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한신평 등 신평사 부정 평가, 증권사도 실탄 확보에 총력

[비즈니스 포커스] 빨간불 켜진 증권업
내년에도 빨간불 켜진 증권업
“사업 환경 비우호적
실적 방향 저하
등급 전망 부정적.”


한국기업평가가 내놓은 2023년 증권업 전망이다. 은행과 보험사가 비교적 파란불에 그쳤다면 증권사는 산업 평가 기준인 사업 환경, 실적 방향, 등급 전망 등 모든 부문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증권업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부동산 금융의 건전성이 저하되면서 자기자본투자(PI) 손실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기평과 한신평 등 주요 신용 평가사들이 잇달아 증권사의 2023년 신용 전망에 부정적인 평가를 냈다.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문제의 주요 원인이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평가기준실 전문위원은 “2022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투자은행(IB)의 수익이 증권사 실적을 보완했는데 하반기 부동산 PF 시장이 위축되면서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업황 저하로 실적 저하 폭이 상대적으로 크거나 최근 PF 우발 채무, 유동성 위험이 크게 확대되는 곳 등은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 절차를 진행했고 케이프투자증권은 법인부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그 대신 IB와 PI 부문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형사인 KB증권 또한 최근 1982년생 이상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회사 인력 구조 개선을 위한 희망 퇴직을 실시했다. 2020년 이후 2년 만이다. 모 증권사는 대규모 감축 지라시가 돌았지만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중소 증권사들은 자산 매각 등으로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자회사 다올인베스트먼트와 태국 법인 매각을 통해 자금 마련에 나섰다. 회사 측은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고금리 상품 출시로 실탄 확보에도 나섰다. 타 금융권보다 높은 최대 8.5% 수준의 확정 급여형(DB) 퇴직연금 상품을 출시하는 등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금융권의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금리는 평균 5.68%이지만 증권사가 평균 6.34%로 가장 높다. 이어 저축은행 5.98%, 생명보험 5.55%, 손해보험 5.42%, 은행 5.13% 순이다. 다올투자증권은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 DB 상품에 8.5%의 금리를 제시했다. 이 밖에 SK증권·유진투자증권·키움증권도 고금리 상품을 출시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서 증권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단기 자금 시장 경색과 유동성 동맥경화가 장기화될 때 증권사들의 첫째 대응 전략은 인력 구조 조정”이라며 “최근 수년간 증권사들은 신규 딜 증가에 발맞춰 꾸준히 인력 자원을 강화해 왔지만 지금은 시장이 얼어붙었다. 판관 비율이 높은 증권사일수록 전사적인 구조 조정 움직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 조정과 정부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자본 잠식에 이르는 증권사들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개연성이 크다”며 “잠재 매수자는 증권 자회사가 없는 금융지주사 또는 사모펀드(PE) 등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