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지브 메논 메리어트 아태 사장 인터뷰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에서 공격적인 출점 예정”

[비즈니스 포커스]
“‘엔데믹 호황’ 맞은 호텔, 코로나19 이전보다 실적 늘어”
“한국에서 거둔 올해 3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이었던 2019년 3분기를 훌쩍 뛰어넘었다.”

라지브 메논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하 메리어트) 아시아·태평양 사장이 서울 강남에 있는 JW메리어트호텔에서 10월 6일 한경비즈니스와 만나 건넨 첫 얘기다. 그는 메리어트 창립 95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메논 사장은 “엔데믹(주기적 유행) 시대가 오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다시 살아났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최근 여행업계에는 다시 ‘봄’이 찾아온 모습이다. 국내 여행은 이미 호황이다. 한국의 대표적 관광지인 제주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제주도는 올해 9월 20일 내국인 관광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0월 1일보다 9일 빨랐다.

아직 해외 여행객 수는 과거에 미치지 못하지만 긍정적인 부분은 이 숫자 역시 빠르게 회복 중이라는 것이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해외 여행객 수는 1월 8만9000여 명에 불과했는데 최근에는 30만 명 이상이 한국을 찾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텔업계도 모처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메논 사장은 “하늘길이 완전히 정상화되면 한국 호텔 시장은 더 빠르게 커질 것”이라며 “공격적인 출점을 통해 수요를 끌어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어트는 내년 초까지 한국에 5개의 호텔을 새로 열 계획이다. 글로벌 호텔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30년 경력의 호텔 전문가인 그에게 코로나19 사태가 호텔업계에 미쳤던 영향과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봤다.

코로나19 사태는 호텔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하늘길이 막히고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코로나19 초반에 호텔업계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메리어트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던 2020년 실적이 가파르게 하락하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전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여행업계가 2024년이나 돼야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호텔 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폭락했다. 하지만 빠르게 위기를 극복했다. 메리어트는 글로벌 실적으로 봤을 때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매출을 뛰어넘었다. 지난 7월에 이미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대비 매출이 2%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4년께나 회복을 예상했던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2년 앞서 성장을 이뤄 낸 셈이다.”

한국 시장에서의 성과는 어떤가.
“한국 시장의 2022년 3분기 매출 또한 2019년 3분기와 비교해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수요를 회복한 것을 넘어 더욱 성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최근의 상황을 봤을 때 4분기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객실 예약률이 80%가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4분기 매출 또한 2019년 4분기 대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최근 실적이 워낙 좋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2022년 전체 매출 역시 2019년을 앞지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스테이케이션’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스테이케이션은 해외여행 대신 호텔에 머무르면서 휴가나 휴식을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선 ‘호캉스’라고 불린다고 들었다. 스테이케이션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해외여행이 막혀서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선진국들도 수많은 사람들이 휴가철 해외여행을 떠난다. 해외로 나가는 것이 어려워지다 보니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호텔로 몰린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급스러운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스테이케이션이 하나의 유행이 되면서 호텔들은 빠르게 위기를 이겨 낼 수 있었다.”

엔데믹 이후 호텔업계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여행이 완전히 자유로워지면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수년간 폭발할 것이다. 당연히 이런 추세는 글로벌 호텔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주목하는 것이 또 있다. 스테이케이션과 함께 코로나19 사태가 만들어낸 ‘블레저(Bleisure : Business and Leisure together) 현상이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재택근무가 자연스러워지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해외 출장 시 가족을 동반해 비즈니스와 여행을 함께 즐기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메리어트를 포함한 전체 호텔업계의 실적 전망도 밝다.”

한국 시장에서 메리어트는 공격적인 출점을 이어 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18년부터 오픈한 호텔이 13개에 달한다. 그리고 내년 초까지 서울·제주·세종·수원 등에 총 5개의 신규 호텔이 문을 연다. 이렇게 되면 총 34개의 호텔을 한국에서 운영하게 된다. 그만큼 메리어트 내부에서는 한국 호텔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 시장에서의 호텔 수는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메리어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확장성이 용이하다. 다른 글로벌 호텔 기업과 달리 호텔 건물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가나 호텔 오너들에게 요청을 받아 이를 운영하거나 브랜드를 제공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어떤 측면에서 한국을 중요한 시장이라고 평가하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첫째는 한국인들의 자국 여행이 활발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호텔에 익숙해진 것이 긍정적 요소다. 둘째는 한국을 찾는 해외여행객이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엔데믹 후 한국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한국의 기업들도 빠르게 성장해 글로벌 키 플레이어로 등극한 상태다. 따라서 비즈니스와 관련한 수요도 꾸준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공격적인 출점을 앞세워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모두 메리어트의 고객으로 만들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세웠나.
“우선 신규로 오픈하는 호텔들을 알리는 작업에 전념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말에 서귀포에서 선보일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앤드 스파’에 거는 기대가 크다. 메리어트 브랜드가 한국 최초로 선보이는 럭셔리 리조트인 만큼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제 중심지로 떠오른 세종 지역도 선점할 것이다. 내년 초 정부청사 인근에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세종이 문을 연다. 이를 앞세워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정부 부처 공무원, 한국을 찾은 해외의 비즈니스 고객들을 끌어안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