아닌 오로지 새로운 경험의 여부”라며 “수익성과 타협하며 새로운 시도를 포기하지 마라”는 말과 함께 피어팀에 운영 전권을 맡겼다. 피어 전담팀은 현대백화점 내에서도 ‘가장 일하고 싶은 부서’로 꼽힌다. 패션과 트렌드에 열성적인 팀원들이 ‘덕업일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박기홍 피어전담팀 책임은 “조직원 모두 패션을 사랑하고 트렌드를 좇는 게 일상이라 일이 곧 생활이 된다”며 “패션뿐만 아니라 20대가 동경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선호하는 취향을 피어 안에 다 담았다”고 말했다.
▶‘덕업일치’ 이루며 신규 고객 2만 명 끌어와
새롭게 꾸려진 피어 전담팀은 가장 먼저 피어에 입점된 브랜드 약 60%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핫 플레이스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유랑하며 20대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추려 입점시켰다. 패션뿐만 아니라 20대가 동경하는 문화를 가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나 재미있는 소품 브랜드로 피어를 꾸몄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피어를 통해 새로 현대백화점그룹 통합 멤버십 회원이 된 고객은 2만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2030 고객의 비율은 81%다. 피어 구매 이후 백화점 재방문율 또한 60% 이상이다. 수익성을 중시하지 않았지만 실적도 뒤따랐다. 지난해 피어 소진율(브랜드별로 입고된 상품 대비 판매된 상품 비율)은 업계 최고 수준인 80%를 달성했다. 론칭 3년 만에 연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③KT 세그마케팅 3팀
▶ 통신사 마케팅 한계 극복 KT는 통신사의 경계를 파괴했다. 통신 상품이라는 무형의 서비스를 직접 전달하기보다 ‘Y’라는 20대 전용 브랜드를 만들어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했다. “KT 같지 않다”는 말을 듣는 게 이들의 목표였다. 통신사와 전혀 상관없는 수제 맥주를 출시하고 화장품 브랜드와 협업하며 20대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지난해 말 이 브랜드를 통해 출시한 맥주 ‘Y 블랙 IPL’은 편의점 CU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KT’라는 정체성은 뒤로 숨기고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Y만의 새로운 브랜딩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공모전을 열어 신진 예술가들의 일러스트를 선정했다. 20대와 밀접하게 소통하며 브랜드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한 시도였다. 20대가 좋아하는 게 뭘까 고민하다 보니 맥주까지 갔다. Y를 운영하는 최찬욱 KT 세그마케팅팀 팀장은 “20대가 가장 자주 가는 공간이 어디인지 고민하다 보니 ‘편의점’이라는 답이 나왔고 맥주는 20대를 대표하는 음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20대 지갑 대신 ‘반응’ 얻어야
KT는 20대 외에도 마케팅 대상을 세밀하게 나누고 있다. 키즈·반려동물·외국인 등 시장을 세분화해 이들을 겨냥한 상품이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세대로 분류된 것은 20대뿐이다. KT ‘Y’ 브랜드의 목표는 20대의 지갑을 여는 게 아니다. 20대는 KT가 가진 낡은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반응을 살피는 테스트베드다.
최 팀장은 “20대는 성공이든 실패든 다양한 마케팅을 바로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얻기 가장 좋은 세대”라며 “마케팅에 대한 참여도도 높고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 고객들이어서 충성도를 축적하기 좋다”고 말했다. 화장품·굿즈 등 Y브랜드와 타 브랜드의 협업 영역이 넓어지면서 Y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예술가들도 늘었다. KT는 최근 ‘Y 아티스트 레이블’을 모집하는 공모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마케팅뿐만 아니라 통신 상품도 차별화하고 있다. KT는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20대 요금제에 5세대 이동통신(5G) 전용 요금제를 출시했다.
▶ 카톡보다 ‘인스타 DM’이 편한 조직 문화
Y를 운영하는 세그마케팅 3팀의 평균 나이는 30대 중반이다. 다른 회사 MZ 전담 조직에 비해 나이가 많지만 KT 내부에서는 제일 젊은 조직이다. 그 대신 이들 뒤에는 100여 명의 대학생 서포터즈가 있다. 이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상품 기획과 상품 운영, 앱 기획, 앱 운영, 채널 운영까지 Y브랜드와 관련된 모든 일을 이 팀에서 하고 있다.
각각 다른 직무로 일하던 직원들을 Y브랜드 하나로 모으면서 의사 결정 체계도 달라졌다. 빠르게 변하는 20대 트렌드만큼이나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했다. 팀원 간 주요 메신저는 카톡이 아니라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M)다.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게시글이나 눈에 띄는 콘텐츠가 있으면 바로 공유하기 위해서다. 최 팀장은 “밤이나 새벽을 가리지 않고 인스타 DM이 울리는 게 일상”이라며 “팀장과 팀원 간 나이 차가 나지 않다 보니 KT에서 가장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렌드 바로미터 유통업계, MZ가 기획으로 시장 선도
④GS리테일 갓생기획팀
▶복잡한 PB 제품 출시 단계 확 줄여한국 편의점들은 MZ세대가 선호하는 식품 트렌드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자리매김했다. 급변하는 MZ들의 성향을 반영한 제품들을 빠르게 자체 상품(PB)을 출시한 결과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화제를 모으는 곳은 GS리테일이다. 노티드 도넛, 다운타우너 버거처럼 긴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외식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인 결과다.
GS리테일이 이처럼 MZ세대의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만들어진 MZ세대 직원 조직 ‘갓생기획’의 활약 덕분이다. 어떻게 하면 MZ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내부에서 근무 중인 같은 또래의 직원들에게 찾도록 한 것이다.
갓생기획은 지난해 첫 활동을 시작한 이후 60여 개가 넘는 기발한 제품들을 출시해 총 1000만 개가 넘는 판매를 달성했다. 이 팀에 상품 기획자(MD)로 있는 정구민 매니저는 “다양한 상품들이 SNS에서도 화제를 모으며 GS25라는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갓생기획이 발 빠르게 MZ의 유행을 파악하고 상품화 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보통 편의점에서 하나의 PB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시장 조사부터 맛 테스트 등 20가지가 넘는 단계들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회사에서 갓생기획이 기획한 상품들은 이런 순서를 다 무시하고 자유롭게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줬다. 그 결과 팀원들이 더욱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노티드 우유와 팝콘, 팝잇진주캔디, 틈새오모리김치찌개라면 등 여러 히트 제품들을 탄생시켰다.” 김민관 갓생기획팀 매니저의 설명이다.
▶‘고인 물’ 방지 위해 6개월마다 팀원 교체
현재 갓생기획에는 20여 명의 MZ세대 직원들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각자의 팀에서 근무하다가 매주 1~2회씩 만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새 상품 출시를 논의한다.
선우정 매니저는 “보통 최근 떠오르는 맛집은 어디인지, 무엇을 맛있게 먹었는지 등의 얘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이후 작업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노티드 도넛과 협업해 만든 우유만 하더라도 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9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함께 제품을 내놓자고 설득하는 일은 쉽지는 않다. 그래도 최근에는 점점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협업해 내놓은 제품들이 예상외로 좋은 반응을 얻자 먼저 함께 손을 잡자는 러브콜을 받기도 한다. 물론 모든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김민관 매니저는 “모든 브랜드와 손잡으면 갓생기획만이 가진 아이덴티티가 훼손될 수 있다"며 "요즘 가장 핫한 브랜드 또는 오랫동안 인기를 이어 온 브랜드만 엄선해 협업 제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갓생기획은 팀원들이 6개월마다 바뀌는 것도 특징이다. 현재는 올해 초 구성된 2기 팀원들이 활동 중이다. 기간은 8월까지다.
박종인 매니저는 “계속해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선 신선한 인재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6개월 주기로 활동하다가 원 소속팀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⑤롯데홈쇼핑 MZ PB 개발팀
▶홈쇼핑 대신 라이브커머스 보는 20대 잡아라
현재 TV홈쇼핑업계의 주요 고객은 40~50대 주부다. MZ세대들은 홈쇼핑 대신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동영상을 보며 상품을 구매하는 ‘라이브 커머스’에 눈을 돌린 지 오래다.
이런 MZ에 취향에 맞춰 유통업계에서는 라이브 커머스에 진출하지 않은 기업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9월 MZ세대 직원들로 구성된 ‘MZ PB 개발팀’을 만들었다.
최미령 MZ PB 개발팀 팀장은 “롯데홈쇼핑의 고객층은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 앞으로 미래를 생각했을 때 소비의 중심 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MZ세대를 잡아야 한다고 직접 회사 측에 제안했고 위에서 이를 받아들여 결국 정규 팀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현재 MZ PB 개발팀은 1989~1991년생 직원 4명으로 구성됐다. 롯데홈쇼핑은 이 팀을 앞세워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할 만한 상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 ‘단백질’, ‘친환경’ 20대가 중시하는 키워드로 접근
목표는 MZ들에게 롯데홈쇼핑이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MZ들의 취향과 트렌드에 맞춘 상품들을 하나둘 선보이며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MZ PB 개발팀의 첫째 결과물은 올해 1월 출시된 고단백 영양 간식 ‘우주프로틴’이다. 21g의 단백질, 10g의 식이섬유 등을 담은 단백질 바다.
상품 기획을 담당하는 김범규 대리의 말이다. “40대 이상에서는 단백질 제품이 필수 건강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많은 기업들이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단백질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시장을 들여다보니 MZ세대를 겨냥한 제품은 딱히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MZ들이 운동을 마친 후 또는 평소 건강을 위해 먹을 수 있는 단백질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제품의 생산을 맡을 공장을 찾는 일부터 MZ가 좋아할 만한 겉면 디자인까지 네 명의 팀원들이 함께 발로 뛰어 가며 3개월을 고생한 끝에 우주프로틴(카카오 맛)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2주 동안 한정 수량으로 판매했는데 목표 펀딩액의 40배 이상을 달성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친환경 소비를 중시하는 MZ의 특성을 고려한 ‘아더라피’도 최근 출시한 제품이다. 아더라피는 샴푸바, 바디바, 고체치약, 대나무 칫솔 구성의 친환경 보디 패키지 상품이다. 상품 기획자인 배우리 MD는 “MZ세대에게 친환경 요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오로지 식물성 원료만 사용하고 이들의 감성을 자극할 만한 패키지를 디자인해 제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향후엔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성분을 담은 숙취 해소제를 발매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전일수 MD는 “주말에 클럽이나 라운지 바 등을 즐기는 MZ들의 특성을 반영해 아르기닌이나 마카와 같은 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성분을 함유한 숙취 해소제를 조만간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미령 팀장은 “우리 팀 자체가 실패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도전해 보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팀이다. 회사도 MZ PB개발팀에서 하겠다고 하는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MZ전담부서 특징 1. 파격적인 조직문화
조직의 구성부터 일하는 방식까지 파격적이다. 우리은행 MZ마케팅팀은 사원급 팀장에게 전권을 부여했고 현대백화점 피어 전담팀은 성수동과 한남동 등 핫플레이스로 출근해 시장조사를 하는 게 일상이다. 사무실 출근보다는 현장 근무가 더 많다. KT는 카카오톡이나 업무용 메신저보다 인스타그램 DM으로 밤낮 가리지 않고 소통한다. 혁신의 대가로 통하는 루이스 거스너 전 IBM 회장은 "조직이란 결국 그 조직에 속한 사람들이 가치를 만들어내는 집단적 역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MZ 전담 조직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구성원 개개인의 참여와 몰입이 높은 특징이 있다.
2. 자율성
회사에서는 MZ 전담 조직에 자율성을 부여한다. 현대백화점은 피어 전담팀에 "수익보다 경험"을 요구했고 KT 역시 20대들의 지갑을 열기보다는 반응을 얻어내는 데 집중한다. 회사는 이들의 실험을 장려하고 실패를 용인한다. 임원들 역시 "20대는 우리가 잘 모른다"고 인정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선다.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이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로 변화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20대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넘어 이들의 정체성을 대변해주는 브랜드가 돼야하기 때문이다.
3. 덕업일치
MZ세대를 가장 잘 아는 MZ가 조직을 구성하고 조직을 이끈다. 본인들의 관심사가 곧 고객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하다. 이연호 현대백화점 피어전담팀 선임은 월급의 70%를 다시 피어에서 소비한다.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다)'의 실천이다. 이 선임은 "우리또래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일상생활에서 유심히 지켜보는 게 곧 일"이라며 "예전에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이 별개였다면 지금은 소비자들이 패션브랜드에서 추구하는 스토리텔링을 보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정체성을 추종하면서 그 브랜드에 맞는 장소에 가고 활동을 즐기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은·김정우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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