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2022년 7월 19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2022년 7월 19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G화학이 한국 최초로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미국 혁신 항암제 기업을 인수한다.

LG화학은 미국 FDA 승인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 이하 아베오)’의 지분 100%를 5억6600만 달러(약 8000억원)에 인수 결정했다고 10월 18일 밝혔다. 한국 기업이 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번 인수 결정은 LG화학 바이오사업 40여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정표이자 이 사업이 글로벌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며 “미국 상업화 역량 지속 강화를 통해 현지 매출 확대에 적극 나서고, 항암 중심의 미국 임상 및 허가 역량을 한층 높여 글로벌 혁신 제약사 도약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오는 2002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 보스톤에 설립, 임상 개발·허가·영업·마케팅 등 항암 시장에 특화된 종합적인 역량을 확보한 기업이다. 2010년 나스닥에 상장됐고, 2021년 신장암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포티브다(FOTIVDA)’의 미국 FDA 허가 획득 후 매 분기 견조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성장한 15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2027년 5000억원 매출(미국 증권사 컨센서스 기준)이 전망된다. 현재 진행 중인 ‘포티브다’와 면역항암제의 병용임상 성공 시 치료제의 적용범위가 확장되어 추가적인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

이번 인수·합병은 LG화학이 보유 자산 등을 활용해 미국 보스톤 소재 생명과학 자회사인 ‘LG Chem Life Science Innovation Center(이후 LG CBL)’에 인수 자금을 출자하고, 이후 LG CBL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신규 설립해 아베오 인수·합병을 진행하게 된다.

향후 아베오의 주주총회 과반 승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심의 등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이사회 이후 합병 완료까지 약 3~6개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항암시장 상업화 역량 선제 확보

LG화학은 이번 인수를 통해 단기간에 미국내 항암 상업화 역량을 확보하게 된다. 이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다양한 자체 개발 신약을 출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미국은 보험, 약가제도, 유통구조 등이 국내와 다른 체계로 운영돼 신약 개발 단계부터 현지에 특화된 상업화 역량이 요구된다. 직접 진출 난이도가 높은 시장이지만 항암 분야는 암 전문 소수 의료기관 중심의 판매 조직으로도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LG화학은 성공적으로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 아베오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베오가 판매 중인 FDA 승인 항암 신약 ‘포티브다’는 올해 8월 미국항암치료가이드라인(NCCN Guideline)의 권고 약제 지위(Category 1 Recommendation)를 획득해 신장암 치료제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아베오는 ‘포티브다’ 외에도 임상 3상 진행 중인 두경부암 치료제(Ficlatuzumab) 등 임상개발 단계 항암 파이프라인을 3개 확보하고 있으며, 적기 개발 성공 시 모두 30년 내 FDA 승인이 예상된다.

LG화학은 고형암 세포치료제 등 9개 항암 파이프라인을 포함해 통풍, NASH, 비만 치료제 등 총 20개의 개발단계(전임상 및 임상)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상업화 역량을 조기 확보함으로써 향후 신약 출시 초기부터 시장 진입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추진해왔다. 이번 인수는 신약 부문의 글로벌 사업 기틀을 공고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약 부문의 경우, 항암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글로벌 혁신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아베오의 상업화 및 임상 역량을 내재화해 2027년 생명과학부문 매출 약 2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