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일정 구체화한 것과 달리 ‘하반기’ 출시 고수…향후 실적의 향방 좌우할 것

[비즈니스 포커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한국경제신문)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한국경제신문)
한국은 인공지능(AI) 기술로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초거대 AI 보유국이다. 하지만 ‘초거대 AI 보유국’이란 명칭이 무색하게 포브스 선정 AI 유망 기업 50곳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아직까지 없다.

챗GPT(오픈AI)와 바드(구글) 등 AI는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이들을 개발하거나 협력에 나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등은 AI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가자 정보기술(IT) 산업의 봄날은 끝났다고 했지만 이를 반전시킨 것이 초거대 AI다.

이와 같은 공식이 한국의 기업들에도 적용될까. 하반기 각 기업들의 초거대 AI가 한 단계 발전된 모습으로 선보인다. 당장 8월 네이버를 시작으로 각 기업의 초거대 AI들이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 ‘카카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반기, 한국형 초거대 AI의 격전 시작

한국의 주요 AI 기업이 지난 6월 모여 초거대 AI 기술과 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여기에서 ‘카카오’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경기 성남시 네이버1784에서 6월 29일 ‘초거대 AI 추진 협의회 발족식’을 열었다. KOSA 산하 기구로 초거대 AI 관련 기업의 협의체다. 네이버클라우드와 LG AI연구원이 공동 회장사로 추대됐고 초거대 AI를 보유한 한국 IT 기업과 소프트웨어 기업 등 105곳이 참여했다.

이 협의회는 빠르게 변하는 AI 산업 환경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고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특히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연일 초거대 AI의 생태계를 확장하는 시점에서 한국 기업들 역시 속도를 내야 할 때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성된 협의회는 기술 협력 등을 통해 한국의 초거대 AI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카카오 측은 “요청이 오지 않아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물론 협력보다는 독자적인 노선을 통해 초거대 AI를 발전시키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요 기업들이 하나둘씩 초거대 AI의 공개 일정을 확정짓는 것과 달리 카카오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공개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네이버는 기존 AI 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고도화한 ‘하이퍼클로바X’를 8월 24일 공개한다. 이는 올해 3분기 예정된 네이버의 가장 큰 이벤트다.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는 커머스·금융·법률·교육 등 전문 분야에 특화된 한국어 중심의 초대 규모 AI다. 특히 네이버 측은 ‘한국어 중심’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챗GPT나 바드 등이 영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능을 고도화한 초거대 AI라는 점을 앞세워 차별화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KT는 지난 6월 기자 간담회를 통해 초거대 AI ‘믿음’의 연내 상용화와 함께 5년간 7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KT에 따르면 출시 일정은 3분기 내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는 7월 초거대 AI ‘엑사원 2.0’의 활용 방안을 공개한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하반기 게임사로서는 최초로 초거대 AI를 공개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엔씨소프트가 ‘바르코(VARCO)’라는 상표명을 출원했는데 이에 따라 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 2분기 실적, 여전히 먹구름

한편 카카오의 초거대 AI ‘코 GPT(KO-GPT 2.0)’의 공개일은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한 차례 미뤄진 상황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코 GPT 2.0의 공개는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연말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공개 일정이 한 차례 미뤄진 상황에서 3분기에 들어서자 카카오는 AI를 활용한 공동체의 버티컬 서비스를 먼저 선보이고 있다 . 카카오브레인은 7월 10일 사실감 넘치는 이미지를 3초 만에 그려내는 초거대 AI 이미지 생성 모델 ‘칼로 2.0’을 공개했다. ‘칼로 2.0’은 약 3억 장 규모의 텍스트·이미지 데이터셋을 학습한 초거대 AI 아티스트다. 카카오브레인에 따르면 ‘칼로 2.0’은 글로벌 톱 티어 수준의 언어 이해력을 기반으로 완성도 높은 그림을 생성한다. 예를 들어 ‘밝은 파란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A Cat has light blue eyes)’와 같은 복잡한 프롬프트(명렁어)를 입력해도 이를 명확히 이해하고 그려낼 수 있다.

또 카카오브레인은 한국의 AI 생태계 발전을 위해 칼로 2.0 오픈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카카오디벨로퍼스에 공개했다. 기존 칼로 1.4 모델로 제공하던 오픈 API를 칼로 2.0 모델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칼로 2.0은 기존 칼로 1.4에 비해 다양한 크기와 비율의 이미지 생성이 가능하고 높은 프롬프트 이해도와 함께 부정 명령어(negative prompt) 기능을 통해 이미지 생성 시 제외해야 하는 표현이나 키워드를 사전에 제어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향후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전반에 적용될 AI 브랜드 ‘헬릭스(Helix)’를 론칭하고 첫 서비스로 콘텐츠와 독자 연결에 초점을 맞춘 ‘헬릭스 푸시(Helix Push)’를 선보였다.

헬릭스의 첫 서비스는 6일부터 카카오페이지에 적용된 ‘헬릭스 푸시’다. 모바일 알림 형태로 웹툰과 웹소설 등 IP를 추천하고 캐시 등 혜택을 제공하는 ‘푸시’는 현재 콘텐츠업계에서 IP와 독자를 이어 주는 주요한 접점으로, 기존에는 독자의 관심 작품 등을 분류해 추천해 왔다. 이 같은 추천 모델을 탈피, 플랫폼 운영 전략을 고도화한 ‘헬릭스 푸시’는 AI가 자체적으로 개별 유저 열람·구매·방문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장 최적화된 시점에 독자가 가장 선호할 것으로 여겨지는 작품을 이용권 혜택 등과 함께 전달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유저의 작품 감상 편의성과 즐거움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초거대 AI 서비스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현재 IT주의 향방을 좌우할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 하락이 예상되는 카카오로서는 초거대 AI가 얼마만큼 반향을 일으킬지가 중요해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2분기 예상 매출은 2조556억원, 영업이익은 13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약 20.5%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카카오의 AI와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에 따른 비용 증가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 공동체 전체는 구조 조정에 돌입했는데 이러한 사업 재편이 효과를 보려면 향후 초거대 AI와 이를 활용한 버티컬 서비스의 성공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