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감점 기준 3차례 개정되며 강화
기술력 우위가 아닌 감점 여부가 수주 결정
"불합리한 규정 개정으로 HD현대중공업만 불이익"

HD현대중공업이 MADEX 2023에서 최초 공개한 차세대 함정들의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이 MADEX 2023에서 최초 공개한 차세대 함정들의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이 울산급 배치3(Batch-Ⅲ) 호위함 5·6번함 건조사업 입찰과 관련해 방위사업청을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등을 위한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8월 14일 밝혔다. 8월 11일에는 국민권익위원회 고충민원도 신청했다.

앞서 지난 7월 방사청은 울산급 배치3 5·6번함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 한화오션은 최종점수 91.8855점을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총 91.7433점을 받은 HD현대중공업과는 불과 0.1422점 차이였다.

HD현대중공업은 앞서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 관련 개념설계 등 군사기밀을 촬영해 사내에 공유한 회사 관계자가 2022년 11월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이번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의 보안 감점을 적용받았다.

HD현대중공업은 자사가 1번함(충남함)을 성공적으로 건조했을 뿐 아니라 기술점수에서도 경쟁사를 크게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보안사고 감점으로 수주에 실패했다며 방사청 보안사고 감정 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감점 기준 관련 지침이 지난 2년간 3차례나 개정되면서 '기술 중심의 제안서 평가'라는 원칙이 크게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년여간 3차례나 기준이 개정되면서 강화된 감점 기준이 HD현대중공업에만 소급 적용되는 결과를 초래했고, 기술력 우위가 아닌 감정 여부가 수주를 사실상 결정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돼 가처분을 신청했다는 입장이다.

2014년 9월 보안사고 감점이 신설된 이후 2018년 3월 국민권익위원회와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은 ‘감점기준이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해 기술 중심의 제안서평가 원칙에 어긋난다’며 방사청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방사청은 이 권고를 받아들여 2019년 9월 보안사고 감점 축소, 평가 대상기간 완화 등을 골자로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을 개정했다. 1차 개정에 따라 최대 3점이었던 감점이 1.5점으로 축소됐고 평가 대상기간도 2년에 1년으로 줄었다.

감점기준 지침은 이후에도 2년 동안 3차례 더 개정됐고 4차 개정을 통해 2021년 12월 31일 이전 기소된 경우 '기소 후 3년간'이라는 규정이 '형 확정 후 3년간'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향후 5년간 사실상 국내 함정 사업에서 입찰에 성공하기가 어려워진다.

HD현대중공업은 4차 개정이 2022년 11월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에 대한 보안사고와 관련한 울산지법 판결이 확정된 지 불과 한 달만에 이뤄졌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에 있어 ‘형 확정 후 3년간’이라는 규정을 적용할 경우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보안사고 감점이 언제 끝날지 그 시기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HD현대중공업은 "불합리한 보안사고 감점제도로 인해 사실상 특정업체의 입찰 참여를 배제시키는 효과가 발생하며, 국내 함정사업은 독점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국내 안보 상황을 고려해 다수의 함정 건조 사업자를 유지해 온 국내 함정사업의 전략적 기반도 흔들릴 수 있으며, 함정 건조 사업의 특정기업 쏠림 현상은 K-방산 수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번 가처분신청을 계기로 보안사고 감점제도가 합리적으로 개정돼 공정 경쟁의 토대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