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신차·중고차 인기 ‘뚝’
자동차 할부, A to Z
최근 자동차 할부 금리가 연초 대비 3~4배 높아지면서 ‘신차 포기’를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금 사면 똑같은 자동차를 비싼 이자를 내고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A 씨는 구매 계약을 금리가 낮은 연초에 했는데 왜 신차를 포기하려는 것일까. 또 이따금씩 주변에선 무이자로 자동차를 샀다는 상반된 말도 들려 헷갈린다. 고금리와 자동차 할부를 둘러싼 궁금증을 정리했다.
-자동차 대출이 뭔가요.
자동차를 살 때 거액의 돈이 들어가는 만큼 대출을 받아 할부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 자동차 구입 비용을 계산할 때 제품 값에 세금과 이자까지 더해야 실제 지출금이 나오는 셈이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중 뭘 선택했어?” 집을 사거나 자동차를 살 때 듣는 질문이다. 금융 상품은 금리의 변동을 기준으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로 구분된다. 변동금리는 대출하거나 예금할 때 약정한 금리가 시장 상황에 따라 일정 주기별로 변하는 금리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항상 시중 은행들이 뒤를 이어 대출 변동금리를 올린다.
반면 고정금리는 처음 약정한 금리가 만기 때까지 유지되는 금리다. 자동차 대출은 대부분 고정금리 상품이다.
-금리 인상기 때 계약 취소가 늘어나는 이유는 뭔가요.
자동차 할부 금리는 계약 시점이 아닌 출고 당시 금리로 정해진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와 캐피털사의 신차 기준(그랜저‧현금 20%‧만기 36개월) 자동차 할부 금리는 연 6.7~11.1%로, 상단이 11%대를 돌파했다.
만일 연초 자동차를 계약한 사람이 최근 차를 인도받는다면 이자 부담이 4배 정도 커진다. 예컨대 2022년 초 차량 가격 5500만원인 제네시스 GV70를 계약하며 이 중 20%를 현금으로 선납하고 나머지 80%를 금리 2%에 36개월 할부로 결제한다면 매달 내야 할 금액은 약 126만원이다. 이자만 따지면 3년간 총 137만원이다.
하지만 금리가 3배 이상 오른 현시점에서 같은 차량을 7% 할부로 결제하면 매달 136만원을 내야 한다. 이자는 3년간 총 491만원이다. 신차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다. 고금리 기조에 장기 대기자까지 잇달아 계약 취소에 나서는 이유다. -출고 대기기간이 줄어드나요.
일부 자동차의 출고 대기 기간이 줄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일부 완화되고 신차 구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다.
최근 출시된 신형 그랜저는 출고 대기 기간이 1년 이상이었지만 2022년 12월 들어 8~11개월로 단축됐다. 현대차 아반떼와 산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은 각 24개월에서 20개월로 줄었다. 제네시스 GV80 디젤 모델은 14개월에서 10개월로, G80 모델은 10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됐다.
-무이자 할부로 산 경우도 있던데요.
경기 침체로 신차 주문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자 한국 완성차업체들이 현금 할인과 저금리 프로모션을 내세워 고객 잡기에 나섰다. 콧대 높던 수입차들도 무이자 할부 등 파격 조건을 제시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를 구매하면 100만원의 할인을 제공한다. 이전에 캐스퍼 신차를 계약했더라도 기존 계약을 해약할 필요없이 기획전 차량 구입이 가능하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2022년 11월부터 시작한 할부 프로그램을 12월에도 이어 간다. 회사는 전 차종을 대상으로 최대 36개월 4.9% 할부를 적용하고 있다. 48개월은 5.9%, 60개월 6.9%다.
한국GM의 쉐보레는 대형 SUV 트래버스 구입 시 콤보 할부 프로그램(현금 지원과 할부 혜택이 결합된 방식)을 이용하면 최대 400만원의 현금을 지원한다. 선수율에 따라 최대 72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이나 2.9%의 이율로 최대 72개월 할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마세라티는 2022년 12월 한 달 동안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기블리·르반떼·콰트로포르테 등 2022년식 차종이 대상이다. 선수금 30%를 납부하고 마세라티 제휴 금융사를 이용하면 24개월 무이자 할부가 적용된다.
캐딜락은 XT5를 구매하면 선수금 30%에 48개월 무이자, XT6는 선수금 30%에 36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저금리 할부를 선택하면 현금을 할인해 주는 선택지도 있다.
-자동차 구매가 정말 줄었나요.
신차 계약을 했다가 취소하는 경우가 대리점에 따라 최대 30%에 육박한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는 숫자로도 나타났다.
자동차 통계 업체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11월까지 개인 구매자의 신차 등록 대수는 승용차‧개인 자가용 기준 87만2930대로 집계됐다. 전년도 같은 기간 신차 등록 대수(95만5400대) 대비 8.6% 줄었다.
2022년 월간 신차 등록 대수가 7만~8만 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신차 등록 대수가 100만 대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신차 등록 대수는 9년 만에 100만 대를 밑돌게 된다.
-불황인데 중고차 시장이 왜 암울한가요.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중고차 시장은 ‘웃돈을 줘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한국 완성차업체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신차 출고가 지연됐고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금리가 연이어 치솟자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중고차 구매자들은 대부분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경우가 많아 추가 비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12월 중고차의 평균 대출 금리(36개월 할부 기준)는 약 18%다. 법정 최고금리인 19.9%에 육박하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중고차 가격이 떨어지는 위험 신호도 감지되면서 업계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진다. 중고차 가격이 올랐을 때 사들였던 재고들이 쌓이며 폐업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중고차는 불황에 더 잘 팔린다.” 이제 옛말이다.
-고금리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카드사와 캐피털사도 대출을 해주기 위해 돈을 끌어와야 한다. 그런데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드는 비용이 하반기 이후 급격히 늘고 있다. 2022년 본격화된 기준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한 채권 시장 경색 현상이 여신전문채권(여전채) 금리 인상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와 캐피털사는 주로 여전채로 자금을 조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2년 12월 19일 기준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5.572%로 연초(1월 19일 기준) 2.610% 대비 약 3%포인트 상승했다.
2023년 상반기까지 금리가 떨어질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자동차 할부 금리는 당분간 고공 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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