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국회에서 납품 단가 연동·기초연금 확대 등 관련 입법 과제 내놔…포퓰리즘 · 반시장 성향 짙어

홍영식의 정치판
민생? 성장 정책 안 보이는 민주당 7대 중점 입법 [홍영식의 정치판]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정기 국회 중점 추진 7대 ‘민생’ 입법 과제를 두고 논란이 크다. ‘민생’ 타이틀을 붙였지만 법안 하나하나 뜯어보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반시장적인 법안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7대 법안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기초연금 확대법 △출산보육·아동수당확대법 △가계부채대책 3법 △납품단가연동제 도입법 △장애인 국가책임제법 등이다. 민주당은 여당이 반대한다면 169석 거대 야당의 힘으로 법안을 일방 처리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7대 법안 선정엔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취약 계층 및 서민 복지로 선명성을 강조하겠다는 이른바 ‘이재명표 입법’이다.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노란봉투법은 6건 발의돼 있다. 노동조합의 불법 쟁의 행위가 있어도 노조와 노조 간부, 조합원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 등을 제한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폭력·파괴 행위가 있어도 노조의 의사 결정에 따른 경우라면 손해배상·가압류가 금지된다’는 내용도 있다. 법원이 피해 확대 방지를 위한 사용자의 노력, 배상 의무자의 재정 상태 등에 따라 배상액을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과 노동계는 폭력·파괴 행위는 당연히 처벌하고 손해 배상도 해야 한다며 불법을 면책하자는 게 아니라고는 하지만 빠져 나갈 뒷문이 많다는 지적이다. 노조원들이 회사 점거 과정에서 회사 시설과 기물을 파괴하더라도 노조 차원에서 계획했다면 개인에게 소송을 걸 수 없도록 했다. ‘소송으로 노조 존립이 불가능해지면 소송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항도 달았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공장 무단 점거 등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주면서 노사 관계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노란봉투법과 같은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영국은 손배 청구 상한을 정해 놓았을 뿐이고 대체 근로 허용, 파업 12주 이후 가능한 해고 등 사측을 위한 장치도 두고 있다. 프랑스에선 노란봉투법과 비슷한 법이 만들어졌지만 위헌 결정으로 폐기됐다. 미국·일본·독일에는 이런 법이 없다.
쌀값 정상화법 예상 예산만 1조원

민주당이 ‘쌀값 정상화법’이라며 추진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도 크다. 이 법안은 쌀 생산이 예상보다 3% 이상 초과되거나 쌀값이 전년보다 5% 이상 떨어지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했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이런 식으로 보전해 주면 농업 구조 조정을 막아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쌀값 하락에 따른 농가 소득 보전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매년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어야 해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초과 생산된 쌀 37만 톤을 사들이는 데 예산 약 7900억원을 지출했다. 올해 초과 생산량 50만 톤을 매입하는데 1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보관비는 제외됐다. 정부가 사들인 쌀은 보관 기한 3년이 지난 뒤 매입가의 10~20%에 주정·사료용으로 팔린다.

정부는 쌀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년 넘게 생산 감축을 유도해 왔다. 그 결과 쌀 생산량은 2000년 529만1000톤에서 2021년 388만2000톤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밀가루와 육류 소비 증가 등으로 쌀 소비가 공급 감소보다 더 빠르게 줄면서 공급 과잉은 여전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퍼 주기로 예산을 낭비할 게 아니라 좀 더 긴 안목에서 쌀 과잉 생산을 줄이고 농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자유전’의 원칙에서 벗어나 스마트 팜 확대, 기업의 농업 진출 유도 등으로 농업이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연금 확대법은 막대한 예산이 문제다. 지금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월 30만7500원을 지급한다. 부부 동시 수령 때는 20%를 삭감한다. 올해 예산 20조원이 소요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때 소득 하위 70% 등 지급 대상은 현행과 같게 하는 대신 금액을 4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공약했다. 이렇게 되면 한 해 22조5000억원이 소요된다. 기초연금 인상도 연금 개혁과 함께 논의하며 단계적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공무원·사학연금 수령자에겐 지급하지 않는다.

반면 민주당이 발의한 기초연금 확대법을 보면 금액을 40만원으로 올리면서 대상을 100%로 확대했다. 부부 삭감 폐지 법안도 냈다. ‘기초연금 확대 3종 세트’다. 공무원·사학연금 수령자에겐 일부 삭감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의 ‘기초연금 확대 3종 세트’를 모두 적용하면 내년 38조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월 40만원으로 오르면 2030년 49조원, 2050년 160조원으로 늘어난다. 30만원을 유지하면 2030년 37조원, 2050년 12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마저 고령화 속도가 더 빨라진다면 예산은 더 필요할 수 있다.
기초연금 늘어나면 국민연금 흔들릴 수도
민주당 방안대로라면 부부 합산 기초연금 수령액은 월 80만원이 된다. 보험료를 한 푼 내지 않고 받는 돈이다. 소득 9%를 보험료로 내는 국민연금과 비교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연금 평균 지급액은 약 57만7000원이다. 문제는 기초연금을 확대하게 되면 국민연금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한 푼도 내지 않고 기초연금을 80만원 받을 수 있는 마당에 가입해야 할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 내고 덜 받거나, 더 내고 더 받거나, 수령 개시 연령을 늦추는 식의 연금 개혁 논의도 힘을 잃을 수 있다.

재원 조달도 문제다.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를 주장한다. 이재명 대표는 “이 와중에 연간 13조원이 드는 초부자 감세를 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확실하게 초부자 감세와 서민 예산 삭감을 저지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법,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세율 폐지법, 주식 양도소득세 면제 기준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는 법 등을 초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정기 국회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방침이다.

하지만 13조원은 부풀려졌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발표한 감세 총액 13조원 가운데 법인세율 인하, 종부세 중과 세율 폐지에 따른 감세액은 5조8000억원이고 나머지는 개인 소득자, 중소기업 등에 돌아간다. 또한 법인세율을 낮추면 투자와 생산, 판매, 일자리를 늘리고 법인세를 더 거둘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초부자 감세로 몰아세우는 것은 여론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납품 단가 연동제 도입 법안은 원자재 값 상승분을 하도급 업체 납품 단가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원자재 값 상승으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빈사 상태에 몰린 중소기업계의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자동 반영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우리 민법의 근간인 사적 계약의 자유를 공적 규제로 파괴하는 반(反)시장적 가격 규제다. 원사업자가 하청에 맡기던 일을 직접 하거나 아웃소싱으로 돌리면 협력 업체에 손실로 돌아갈 수 있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및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장애인 국가책임제법=장애인 평생 교육 보장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