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공장에서 사고 당한 20대 여성 노동자 끝내 숨져

지난해 10월 경기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청년 근로자가 작업 중 사고를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열린 '제빵공장 청년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경기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청년 근로자가 작업 중 사고를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열린 '제빵공장 청년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총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

지난해 SPC 계열사 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숨진 직후 SPC는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이같은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계속해서 SPC와 관련된 공장에서 사고는 끈이질 않고 있다. SPC의 이같은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10일 경기 성남중원경찰서에 따르면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소재 샤니 제빵공장 직원 50대 A씨가 이날 낮 12시 30분께 결국 숨졌다. A씨는 지난 8일 공장에서 근무하다 반죽 용기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동료 B씨와 2인 1조로 팀을 이뤄 위아래로 움직이는 이동형 반죽 용기에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당시 기계적 결함은 없었다.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며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현장 CCTV를 확인한 결과, A는 반죽 용기를 들어올려 멈춘 후 아래쪽에서 노즐 조정 작업을 하고 있었고 B씨가 안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기계 작동 버튼을 누른 것으로 확인됐다. 연이은 사고에 SPC 향한 비난 여론 거세
문제는 SPC 공장에서 일어난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15일 SPC 계열사인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 B씨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났었다.

당시 B씨는 가로·세로·높이가 약 1m, 깊이 50∼60㎝ 정도 되는 오각형 모양의 교반기에 마요네즈와 고추냉이 등 배합물을 넣어 섞는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이 작업은 내용물이 잘 섞이지 않으면 직접 손을 넣어 내용물을 건져내야 하는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어 매뉴얼 상으로 2인 1조로 하게 돼 있다.

그러나 B씨는 그러나 작업에 홀로 투입됐다가 결국 사고를 당했다. 2인 1조 근무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아 구조가 늦어진 점이 B씨 사망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안전관리만 소홀하지 않았더라면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셈이다.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자연히 SPC를 향한 ‘불매 운동’ 등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성난 여론을 달래기 위해 당시 SPC는 허영인 회장까지 나서기도 했다. 대국민 사과를 하며 안전관리 등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허 회장이 사과를 한 지 바로 이틀 뒤인 10월 23일 이번엔 다른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근로자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40대 근로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난 것이다.

이어 지난달 12일에도 같은 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기계에 손이 빨려 들어가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허 회장의 사과 이후 이번 사고까지 합쳐 샤니 제빵공장에서만 총 3번의 근로자 부상 사고가 일어났다.

회장까지 나서서 한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안전 관리 강화 방침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론도 심상치 않다. “이 회사 빵은 먹지 않겠다”, “도대체 노동자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냐” 등 SPC를 향한 비난이 끊이지 않는 등 다시 한 번 불매운동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