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주식 시장은 에코프로가 지배했다. 연초만 해도 이 회사의 주가는 10만원대에 불과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2007년부터 10여 년간은 1만원 박스권을 넘기는 일도 쉽지 않았다. 황제주에 등극하기까지 에코프로의 26년사는 성장주의 치열한 생존 일기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논란과 숙제도 남겼다. <한경비즈니스>는 5회에 걸쳐 ‘에코프로의 시간’을 연재한다.
<④ 제도권과 비제도권의 충돌...위기의 순간>에 이어서
증권 커뮤니티에서는 에코프로 관련 ‘밈(짤방 혹은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당시 한 누리꾼은 ‘2023년 국장 주식 알고리즘’이란 제목 하에 에코프로를 사지 않는 투자자와 에코프로를 산 투자자들을 둘로 갈라 성공 여부를 나눴다. 해당 짤방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일각에선 에코프로그룹주의 열풍이 ‘밈 주식’과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밈 주식은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타 개인 투자자의 주목을 끄는 주식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반면 에코프로가 밈 주식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다른 밈 주식들과 달리 에코프로는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어 밈 주식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를 밀고 있는 많은 유튜버들이 근거로 숫자를 들이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사실상 목표 주가 산정을 포기했다. 최근 3개월간 분석 보고서를 낸 곳은 삼성증권과 하나증권뿐이다. 2차전지 애널리스트들 역시 에코프로 전망과 관련해 몸을 사리고 있다.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준까지 주가가 올라 숫자로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 이면에는 인간 심리와 행동이 있다. 오성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차트의 유혹’이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주가 차트가 오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참지 못하고 벌떼같이 달려들어 주식을 사고 만다. 이 행태는 한국에 처음 주식 거래가 있었던 일제강점기 때부터 광복 뒤 증권사 객장 시절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등장한 문제였다. 아직도 같은 일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확률 판단과 통계적인 의사 결정의 처리 과정이 주식 차트의 시각적 매력 또는 공포에 압도당하기 때문이다.’) 기대와 우려, 그 사이에서 에코프로는 7월 18일 110만원을 돌파하며 황제주(주가 100만원) 자리에 등극했다. 개미 투자자들은 16년 만의 대관식에 환호하며 기대감을 키웠고, 일각에서는 비정상적인 투자 열풍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주가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가가 더 오를 경우 쇼트 스퀴즈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쇼트 스퀴즈란 주가 하락을 기대했던 공매도 투자자가 주가 상승 압박을 못 이겨내고 주식을 다시 매수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날 주가가 단 번에 110만원대를 돌파한 것 역시 쇼트 스퀴즈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공매도 투자자가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인 것이다. 실제 이날 외국인은 247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에코프로 공매도 잔액 상위권인 외국계 증권사 JP모간도 매수 창구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매도는 현재 주식을 빌려 판 뒤 미래 가격에 다시 주식을 사 이를 되갚는(쇼트 커버링) 거래 방식이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행사하고 결제일에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이 발생해 추가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인다. 이러한 급격한 주식의 구입은 주식 가격을 더욱 상승시켜 주가가 폭등하게 되는 현상이 쇼트 스퀴즈다. 주식 시장에서는 이번 에코프로 주가와 관련해 ‘개미 VS 공매도’의 대결 구도로 보는 시각이 짙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는 7월 20일 기준으로 코스닥 1·2위다. 7월 들어 테슬라 효과로 에코프로그룹주의 주가가 오르면서, 공매도 세력도 쇼트 커버링에 나섰고 이후 쇼트 커버링이 주가를 더욱 상승시키는 ‘쇼트 스퀴즈’까지 벌어졌다. 일각에선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세력과의 대결에서 승기를 쥐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완벽한 승리는 아니다. 주가 하락을 기다리며 ‘버티기’에 들어간 공매도 세력의 잔액도 20일 기준 여전히 1조원 이상 남아 있다.) 국내외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에코프로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펀더멘털을 의심하지 않지만 지금 가격에는 거품이 끼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에코프로의 목표 주가는 현재 주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2만5000원이다. 하지만 ‘투심’이 이를 역행하면서 쇼트 스퀴즈 기대감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낮지 않다. 에코프로는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황제주’ 에코프로, 주가 결정 지을 3가지 키워드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09702b)
주식 시장은 되풀이된다. 에코프로는 대중의 성장주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는 종목이다. 과거에도 에코프로가 있었다. 정보기술(IT)·화장품·바이오 관련 종목들이다. 제2, 제3의 에코프로는 계속 발견될 것이다.
<에코프로의 시간>
① ‘황제주’ 에코프로, 우연한 합작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09526b
② ‘황제주’ 잭팟의 서막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46215b
③ ‘성장주’ 후보와 배터리 아저씨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46216b
④ 제도권과 비제도권의 충돌…위기의 순간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46217b
⑤ ‘개미 대 공매도’ 왕관의 무게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46218b
⑥ ‘황제주’ 에코프로, 주가 결정 지을 3가지 키워드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09702b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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