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이드스타, 41개 법인 중 공시 정보 확인 가능한 33개 평가

국세청 결산 공시 등 활용해 평가 모델 마련… 공익법인 투명성 및 책무성, 재무효율성 기준

후원자도 후원금이 단체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하는 것이 권리이자 의무

동물 위한 공익 사업 회계 평과 결과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만점’
3년 전, 한 동물권 단체에서 기부금 유용 관련 논란이 발생했다. 해당 단체는 내부고발자의 제보로 기부금이 구조동물을 안락사하는 데 사용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후원자들은 자신의 후원금 중 일부가 안락사에 사용되는지 몰랐다. 상당수의 후원자들이 이 같은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 결과 정기후원자 1400명이 이탈했고, 월 2500만원의 후원금이 감소했다. 이 정도 금액은 단체의 존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동물을 위한 단체가 흔들리면 피해는 결국 동물이 받는다. 보호하고 있는 동물들에게 당장 필요한 사료비와 병원비가 끊기기 때문이다. 이 논란의 핵심은 단체가 후원자들에게 자금의 집행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했는지의 여부다.

공익법인에게 투명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후원자가 자선단체가 제공하는 정보를 꼼꼼히 살핀 후 기부하는 것은 의무이자 권리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공익법인에 대한 믿음은 일방적일 수도, 근거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부금은 자선단체의 운영비와 인건비로 사용될 수 있다. 조직과 사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에게 적정한 급여를 제공하는 것은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기부자는 기부금을 어떻게, 얼마나, 누구에게 사용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지속가능한 기부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을 위해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는 단체들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책임감 있게 조직을 운영하고 있을까. 한국가이드스타의 기부 정보 플랫폼에 따르면 사업내용을 ‘동물’로 선택한 공익법인은 한국에 41개의 법인이 있다. 이중 2021년에 국세청 결산서류를 공시한 곳은 33개였다. 한국가이드스타는 공익법인의 투명성과 책무성 분야 발전과, 기부문화의 확산을 위해 설립된 국내 유일 공익법인 민간평가기관이다 한국가이드스타는 최근 동물 관련 공익법인의 운영실태를 평가했다.

한국가이드스타 평가에 참여한 곳은 총 2곳으로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행동 카라가 있다.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행동 카라는 공익법인 투명성 및 책무성, 재무효율성 등 종합평가 결과 만점을 받았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외에 31개의 단체는 평가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기부자는 한국가이드스타 평가지표를 활용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지 체크해 볼 수 있다.
고용인원 사업비용 등 세부 항목 확인 필요
꼭 한국가이드스타의 모델이 아니더라도 공익단체에 기부를 하고자 한다면 단체의 회계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국세청은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공개 시스템을 도입해 이를 공시하고 있다.

먼저 고용인원을 확인해야 한다. 공익법인이 투명하고 책임감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인력은 필수로 필요하다. 공익법인은 적게는 몇백만원, 많게는 억 단위의 기부금 모금하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의 순수한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약 8억원의 공익목적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사단법인은 2020년도 고용직원이 0명이었다고 공시했다. 우현희 한국가이드스타 연구원은 “이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아 평가를 유보했다’고 밝혔다.

사업비용 역시 중요한 고려 요소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한 2020년 기준 한 동물보호단체는 공익목적사업을 위한 일반관리비용과 모금비용을 나누어서 작성하지 않았다. 우 연구원은 “일반관리비와 모금비는 공익법인 운영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며 비중이 낮은 것은 좋을 수 있지만, 0원일 수는 없다”며 “일반관리비와 모금비가 0원인 곳은 사업수행비와 통합하여 공시하고 있는 곳이며 이 경우 기부자들에게 정확한 회계 정보를 제공할 수 없어 한국가이드스타에서는 평가를 유보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부금 관리 내역 중 지출이 어떤 목적으로 이뤄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2022 공익법인 세무안내에 따르면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는 사업연도(과세기간) 중 동일한 목적으로 유사한 금액을 지출할 경우 지출 목적별로 작성 가능하다. 기부금 수입과 지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명세를 적지 않는 곳이 있었다. 2020년도 정의기억연대의 결산서류가 문제가 된 까닭은 지급처를 묶어 작성하고, 수혜자수를 임의로 기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산서류 공시 시 정확한 정보를 입력해야 하며, 지급처를 되도록 분리하는 것이 좋다.

동물보호를 위한 공익법인 33곳 중 13개의 단체가 기부금 수입에 의존하여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서는 소액이지만 오랫동안 단체를 응원해줄 다수의 기부자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익법인은 이들을 위해 연차보고서와 뉴스레터 등을 통해서 활동 소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더 공익법인의 미션과 비전을 응원하고 싶다면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성적이고 현명한 기부자가 되기 위해 국세청 결산서류, 외부회계감사 등의 자료들을 통해 투명성과 책무성, 효율성을 검증해야 한다. 이해가 되지않는 부분이나 추가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언제든지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한편 공익법인 중 직전 사업연도 총 자산가액 100억원 이상 또는 수입금액과 출연재산가액 합계액이 50억원 이상 또는 출연재산가액 20억원 이상인 경우 의무로 외부회계감사를 받아야한다

한국가이드스타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공익법인의 수는 1만1057개다. 이중 외부감사를 받았다고 표기한 법인은 4356개로 전체의 39.4%다. 실제 외부감사의무대상 법인은 2972개(26.9%)다. 하지만 외부감사 의무대상이나 감사 받지 않았다고 표기한 법인은 642개(21.6% 외감 법인 대상 비율)나 됐다.

한국가이드스타는 국세청에 공시된 공익법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익법인 투명성 및 효율성 평가를 진행한다. 자발적인 참여로 별점을 획득한 법인은 40곳이었으며, 평가 기준을 통과한 공익법인은 총 719곳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