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온리 프라이스 1등급 우유’ · GS25 ‘브레디크’, 우유 · 빵 카테고리에서 1등 제품으로

[비즈니스 포커스]
GS25의 브레디크 하루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올해 무려 75.7% 증가하며 점포의 새로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제공
GS25의 브레디크 하루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올해 무려 75.7% 증가하며 점포의 새로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제공


롯데마트는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자체 브랜드(PB : Private Brand) 상품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0% 이상 증가했다고 11월 9일 밝혔다.

롯데마트는 현재 1100여 개의 PB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중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한 PB는 ‘온리 프라이스(Only Price) 1등급 우유’다. 해당 제품은 롯데마트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2개 묶음에 3500원(930mL 기준)에 판매되고 있다. 한 팩당 1750원꼴로 일반 제조사들이 판매하는 우유의 ‘반값’이다. “1등급 원유를 사용해 품질이 좋은 데다 가격까지 저렴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롯데마트 관계자는 말했다.

GS25도 PB의 선전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PB 베이커리 ‘브레디크’다. 브레디크는 2021년부터 GS25가 선보인 PB 브랜드다.

브레디크의 하루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올해 무려 75.7% 증가하며 점포의 새로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브레디크는 유명 베이커리 못지않은 제품력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PB’”라며 “PB 치고 가격은 비싸지만 유명 베이커리에서 판매되는 빵과 비교하면 훨씬 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 업체들의 PB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싼 가격’만을 무기로 내세웠던 PB의 ‘질’이 대폭 업그레이드된 것이 배경이다. 특히 ‘월급 빼고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는 고물가 시대를 맞아 가성비뿐만 아니라 가심비까지 장착한 PB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실적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온리 프라이스 1등급 우유’나 ‘브레디크’처럼 점포 내에서 카테고리별 매출 1등을 기록 중인 제품들도 등장했다. 이른바 ‘스타 PB’ 전성시대다.시작은 ‘가성비 제품’에서당초 PB는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었다. 일반 제조사가 만든 제품들의 가격의 평균값을 낸 뒤 이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해 PB를 출시해 왔다. 생산은 전문 제조사가 맡아 선보인다. 원재료 가격을 낮추고 유통 경로를 줄여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싼값에 승부수를 던진 제품이 바로 PB다.

그동안 PB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저렴한 가격에 호응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하지만 품질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PB를 외면하는 소비자들이 더 많았다. 유통업체들의 PB 매출은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반짝 인기’를 끌다가 이내 수그러드는 흐름을 이어 왔다.

이런 추세는 유통 업체들이 자사의 PB를 키우기 위한 전략을 급선회하며 뒤바뀌기 시작한다. 쿠팡과 같은 거대 이커머스의 등장으로 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찾는 발길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 이유다.

고객의 발길을 그러모으기 위해 대형마트·편의점 등의 유통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라도 품질을 높인 PB를 잇따라 내놓았다. PB를 일종의 모객을 위한 무기로 삼은 셈이다. 가성비의 대명사였던 PB가 가심비까지 장착한 배경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판매 중인 PB들을 보면 가격 경쟁력은 예전보다 떨어지더라도 뛰어난 제품력을 앞세운 것이 특징”이라며 “소비자들 또한 한 유통 업체에서 판매하는 PB를 구매하기 위해 해당 기업이 운영하는 점포를 찾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롯데마트와 GS25뿐만이 아니다.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도 PB를 앞세워 모객이 한창이다. 대표 상품은 ‘노브랜드 닭꼬치’다.
CU의 PB 맥주인 곰표 밀맥주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CU의 PB 맥주인 곰표 밀맥주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특유의 맛과 저렴한 가격에 노브랜드 전체 1300여 상품 중 매출 1위에 올랐다. 이마트에 따르면 2019년 출시된 노브랜드 닭꼬치는 2021년 200만 개가 넘게 팔리며 매출 25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가격은 800g(20꼬치)에 1만2980원으로 개당 가격으로 보면 약 650원 정도다.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닭꼬치가 약 2000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3분의 1 가격에 불과하다.“가격·품질 좋아 소비자 더 많이 찾을 것” 노브랜드 닭꼬치는 해외 직소싱을 통해 가격을 낮춘 사례다. 이마트 해외소싱팀에서 태국 현지 업체와 직접 손잡고 저렴한 인건비, 대량 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 유통 단계 축소를 통해 원가를 낮춤으로써 좋은 품질에도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품질’ 하나만으로 특정 카테고리 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PB도 있다. CU의 대표 PB ‘곰표 밀맥주’를 꼽을 수 있다.

CU가 2020년 출시한 곰표 밀맥주는 편의점 수제 맥주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올해 누적 판매량 3400만 개를 돌파했다.

지난 2년간 하루에 약 4만7000개씩 팔린 셈이다. 현재 곰표 밀맥주는 CU의 캔맥주에서 카스에 이어 매출 2위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종류의 수입 맥주들을 누르고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CU 관계자는 “곰표 밀맥주 값은 한 캔에 3000원으로 일반 맥주와 비슷하지만 뛰어난 맛을 인정받아 매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앞세워 일반 제조사보다 비싼 값에 승부수를 던진 PB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초 배우 김수미 씨와 함께 PB 상품인 ‘수미네 묵은지김치찌개라면’을 출시했다. 가격은 1800원으로 일반 컵라면보다 비싸지만 차별화된 레시피로 만든 국물 맛과 식감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가성비 더하기 가심비’…품질 올린 PB 상품 전성시대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고품질의 PB 상품이 새로운 개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며 “수미네 묵은지김치찌개라면 역시 롯데 중앙연구소에서 품질 안정성 검사를 실시한 끝에 내놓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렇다고 PB의 가격 경쟁력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유통 경로를 줄이고 포장이나 마케팅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덜한 만큼 일반 제품과 같은 값이어도 질적인 측면에서 더 좋은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PB의 인기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에서는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면서 값싸고 질좋은 PB를 선택하는 고객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5.7% 상승했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률은 8월부터 3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식품 기업들이 최근 자사 제품 가격을 연이어 올리고 있는 만큼 가격과 품질을 앞세운 PB를 찾는 소비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