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사 초청과 규모 놓고 해마다 두 단체 물밑 경쟁 벌여 와
전경련, 윤석열 정부에서 과거 위상 찾나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건물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건물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여름휴가철을 맞아 재계의 양대 산맥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제주도에서 포럼을 나란히 연다.

대한상의가 7월 13~15일간 제주 해비치 호텔 앤드 리조트에서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을 먼저 열고 전경련이 뒤이어 7월 20~23일 롯데호텔 제주에서 ‘전경련 CEO 제주하계포럼’을 개최한다.

대한상의와 전경련은 재계에서 오랜 라이벌로 통하는 만큼 해마다 제주도에서 개최하는 포럼에서도 저명한 연사 초청과 참석자 규모를 놓고 미묘한 물밑 경쟁을 벌여 왔다.

대한상의와 전경련의 포럼에 정·재계 인사의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상의는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포럼을 3년 만에 열면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 회장)을 비롯해 새 정부의 경제·산업 정책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추경호 부총리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연사로 섭외했다.

2019년에는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전 산업통상부 장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한상의 포럼의 연사로 나선 바 있다.

전경련의 포럼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전 회장을 비롯해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이석우 두나무 대표,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 등이 연사로 총출동한다. 재계 인사 중심으로 연사를 꾸렸던 전경련은 한덕수 국무총리 초청으로 대한상의에 맞불을 놓는 모습이다. 한 총리의 참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 총리가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본부장을 역임하고 2007년 노무현 정부의 국무총리를 역임하며 전경련과 주요 경제 현안을 논의하며 인연을 이어 온 만큼 포럼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재계에서는 이번 포럼에 얼마나 많은 정·재계 인사가 참여하느냐에 따라 전경련의 위상 회복이 달렸다고 보고 있다. 전경련이 지난 정부 5년간 잃어 버린 위상을 되찾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전경련은 1961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가 일본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을 모티브로 한국 대기업들을 모아 만든 민간 경제 단체다. 전경련은 이병철 창업자를 시작으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구자경 LG 명예회장,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등 당시 대기업 총수들이 역대 사령탑을 맡을 정도로 명실상부한 재계의 소통 창구였다.

2016년 국정 농단 사태에 휘말려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면서 지난 정부 내내 정·재계 모임이나 대통령 해외 순방에서 ‘패싱(배제)’ 당하며 유령 단체 취급을 받았다. 재계의 소통 창구 역할도 대한상의로 사실상 넘어갔다. 2016년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의 탈퇴와 함께 경제 관료들의 발길도 끊긴 상태였다.

하지만 친기업을 강조하는 새 정부 출범으로 전경련이 재계 소통 창구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경련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주요 경제 단체장들과 회동할 때 1순위로 연락받고 주요 경제 단체들과 일정을 조율하는 연락책 역할을 맡았다. 지난 정부에선 대통령 행사에 단 1차례만 초대되며 줄곧 패싱 당했던 전경련이 연락 창구가 되자 대한상의·중소기업중앙회 등이 항의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10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기업이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5년간 1000조원이 넘는 투자 계획을 잇따라 내놓았고 정부가 규제 철폐를 약속하며 친기업 행보에 힘을 실은 만큼 새 정부에서 전경련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