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대 높은 델라라나·일라일에 투자해 매출 확대 계획…‘선택과 집중’에서 ‘외형 키우기’로 전략 전환

'외형 확장' 신세계인터내셔날, 여성복 고급화 성공할까
신세계의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해 외형 확장을 선언했다. 목표는 ‘5·5·5’다. 여성복 사업에서 5년 내 빅5 브랜드를 만들어 연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대표 여성 브랜드로 꼽히는 스튜디오 톰보이·보브보다 가격대가 높은 델라라나·일라일을 적극적으로 키워 실적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매장을 철수하고 브랜드를 정리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환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재도전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5·5·5’ 전략 통해 포트폴리오 다변화 도전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자체 여성복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키운다. 스튜디오 톰보이·보브·지컷·델라라나·일라일 등 5대 여성복 브랜드를 앞세워 매출 규모를 1.5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여성복 사업은 지난해 3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1조4306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21%다. 패션 사업부문 내에서는 30% 수준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매년 패션 사업부문에서 약 1조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은 수입 의류(해외 패션)에서 발생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의 경쟁력은 비교적 약하다는 의미다.

올해는 자체 브랜드 중심의 외형 확장 전략을 들고나왔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 델라라나와 일라일을 적극 육성해 현재 스튜디오 톰보이·보브·지컷 등 여성 캐주얼 빅3 중심의 여성복 사업을 빅5 구도로 만들어 사업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델라라나와 일라일은 기존 핵심 브랜드 대비 매장 수가 적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톰보이는 127개(백화점 122개, 대리점 5개), 보브는 103개(백화점 54개, 아울렛 48개), 지컷은 79개(백화점 51개, 아울렛 27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반면 델라라나는 12개(백화점 9개, 아울렛 3개), 일라일은 16개(백화점 15개, 아울렛 1개)에 불과하다. 델라라나는 4분기 백화점에 1개 매장을 추가해 총 13개를 운영하지만 여전히 적은 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부터 델라라나와 일라일의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확장한다. 향후 계획은 이 두 개 브랜드를 앞으로 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로 만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해 설비 투자액은 930억원이다. 판매 시설 확충을 통한 장래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예산 가운데 570억원은 신설 투자다. 이 금액은 인테리어 등 매장 오픈에 활용할 계획이다.

우선 델라라나의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선다. 럭셔리한 분위기와 스타일링이 강점인 델라라나의 소재를 고급화하고 액세서리 라인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프리미엄 여성복 시장 내 독보적인 차별성을 구축한다.

일라일은 고급 니트웨어를 전략 제품으로 삼고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한다. 여성스러운 실루엣과 고급 소재를 강점으로 내세워 니트 소재 의류 라인을 확대하고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여성복 시장 내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고가 브랜드는 실적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델라라나 가격대는 아우터 기준 80만~300만원대다. 일라일은 같은 기준으로 30만~100만원대다. 스튜디오 톰보이(10만~70만원대) 대비 고가에 해당한다. 고가 브랜드의 매출이 늘어나면 영업이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외형 확장' 신세계인터내셔날, 여성복 고급화 성공할까
남성복 부문도 외형 확대 나서기존 빅3 브랜드도 더 키운다. 스튜디오 톰보이는 현재 1000억원대의 매출을 5년 내로 2000억원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스튜디오 톰보이를 전개하는 신세계톰보이의 연매출은 2021년 기준 1127억원이다.

1000억원 매출의 보브는 1500억원대 이상으로 볼륨을 확대하고 지컷은 매출 1000억대의 브랜드로 육성한다. 여성복에서 2000억원대 브랜드 1개(스튜디오 톰보이)와 1000억원대 브랜드 2개(보브·지컷)을 확보할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남성복에도 신경을 더 쓸 계획이다. 남성 단독 매장을 선보이며 유통 채널 확대에 주력하기로 했다. 여기에 스포츠·프리미엄 패션 등 2030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맞춘 제품 라인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선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남성복 매출 비율이 여성복에 비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우선, 스튜디오 톰보이가 이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남성복 단독 매장을 오픈하며 남성복사업을 본격 확대한다. 연내 남성복 매장 10개 추가 오픈을 목표로 총 20개까지 늘리며 사업 볼륨화에 집중한다.

다만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전략이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다양한 방식으로 외형 확장을 시도하다가 쓴맛을 본 경험이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0년부터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패션 시장이 침체되자 최근까지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의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전개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개선되자 사업 방침을 다시 ‘외형 확장’으로 선회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새로운 메가 브랜드를 통해 중고가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키울 방침이다.

이에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지금보다 가격대 높은 메가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톰보이와 보브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지만 1000억원대 메가 브랜드로 육성했다”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델라라나·일라일을 한국의 대표 프리미엄 여성복으로 성장시키고 해외 브랜드와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