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가이드북 2주 만에 5억 판매액 올려, 해외에선 연봉 4억원짜리 신직업도 탄생

[스페셜리포트]

“부탁드립니다. 절대 소문내지 말아 주세요. 드디어 가장 최신판 챗GPT 속성 ‘엑기스’. 지금이 아니면 어디서도 만나볼 수 없습니다.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는 챗GPT로 돈 버는 방법까지. 한정 수량으로 소수에게만 공개합니다.” (챗GPT 관련 펀딩 프로그램 소개문 중 발췌) 책부터 유튜브까지, 챗GPT 레드오션온통 챗GPT다. 서점가·학원가·유튜브·크라우드 펀딩까지 챗GPT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실전서가 날개돋친 듯 판매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서 챗GPT는 떴다 하면 ‘완판’이다.
“챗GPT로 돈 버는 시대”…속 빈 강정도 주의해야 [챗GPT 실전편]
해당 펀딩은 5억원 가까이 펀딩에 성공했으나, 펀딩 마감을 하루 앞두고 챗GPT 관련 수익화에 대한 과장 광고 표현 등으로 현재 중단됐다. 사진=와디즈 캡처
해당 펀딩은 5억원 가까이 펀딩에 성공했으나, 펀딩 마감을 하루 앞두고 챗GPT 관련 수익화에 대한 과장 광고 표현 등으로 현재 중단됐다. 사진=와디즈 캡처
머니매그넷의 ‘챗GPT 정복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라플라스텝의 ‘챗GPT부터 수익형 웹 제작까지’ 등 챗GPT 관련 프로젝트들이 목표 금액을 훌쩍 넘기며 펀딩에 성공했다. 와디즈에 따르면 4월 초에만 챗GPT 주제로 4건의 펀딩 프로젝트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들 펀딩 프로젝트 주제는 엇비슷하다. 챗GPT 활용법 또는 챗GPT를 활용해 수익화할 수 있는 법을 담았다고 주장한다. 이전까지 챗GPT가 무엇인지가 화제였다면 지금 시장은 챗GPT를 통해 실제 할 수 있는 일과 이를 통해 부업 또는 창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챗GPT를 통해 사실상 ‘0원’으로 웹 페이지를 제작하거나 광고 마케팅 소재를 제작하는 방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컨설팅받는 방안 등을 소개한다. 외주 업체 고용 시 최소 한 달 이상 300만원대를 지출해야 하는 반면 챗GPT를 통하면 무료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 준다는 내용이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직장인 영지(28) 씨는 “책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겠지만 챗GPT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 구입했다”며 “챗GPT를 업무에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점가도 챗GPT 열풍이다. 온·오프라인 서점 플랫폼인 예스24에 따르면 올 1월 챗GPT 관련 도서 판매량은 전월보다 3.4배 증가했고 2월에는 94.5배 급증했다. 그야말로 ‘챗GPT 배우기’ 열풍이다.

챗GPT가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2월부터 3월 29일 현재 챗GPT 관련 도서만 예약 판매를 포함해 총 84종이 출시됐다. 2월에는 전문가가 챗GPT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 챗GPT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책 등이 주목받았다면 3월에는 챗GPT 활용서, 챗GPT 수익화 가이드 등 챗GPT를 소비하는 방법을 다룬 책들이 화제다.

출판계뿐만이 아니다. 교육계에서도 챗GPT 배우기가 한창이다. 특히 유튜브는 이미 챗GPT 레드오션이다. ‘○○ 전문가가 말하는 챗GPT’, ‘챗GPT 시대 유망 직업은’, ‘돈버는 규칙이 뒤바뀝니다’, ‘90%가 틀리게 쓰는 진짜 챗GPT 활용법’, ‘검색 4번으로 3분 만에 월 100만원 버는 법’ 등 화려한 섬네일들이 클릭을 유도한다.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어떤 영상을 먼저 봐야 챗GPT의 진짜를 배울 수 있을지조차 헷갈릴 정도다. 독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챗GPT란 키워드만 들어가면 조회 수는 ‘K(1000단위)’가 우습다.

전문가 집단이 밀집한 유료 교육 사이트에서도, 오프라인 강연에서도 챗GPT 키워드는 인기 급상승 중이다. 프리랜서 사이트인 크몽에서는 챗GPT 관련 프로그램들이 총 69개를 운영 중이다. 챗GPT 활용·수익화 가이드를 담은 내용들이 주로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외를 막론한다. 해외의 개발자나 AI 관련 전문가들도 챗GPT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챗GPT 배우기 열풍에 일찌감치 ‘선생’이 돼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단, 주의할 점도 있다. 챗GPT 관련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속 빈 강정’도 허다하다. 챗GPT를 사용해 당장 떼 돈을 벌 수 있다고 표현하거나, 엄청난 비법이 있는 것처럼 과장된 표현을 하는 식이다. 출판사의 한 관계자는 “고립 공포감으로 불리는 포모(FOMO) 마케팅을 이용해 챗GPT 관련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혹시라도 뒤처질까봐, 소외될까봐 챗GPT 콘텐츠들을 무작정 구입하지 말고 내용이 충실한지, 얼마만큼 새로운 내용을 담았는지 챙겨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와디즈에서는 챗GPT 관련 펀딩 프로젝트가 중단된 사례도 발생했다. 유명 대학 학생들이 모여 만든 챗GPT 전자책인 ‘챗GPT 초고수의 수익화 비법서’는 펀딩 마감 하루를 남기고, 중단됐다. 중단 사유는 수익화와 관련된 과장 광고 표현이다.

이 프로젝트는 4억8443만원을 돌파했다가, 펀딩 중단 이후 현재 3억7300만원대로 소폭 감소했다. 활용서 1권에 8만9000원, 활용서와 부록을 담은 구성은 15만9000원으로 고가인 편에 속하지만 무려 3000명 이상이 참여하며 목표 금액을 훌쩍 넘겼다. 불과 2주 만에 챗GPT 가이드북으로 4억원 이상을 모집할 정도로 열풍이 분 셈이다(현재 해당 펀딩은 중단되었으며, 마감일자가 연장되어 참여와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AI가 배출한 첫째 직업 ‘AI 조련사’뛰는 놈이 있으면 나는 놈도 있는 법. 챗GPT를 직업으로 삼는 이들도 생겼다. 이른바 AI 시대의 신직업으로 떠오른 ‘프롬프트 엔지니어’다. 이들은 AI가 사실에 더 가까운 답변을 내놓도록 다양한 목적의 명령어(프롬프트)를 만들어 입력하고 테스트하는 일을 한다. 질문자가 어떤 형태로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챗GPT 답변의 질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각광받고 있는 직업이다. AI 시대가 배출한 첫째 직업으로 ‘AI 조련사’로도 불린다.

이미 해외에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되는 법, 프롬프트 엔지니어 학습 가이드 등이 담긴 제작물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구글이 최근 투자에 나선 AI 연구 회사인 앤스로픽의 채용 공고에 따르면 이 회사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연봉은 17만5000달러에서 33만5000달러다. 우리 돈으로 약 2억2800만원에서 4억3650만원 선이다.

앤스로픽 채용 담당자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분야가 생긴 지 2년 미만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고용이 쉽지만은 않다”며 “거대 언어 모델(LLM)이나 이미지 생성 모델에 신속한 엔지니어링을 시연하는 기존 프로젝트를 보거나 아직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방식으로 많은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클로드나 GPT3를 실험하고 일련의 잘 만들어진 프롬프트에서 복잡한 동작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면 엔지니어링 능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앤스로픽 채용 안내문. 사진=앤스로픽 홈페이지 캡처
앤스로픽 채용 안내문. 사진=앤스로픽 홈페이지 캡처
한국에서도 조만간 프롬프트 엔지니어 타이틀의 개발자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AI 스타트업인 뤼튼테크놀로지스는 한국 최초로 프롬프트 엔지니어 채용에 최대 1억원의 연봉을 내걸었다.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는 “미래에는 코딩 지식보다 창의적인 생각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변화하는 시장에 빠르게 대처해 한국에서는 최초로 ‘AI와 대화하는 엔지니어’를 채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도 신직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월 16일 AI가 최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AI에 지시하고 AI와 대화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 육성을 위한 교육 과정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목표한 결과를 얻기 위해 생성 AI에 어떠한 질문을 던지고 질문 과정을 다듬어야 하는지 등의 방법론을 교육·전수하는 과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AI가 최상의 결과물을 내려면 AI 인재 육성이 꼭 필요하다”며 “교육 과정을 대학 등 학교에 둘지와 교육 내용·기간, 민간 활용 연계 방식 등은 정책 연구를 통해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박스] 챗GPT, 독자들이 엄선한 콘텐츠는 망망대해다. 챗GPT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어떻게 쓰는지, 어떤 형태로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모르면 내게는 아무 의미 없는 인공지능(AI)일 뿐이다. 이왕 쓴다면 가장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책·유튜브·강연 등 이미 독자들의 ‘엄지 척’을 받은 콘텐츠들을 소개한다.
“챗GPT로 돈 버는 시대”…속 빈 강정도 주의해야 [챗GPT 실전편]
①유튜브-챗GPT 완벽정리, 입문부터 심화까지

언더스탠딩이 제작한 ‘챗GPT 완벽정리, 입문부터 심화까지’ 편은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가 말하는 챗GPT의 모든 것을 담았다. 이 대표가 “챗GPT뿐만 아니라 대화형 인공지능(AI)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을 만큼 챗GPT의 원리부터 챗GPT가 돈을 버는 법까지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레전드 강의’, ‘유튜브의 순기능’이란 댓글이 담길 정도니 믿고 클릭해 볼만하다.
“챗GPT로 돈 버는 시대”…속 빈 강정도 주의해야 [챗GPT 실전편]
②도서–한경무크 챗GPT 2023

‘한 권으로 마스터하는 챗GPT 2023’은 챗GPT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줄 책이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는 어떤 기업인지, 챗GPT의 기반이 된 생성 AI와 초거대 AI의 개념은 무엇인지, 이를 산업 분야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고 관련 업계의 움직임은 어떠한지 등 생성 AI의 개념은 물론 관련 업계 현황을 알차게 담았다. 생성 AI에 대한 높은 관심만큼이나 투자 열기 또한 뜨겁다.

이 책은 생성 AI 관련 투자 기회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 눈여겨보면 좋은 기업도 소개한다.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엔비디아 등 관련 빅테크 톱10 기업과 미래에셋증권유진투자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이 분석한 26개의 생성 AI 관련 종목 정보를 꼼꼼히 분석했다.
“챗GPT로 돈 버는 시대”…속 빈 강정도 주의해야 [챗GPT 실전편]
③강의–유데미 ‘챗GPT 마스터클래스’

미국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유데미(Udemy)에서는 초보자부터 전문가를 위한 챗GPT 유료 강의가 시리즈로 개설돼 있다. 초보자를 위한 가이드부터 업무 자동화나 웹 개발, 솔루션 및 앱 개발, 코딩 실습, 영어 공부법, 비즈니스 전략 등이 강연의 주 내용이다.

이 회사에 따르면 4000개 이상 판매됐다. 한글 자막도 있으니 영어를 못해도 걱정 마시라. 단, 기자도 코딩편을 구매해 봤는데, 실제로 따라하려니 어려웠다. 챗GPT 초보라면, 조금 더 기초를 이해하고 도전해 보자.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