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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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가와 유업계가 올해 원유 기본가격을 내년부터 리터(ℓ)당 49원 올리는 데 합의하면서, 유제품 가격이 함께 상승하는 ‘밀크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일 열린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원유 기본가격을 ℓ당 49원 올리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원유 기본가격은 현재 리터(ℓ)당 947원에서 내년 996원으로 리터당 5.2% 상승한다. 지난 2013년 원유 가격 연동제 시행으로 106원(12.7%) 인상된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원유 가격 연동제는 통계청 우유 생산비 지표와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유가공업체가 낙농가로부터 사들이는 원유값을 정하는 제도다. 낙농가와 유업계는 매년 6월부터 원유 가격 협상에 들어간 뒤, 8월부터 새 가격을 적용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낙농제도 개편으로 협상이 길어지면서 이달 들어서야 가격 인상안이 확정됐다.

이번 원유 가격 인상으로 식품업계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재료값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우유 등 시중에 유통되는 유제품 가격도 잇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우유 가격이 1ℓ당 500원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전망이 현실화되면 우유 가격은 현재 소비자가 2700원에서 3000원 이상까지 상승하게 된다. 이미 지난 2018년 원유 가격이 1ℓ당 21원 상승했을 당시 우유 가격은 200원 인상된 사례가 있다. 유제품 뿐만 아니라 빵과 과자, 아이스크림과 같은 가공식품 가격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높다.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을 취급하는 커피 프랜차이즈 등의 가격 인상도 우려된다.

정부는 이번 원유 가격 인상으로 유제품과 가공식품 가격이 덩달아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현상이 최소화되도록 인상 자제 요청을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식품업계의 가격 조정 흐름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여러 식품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흰우유 가격은 덜 인상하고 가공제품은 추가적인 인상을 자제하면서 인상 폭을 최소화하도록 요청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음용유 소비량이 지속해서 줄고 있고 멸균유 수입량이 올해 3만t(톤)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며,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며 "업체에서 유제품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한다"고 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