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순환 배치는 비용 분담 등이 걸림돌…독자 핵무장·전술핵 재배치, 美 반대로 어려워
홍영식의 정치판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핵은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공포의 핵균형’을 두고 논란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조야에 (핵)확장 억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는데 잘 경청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확장 억제의 획기적 강화를 위한 모든 수단과 방안을 논의하고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여러 방안들이 거론된다. 자체 핵무장, 미군 전술핵 재배치, 유사시 미군 전술 핵무기를 미국과 해당국이 공동 운영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공유’, 괌에 배치된 미국 전술핵의 한·미 공동 사용, 미국 핵 전략 자산의 상시적 순환 배치, 특정 시점까지 북한이 핵 폐기에 응하지 않으면 전술핵 재배치 공표 등이다.
대북 ‘공포의 핵균형’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날로 고도화하는데 비해 우리의 대응 능력은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북한은 올 들어 고각 발사·극초음속·회피 기동 등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들을 선보였다. 순항미사일은 타원, 8자를 그리기도 했다. 발사 장소도 탐지가 어려운 열차·저수지 등 다양화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핵·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구축하고 있는 한국형 3축 체계는 완성에 수년이 더 걸리는 데다 구축한다고 해도 북한 핵·미사일 대응에 한계가 있다. 한국형 3축 체계는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요격 시스템인 ‘미사일 방어 체계(KAMD)’, ‘대량 응징 보복(KMPR)’을 지칭한다. 문제는 북한 여러 곳에서 불시에 미사일 공격이 이뤄질 때는 킬체인으로 30분 내에 탐지해 모두 선제 타격하는 것은 어렵다.
KAMD 요격 시스템도 허점이 많다. 고도 20km 아래 하층에선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이 담당한다. 20~40km에선 국산 천궁Ⅱ(M-SAM)가 요격에 나선다. 하지만 중층과 고층 수도권 방어는 뚫려 있다. 40~150km 요격 체계인 사드 1개 포대가 경북 성주에 배치돼 있지만 사거리가 200km에 불과해 수도권 방어는 불가능하다. 그나마 원점 타격용 핵심 미사일인 현무-2가 고장을 일으켜 거꾸로 날아가 떨어진데 이어 에이태킴스 한 발은 추적에 실패해 어디로 간지 모른다. ‘공포의 핵균형’ 어떤 방안들이 있나
①독자 핵무장
여론 조사상 국민 다수는 핵무장을 지지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독자적인 대응 능력을 갖출 수 있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NPT 가입 후 탈퇴한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
미국 등 국제 사회의 제재를 감수해야 한다. 자칫 한·미 동맹에 금이 갈 수 있다. 이에 따른 경제적 불이익도 매우 크다.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등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박정희 정권 때 핵 개발을 추진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좌절된 바 있다. 미국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동북아 핵 도미노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반대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이런 방식은 아예 제외하고 있다.
②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
미군이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한 것은 1958년이다. 소련과의 핵 경쟁이 달아오르면서다. 주한 미군은 많게는 900기를 배치했다. 철수하게 된 계기는 구소련 해체기를 맞으면서다. 남북한은 1991년 12월 ‘한반도비핵화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한반도 내에 핵무기와 핵 제조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보유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공동 선언 1조엔 ‘남북은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配備·배치)·사용을 하지 않는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듬해 2월 정식 발효됨에 따라 주한 미군의 전술핵도 모두 철수했다.
철수한 주한 미군의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자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미국이 핵 도미노를 우려해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10월 1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무책임하고 위험한 얘기”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③NATO식 핵 공유
이 방식도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기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비핵 NATO 회원국들이 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들은 소련의 핵 위협이 커지고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자 1966년 12월 ‘핵계획그룹’을 만들었다. 회원국 사이의 핵 정책을 기획하고 논의, 결정하는 체제다. 핵 통제권은 미국이 갖고 있다. 다만 유사시 미군 전술 핵무기를 미국과 해당국이 공동 운영하는 방식이다. 1977년 창설된 고위그룹(HLG)의 자문을 받아 의사 결정을 한다.
현재 독일·벨기에·이탈리아·네덜란드·터키 등 5개국이 미국과 핵 공유 체결을 맺었다. 이들 나라엔 미군 전술 핵무기 150~200기가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 방식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유사시 핵 사용에 대한 한·미 간 협의 뒤 한국 전투기에 전술핵을 실어 북한에 투하하는 방식이다. 북한 핵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이 될 뿐만 아니라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자동 개입하는 ‘핵인계철선’ 역할도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핵 공유 못지않게 난관이 많다. 미국이 비확산 기조에 어긋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현재로선 채택 가능성이 낮다.
④미국 핵 전략 자산 순환 배치
괌에 배치된 미국 전술핵의 한·미 공동 사용 방안도 있지만 북한의 핵 공격에 즉각 대응하기 여의치 않아 실효적인 측면에서 택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 내에서 가장 유력하게 떠오른 방식은 항공모함 등 미군의 전략 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배치시키는 것이다. 이런 전략 자산을 한반도 주변 해상과 공중에 끊임 없이 순환 배치한다면 한·미 간 사실상의 핵 공유로 볼 수 있는 강력한 확장 억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군의 전략 자산으로는 항공모함 이외에 B-1B, B-2, B-52 폭격기, 핵추진 잠수함, 전술 핵무기 장착이 가능한 F-22, F-35 스텔스 전투기 등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 전술 핵무기는 폭격기에 장착하는 B61-12, 잠수함에 싣는 W76-2 등이 있다. 이들의 위력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의 절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용이 문제다. 항공모함이 한반도로 출동 때 100억원 안팎 들고 괌에서 오는 B-2, B-52 전략 폭격기는 50억~60억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 비용을 한국에 대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상시적 순환 배치가 된다면 조 바이든 행정부도 상당 부분을 한국에 부담하라고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야당이 반대하면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 항공모함, 잠수함 등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 상시 배치시킬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 도발 등 필요시 전략 무기를 한반도에 보내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 위협에 전략 무기 등 억제력을 동원해 핵우산이 돼 주겠다는 기존 확장 억제 전략을 강화하는 수준에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특정 시점까지 북한이 핵 폐기에 응하지 않으면 전술핵을 재배치하겠다고 공표하는 것은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압박해 협상의 장으로 나오도록 촉진하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북한·중국·러시아가 받으들일 가능성이 낮아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용어 설명
◆전술 핵무기는
전략 핵무기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것과 같이 도시 전체를 날릴 정도의 큰 위력이 있다. 넓은 지역을 초토화시켜 전쟁 판도를 바꾸려는 게 목적이다. 반면 전술 핵무기는 전략 핵무기에 비해 위력이 작다. 개개의 전선에서 적을 공격하는 데 사용된다. 재래식 폭탄으로 파괴하기 어려운 건물 등 특정 목표물을 대상으로 한다.
◆잔략 자산(무기)은
핵추진 항공모함, 핵무기 탑재 대형 잠수함, B-1 B-2 B-52 등 대형 폭격기와 같이 전쟁 수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무기
홍영식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및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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