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있는 주식 시장 전망을 내놓은 유일한 집단…국내 주식에서 해외·비상장 주식까지 영역 넓혀

[2022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2022 베스트 애널리스트] 애널리스트, ‘자본 시장의 두뇌’에서 ‘만능 멀티 플레이어'로
“애널리스트가 뭔가요.” 주식 투자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애널리스트라는 단어가 좀 낯설다. 영어를 직역하면 ‘분석가’라는 뜻이긴 한데 정확히 뭘 분석한다는 말인지 헷갈린다. 금융 투자의 영역에서 애널리스트는 쉽게 말해 ‘주식’을 분석하는 사람이다.

주식 분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해당 기업과 사업을 분석하는 영역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 전체와 경제 전반을 분석하는 영역이다. 당연히 애널리스트의 전공도 크게 기업 산업 분석과 시장 경제 분석으로 나뉘어 있다.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특별히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자본주의의 용광로인 주식 시장에서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스스로 ‘애널리스트’라고 부르는 ‘사이비’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애널리스트’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애널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금융 투자회사, 주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에 소속돼 주식을 분석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이 스스로를 애널리스트라고 한다면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의 명단을 공개하니 거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신문 방송 등 미디어에서는 일반적으로 애널리스트라는 단어보다 어느 증권사의 연구원 혹은 연구위원으로 부르기도 한다.기본 중의 기본 업무는 ‘보고서 발간’애널리스트는 금융 투자업의 ‘머리’ 혹은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엔 스마트한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애널리스트가 펴낸 보고서를 직접 찾아 읽곤 한다. 하지만 이들의 기본 업무는 자산 운용사 혹은 연기금 등 투자 기관에 소속된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보고서를 펴내고 이를 직접 설명하는 일이다.

금융사 아니 기업에서 돈 벌기, 좀 고급스럽게 이야기해서 수익 창출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면 애널리스트들은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까.

이런 식이다. 산업 분석 애널리스트들은 주로 분석 대상 기업을 직접 찾아가거나 데이터베이스 전문 제공 기업의 숫자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과 산업의 변화를 보고서로 낸다. 그러면 리포트를 읽고 펀드매니저들이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살지, 팔지 결정한다. 그리고 결정하면 주식 거래 주문을 증권사에 낸다. 증권사는 펀드매니저들이 사고파는 주식의 수수료 수익을 얻는다. 애널리스트가 일반적인 연구 기관의 연구원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다. 주식 시장 전망 혹은 경제 전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도 비슷하다. 이들이 다양한 지표들을 종합해 리포트를 쓰면 이걸 보고 펀드매니저들이 큰 그림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애널리스트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애널리스트는 자격증이 없지만 특별한 양성 기관도 없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입사해 선배 애널리스트에게 ‘도제식 교육’을 받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물론 재무분석사(CFA)나 공인회계사 자격증 등을 받거나 MBA를 졸업하면 좀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한 번에 자기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라이팅 애널리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소형 증권사에서는 직접 리포트를 쓸 수 있는 ‘라이팅 애널리스트’가 되는 데 2~3년 정도 걸리지만 대형 증권사에서는 길게는 10년이 걸리기도 한다. 라이팅 애널리스트가 되기 전 리서치센터에서 일하는 애널리스트들을 일반적으로 리서치 어시스턴트(RA)라고 부른다. 또 다른 방법은 일반 기업에 입사 후 실무에서 일하며 전문성을 쌓아 경력자로 애널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반도체 혹은 제약 등 아주 전문적인 영역에서 한동안 많은 인력들이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증권사로 왔다.

애널리스트의 주가가 한참 치솟았던 때는 2005년부터 2015년경까지다.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고 연기금 자산 운용사 등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애널리스트의 수요가 폭증했다. 일반 기업에서 증권사로의 전업도 이 시기에 가장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리서치센터 간의 ‘인재 쟁탈전’은 웬만한 프로 스포츠 구단의 스카우트 전쟁의 치열함을 넘었다. 이름이 알려진 애널리스트의 연봉은 최소 3억원은 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물론 지금은 과거에 비해 리서치센터 간의 경쟁이 줄면서 이런 정도의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들은 극히 드물다.일반 기업들도 애널리스트의 조언 듣는 사례 늘어나보통 애널리스트들은 증권사에서 ‘브레인’들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엔 그 위상이 좀 약화됐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쉽게 말하면 업무 강도에 비해 받는 돈이 적어서다. 인력이탈이 생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애널리스트는 주식 시장의 동향을 항상 체크해야 한다. 체크한 동향으로 보고서로도 펴내야 한다. 그것도 제한된 시간 안에 해내야 한다. 과거엔 이런 스트레스를 두둑한 연봉으로 보상받았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보다 애널리스트가 연봉을 더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증권사 CEO보다 연봉을 더 받는 부서가 달라졌다. 기업금융(IB) 부서다. 특히 IB 부서는 1년을 손가락 빨다가도 ‘큰 딜’ 한 번에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다. 당연히 애널리스트로 몰렸던 인재들은 IB로 향하게 된다.

그러면 애널리스트는 사라지게 될까. 결코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애널리스트가 있는 리서치 조직이 없으면 기관투자가들의 주식 주문을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히 국민연금과 같이 공적인 성격을 갖춘 투자 기관은 애널리스트들의 꼼꼼한 분석이 뒷받침된 종목이 아니라면 아예 투자가 불가능하다. 물론 주식 매매 수익 비율이 과거에 비해 증권사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 그래서 증권사들은 애널리스트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하나는 변화에 적응하며 새 영역을 찾는 것, 다른 하나는 직업을 바꾸거나 직종을 옮기는 것이다.

애널리스트의 새 영역은 여러 가지다. 먼저 증권사의 VIP 고객인 고액 자산가들을 직접 상대한다. 그간은 주로 프라이빗 뱅커들이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했지만 좀 더 스마트한 자산가들은 ‘브레인’인 애널리스트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 듣기를 원하기도 한다. 일반 기업에서도 애널리스트들을 찾는다. 사실 현재 어떠한 산업군에서 가장 해박한 ‘전문가’를 찾는다면 애널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기업에서 이들을 데려와 강의를 듣거나 미래 전략 사업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특히 이들의 강의는 다른 연구소에 비해 ‘돈’이 연결돼 있으니 더 현실적이다.

이들은 증권사 홍보의 역할도 한다. 투자자들이 증권사 직원 중 가장 자주 접할 수 있고 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애널리스트들이다. 그래서 수많은 미디어에 애널리스트들이 등장한다. 경제 전문 미디어라면 애널리스트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최근에는 펀드매니저의 관여 없이 아예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한 종목만 가지고 운용하는 상품도 출시됐다. 또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 분석도 좀 더 활성화되고 있고 상장 기업이 아닌 비상장 주식까지 분석하는 리서치센터도 등장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본의 아니게 비난을 받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어떤 기업에 대한 주가 하락 리포트를 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들은 서로 암묵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즉 해당 기업에 대한 리포트가 나오지 않는다면 일단 ‘공식적으로’ 분석할 가치가 좀 떨어진다는 의미다. 또 주가 전망치를 낮추는 일 역시 해당 기업의 투자 매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는 의미다.

이렇듯 애널리스트는 주식 시장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거칠게 말하면 이들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책임 있게’ 주식 시장을 예측할 사람이 없다. 물론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주식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말에는 ‘책임’이 없다. 말 그대로 ‘아니면 말고’다. 심지어 자기가 주식을 추천하면서 주가가 오르면 몰래 팔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애널리스트가 하는 말과 그의 생각이 담긴 보고서는 증권사의 홈페이지나 미디어의 기사에 ‘박제’가 돼 있다. 여러 규제 때문에 본인이 쉽게 주식투자도 할 수 없다. ‘잘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노력과 경험 그리고 자존심이 담긴 그들의 분석은 투자자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귀 기울여 듣고 생각해 봐야 한다.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 만큼 성공 투자를 위한 책임 있는 단서는 단연코 없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