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인 시와 경영 노하우를 엮은 탁월한 인문 경영 에세이

[서평]
이 시대 리더들에게…시로 배우는 인생 수업
리더의 시, 리더의 격
고두현‧황태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9000원


시인과 경영인은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매우 닮았다. 둘 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일을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시가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것’이라면 경영은 ‘가장 희박한 가능성에서 가장 풍성한 결실을 이루는 것’이다.

‘리더의 시, 리더의 격’은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기도 한 고두현 시인과 수십 년 동안 여러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황태인 토브넷 회장이 함께 쓴 책이다. 2년 전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뉴스레터로 발행 중인 ‘한경 시 읽는 CEO-고두현의 아침 시편’을 받아보는 수만 명의 회원들 중에 답신을 보내오면서 특별한 인연을 맺은 황태인 회장의 진솔한 글을 함께 엮어 책으로 구성했다.

격려·역경·치유·교감·성찰·해학 등 29가지 키워드를 두 저자가 각기 다른 시각으로 풀어내면서 삶과 일을 성장시킬 주옥같은 통찰을 가장 진솔한 형태로 담아냈다. ‘시와 경영이 만났을 때’라는 콘셉트를 매개로 하나의 키워드를 놓고 비슷하지만 다른 메시지를 전하는 두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2인 2색의 색다른 재미와 생각의 창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예컨대 함민복 시인의 ‘우표’를 읽고 고두현 시인이 그 속에 나오는 우편집배원의 따뜻한 마음에 감복해 편지를 쓴다. ‘격려’가 라틴어로 ‘심장을 내어준다’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 준 시라는 이야기로 포문을 열면 이를 읽은 황태인 회장이 본인에게 따뜻한 격려로 용기를 북돋아 준 인생의 귀인 이야기를 찬찬히 털어놓는다.

또한 고두현 시인이 송나라 시인으로 알려진 증공의 ‘우미인초’라는 옛시를 통해 ‘사면초가’의 유래를 언급하고 항우의 실패 요인으로 인재를 제대로 쓸 줄 몰랐던 점을 이야기하면 황태인 회장 역시 자신이 동양그룹에 전문 경영인으로 처음 발탁됐을 때의 일화를 털어놓으며 ‘인재 경영이 곧 기업의 시작이자 끝’임을 설파한다.

이처럼 책에는 한 번쯤 들어 봤을 주옥같은 현대 시는 물론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했던 옛시들도 만날 수 있다. 무심코 지나쳤을 책 속의 한 구절, 지인과의 담소, 우연히 목격하거나 경험한 일 등 우리 일상의 곳곳에서 화두를 발견하고 있는 저자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다양한 독서의 경험과 연륜의 흔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품격을 뜻하는 ‘품(品)’에는 ‘입 구(口)’가 세 개나 있습니다. 평생 주고받는 말과 평판이 쌓여 인격을 이룬다는 뜻이죠. ‘격(格)’은 나무(木)가 각각(各) 똑바로 자라도록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서양의 격(dignity)도 ‘여러 사람을 위한 명예로운 가치’를 가리킵니다. 시(詩)와 품(品)과 격(格)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것이 입(口)이군요. 언어(言語)라는 단어도 입(口)이 세 개 들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시인 소포클레스가 ‘격과 지혜(시)는 세상의 모든 부를 뛰어넘는다’고 말한 것 역시 이런 원리이지요.” (본문 중에서)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지혜가 만나는 접점에서 새로운 통찰의 문이 열린다. 위기일수록 수많은 리더들이 인문학적 통찰에 주목해 온 이유다. 삶을 살다보면 일을 하다보면 어렵고 힘든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평소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함께 웃고 함께 대화하며 살아가는 듯하지만,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직업인들은 때때로 일상이 버거울 때가 많다. 내 마음 한 조각을 알아봐주는 작은 글귀 하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시대 리더들 혹은 앞으로 리더가 될 사람들에게 인문학적 사색과 함께 위로와 공감이 돼 주는 책, 한 편의 시를 읽고 나누며 인생 속 해답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 두 저자의 글에서 일과 삶을 일깨우는 지혜와 덕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혜영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