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해외 주식]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 본사. 사진=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 본사. 사진=연합뉴스

오라클의 2023 회계연도 4분기(5월 결산) 실적은 클라우드 지표가 기대치를 크게 웃돌면서 매출과 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 상승한 138억 달러, 조정 영업이익은 12% 오른 62억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8% 오른 1.67 달러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오라클 실적에서 가장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은 오라클이 그동안 전화 회의를 통해 강조해 온 ‘클라우드 사업 경쟁력 강화’가 실적을 통해 입증되는지 여부다. 4분기 실적은 오라클이 클라우드 서비스 종류인 서비스형 인프라스트럭처(IaaS)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전반에 걸쳐 경쟁사 대비 선전하면서 클라우드 시장에서 과거 대비 뚜렷하게 입지를 굳히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4분기 클라우드 매출은 44억 달러로 55% 증가했고 의료 데이터 관리 기업인 서너(Cerner) 인수 효과를 제외하면 38억 달러로 33% 성장했다. 2023 회계연도 연간 기준 클라우드 매출은 서너를 제외하고 136억 달러로 29% 성장했다. 오라클이 연초에 제시했던 ‘연간 기준 클라우드 성장 30% 이상’ 가이던스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현재 매크로 상황에서 4분기 클라우드 성장이 33%로 가이던스(30% 이상)를 크게 웃돈 점은 주목할 성과로 판단된다.

클라우드 매출 중 인프라 서비스 부문인 IaaS 매출은 14억 달러로 77% 증가하며 전 분기(+57%) 대비 성장 속도를 높였다. 소프트웨어 서비스인 SaaS 매출은 30억 달러(+47%)이고 서너를 제외하면 24억 달러로 17% 증가했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선전 요인은 첫째, 지난 몇 년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인프라 시스템 투자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원격 직접 메모리 엑세스(RDMA)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고속의 성능을 보유하면서도 여전히 매력적인 가격 경쟁력이 점유율 확대 요인이다. 오라클은 특히 클라우드 리전이 41개로 클라우드 사업자 중 가장 많은 리전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사 대비 작은 규모의 리전 전략은 경쟁사가 커버하지 못하는 지역을 담당하고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강점이 효과를 내고 있다. 오라클 클라우드의 또 다른 선전 요인은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 효과다. 오라클은 엔비디아와 인공지능(AI) 개발과 서비스 구축에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엔비디아는 오라클의 IaaS 서비스인 Gen2 OCI를 기반으로 AI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사업 확대는 오라클 클라우드에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고 이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라클은 지난 몇 년간 적극적인 클라우드 사업 확대 전략을 펼쳐 왔고 그 효과가 서서히 실적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클라우드 IaaS 시장점유율은 아마존을 비롯한 빅3 대비 여전히 크게 낮은 수준이지만 오라클의 강점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인적자원관리(HCM), 재무 관리 등 전략적인 백오피스 애플리케이션 부문에서 경쟁력 강화, IaaS 부문 가격 매력과 엔비디아와의 AI 개발 파트너십 효과에 따른 시장점유율 상승, 레거시 기반 데이터베이스 고객의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베이스 전환에 따른 수혜가 2024 회계연도에도 오라클의 실적을 견인할 요인으로 기대된다.

실적 발표 전부터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는 신고점을 경신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12M FWD PER)은 21배로 5년 밴드 상단 수준이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사업 잠재력과 향후 중·장기 클라우드 시장 성장 가속화를 고려하면 오라클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간 클라우드 실적 전망 관련 분기별로 추정 정확도가 다소 고르지 않다는 점, 클라우드 매출 비율이 31%로 아직은 충분히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분기별 변동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하나증권 보고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