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 불안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일본,
코로나19 충격으로 상대적으로 회복세가 더뎠지만
내수 경기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 지속

[경제 돋보기]

미국발 은행 예금의 대량 인출 사태의 여파가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운 가운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 히로시마 정상회의를 포함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금융 안정화 방안이 계속 논의되고 있다. 선진 각국은 미국 은행의 파탄 계기가 된 예금의 대량 인출 사태를 부채질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인터넷 뱅킹의 영향력 확대 등 새로운 금융 환경에 대응해 금융 제도와 감독상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은행 감독 강화 차원에서 중견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건전성 심사 확대, 디지털 금융 시대에 맞는 현금·자본 확충 기준 강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신용 불안 시에도 자력으로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성 자산 보유 의무 강화, 디지털 금융 리스크에 상응하는 예금 보험 규모 확대 및 보험료 인상 대책 등이 검토 대상이다.

또한 선진국발 글로벌 금융 불안은 개도국의 채무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금융 불안과 세계 경제의 둔화로 인해 누적 채무국의 어려움을 사전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채무 재조정 등의 선제적인 조치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와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G7과 함께 거대 신흥국을 포함한 G20 차원의 협력이 강화될 필요가 있지만 미·중 패권전 격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중국·러시아와 G7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어려움이 있다. 세계 경제의 부분적인 분단이 심화되는 방향 속에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기 쉬운 부작용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패권이 약해져 세계 질서가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1929년 대공황이 발생한 이후 세계 경제가 블록 경제로 분단돼 금융 불안과 경제 부진이 장기화된 시기가 있었지만 현재와 같은 추세로 미·중 패권전의 격화와 함께 보호 무역주의도 강화되고 세계 경제의 분단화가 점차 심해지면 글로벌 금융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 있다. 그러한 의미로 히로시마 G7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시와 같이 보호주의에 맞서겠다는 공동 성명이 빠진 것은 대단히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과거 냉전 시대와 같이 글로벌화 수준을 낮추고 각국이 금융 규제, 자본 통제를 강화하면서 대응하는 방법도 있지만 세계 최대의 채무국인 미국이 세계 각국과의 자유로운 단기 자본의 유출입을 통해 달러화 기축 통화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단기 자본에 대한 국제적 규제 강화에는 치명적인 한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은 미국발 금융 불안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상황이고 닛케이 주가 지수는 5월 17일 1년 8개월 만에 3만 엔대를 회복했다. 일본 경제는 그동안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더뎠지만 금년 1분기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6%(전 분기 대비 연율, 속보치)를 기록하는 등 완만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의 부진으로 인해 일본의 수출이 부진하고 무역 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내수 비율이 높은 일본 경제는 코로나19 사태의 완화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가 확대되고 있고 올해도 1%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글로벌한 금융·경제 불안과 미·중 패권전 격화 속에서 미국은 과거 냉전기에 일본 경제를 지원한 바와 같이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에 대한 미국 상무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고 있고 지난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때는 미·일 대학과 기업이 반도체·양자 기술의 공동 개발에 290억 엔을 공동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의 수출 경쟁력이 최근 약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 부활, 양자 기술 개발 등 새로운 산업 경쟁력의 회복 시도가 강화되고 있고 미·중 패권전의 격화 속에서 미·일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 일본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
글로벌 금융 불안 대처 속 일본 경제의 선방[이지평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