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브랜드만의 개성 만점 'B급 마케팅'으로 인지도 높여
=해외에서도 온라인 현지 마케팅으로 성공‥일본 매출 1위 기록
=코스닥 상장 후 대중 브랜드로 도약, 비건 화장품 시장 개척
마녀공장은 무명의 인디 브랜드에서 시작해 연매출 1000억원대의 중견 브랜드로 성공한 사례다. 그 배경에는 초창기 20대 초반 여성을 타깃으로 확고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012년 3월 마녀공장이 설립되던 당시 화장품 시장에는 새로운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온라인 채널이 확대되면서 소자본으로 화장품을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다. 온라인 시장이 열리기 전 한국 화장품 시장은 중저가 원 브랜드 숍의 전성시대였다. 하지만 2017년 중국 사드 보복 조치로 한국 화장품 회사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임대료 부담 증가와 최저 임금 인상으로 매장 수익은 날로 악화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매장 수는 2021년 3300여 개로 3분의 1로 감소했다.
브랜드 숍의 빈자리는 올리브영·롭스 등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가 대체했다. H&B 스토어는 다양한 신생 벤처 브랜드를 소개하는 창구로서 화장품 유통 시장의 중심축이 됐다. 과거에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개수와 핵심 상권의 입지가 화장품 산업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지만 온라인 시대가 열리면서 신규 브랜드의 진입이 수월해졌다. 여기에 한국콜마·코스맥스 등과 같은 화장품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업체의 성장도 화장품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브랜드와 아이디어 경쟁력만 있다면 대규모 생산 설비가 없어도 외주 업체에 생산을 맡겨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됐다.
화장품 회사들은 매장 운영비를 줄이고 신제품 개발과 온라인 마케팅에 주력했다. 벤처캐피털로 투자를 유치하고 소자본으로 창업하는 벤처기업도 생겨났다. 그 결과 화장품 시장의 무게 중심이 원 브랜드 숍에서 인디 브랜드로 이동했다.
마녀공장은 수많은 신생 브랜드 중 소비자에게 각인되기 위해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마케팅으로 승부했다. 동화 속에 나오는 마녀와 마법 등 제품의 효능을 알릴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해 이목을 끌었다. 다소 유치하지만 젊은층을 겨냥한 B급 감성 마케팅은 초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생명력이 짧은 다른 벤처 브랜드와 달리 마녀공장이라는 이름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다.◆ 건강한 클린 뷰티 시장 집중 공략 마녀공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피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자 기능성 스킨케어와 클렌징 화장품 등 ‘클린 뷰티’ 시장에 집중한 것이다. 마스크 착용으로 색조 화장품 수요가 줄고 피부 본연의 건강을 관리하고 보호해 주는 제품 판매가 증가했다. 화장품 회사들은 피부 자극을 완화하는 기초 소재와 피부 면역과 장벽을 강화하는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마녀공장은 ‘가치 소비’와 ‘지속 가능성’이 화장품 시장에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한 것에 주목했다. 소비자들은 인체에 무해한 성분인지, 환경과 동물까지 고려한 제품인지 따졌다. 클린 뷰티는 제품의 성분뿐만 아니라 동물 실험을 반대하고 식물 성분을 사용하며 화장품 처리물에 대한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활동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클린 뷰티는 국내외 화장품업계의 핵심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컨설팅 업체 브랜드에센스에 따르면 2020년 클린 뷰티 시장 규모는 약 54억 달러(약 6조원)로 추정된다. 매년 12.07% 정도 성장을 거듭해 2027년에는 116억달 러(약 13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마녀공장은 자연주의 성분에 기반한 고기능성 클렌징 제품, 스킨케어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발효 추출물에서 찾아낸 미백 성분을 활용한 클렌징 오일이 대성공을 거두며 설립 5년 만에 14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제품력을 인정받자 그 뒤로는 탄탄대로였다. 한때 ‘마스크팩 신화’로 불리며 기업 가치 1조원대로 평가됐던 엘앤피코스메틱이 2018년 11월 마녀공장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엘앤피코스메틱은 마스크팩 ‘메디힐’이 중국에서 히트하면서 연매출 40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로 매출이 반 토막이 난 상황이었다.
마녀공장은 엘앤피코스메틱의 글로벌 진출 경험을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류와 K-뷰티의 흥행을 기반으로 일본의 큐텐, 미국의 아마존·소피 등 해외 유통 채널을 뚫었다. 마녀공장은 해외 시장 진출 초기부터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본사가 직접 개척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국가별 거점 없이 한국 본사에서 마케팅과 영업 활동을 총괄해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전략은 코로나19 사태 때 빛을 발했다. 온라인 중심의 현지화 전략으로 일본 큐텐의 분기별 가장 큰 프로모션인 메가와리에서 주력 제품인 갈락 나이아신 에센스가 단일 품목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마녀공장의 수출액은 전체 매출의 55%인 563억원에 달한다.
마녀공장은 이달 코스닥시장 상장으로 대중적인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희망 공모 가격은 1만2000~1만4000원, 예상 시가 총액은 1965억~2292억원이다. 기업 공개로 240억~280억원을 조달해 신제품 개발과 운영 자금에 투입한다.
해외 진출에도 투자한다. 지난해 10월 일본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중국·유럽·미국·러시아·동남아시아 시장 등 65개국에서 마녀공장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향후 비건 화장품과 색조 화장품 등 제품군을 확대하고 해외 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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