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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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에게 호평받는 서울시의 대중 교통 체계는 2004년 준공영제에 기반한 버스 개혁에서 시작됐다. 운영은 민간에 맡기고 서울시는 노선 조정권을 갖고 버스 업체 평가를 통해 서비스 수준을 높이되 비용 대비 수입이 부족하면 서울시가 지원한다는 것이 준공영제의 골자다. 준공영제 시행으로 쇠락의 길을 걷던 버스는 지하철과 함께 대중교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고 각종 민원 대상이던 버스는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대중교통 체계의 하나로 탈바꿈했다.

이렇게 성공적인 서울시 준공영제의 이면에는 재정 적자 누적이란 문제가 있다. 버스 운영 업체에 대한 퍼 주기식 지원이라는 비난과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할 바에는 완전 공영제가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먼저 재정 적자 누적 문제를 보자. 버스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금은 2015년 이후 동결된 반면 비용의 80%를 차지하는 인건비와 연료비는 매년 2.5% 이상 증가했다. 이런 구조로 인해 재정 적자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준공영제 탓으로 돌리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도시가 준공영제가 아니더라도 시민들의 이동성 보장이라는 공공 목적을 위해 운송 원가보다 낮은 버스 요금을 책정하고 있어 일정 규모의 재정 적자는 불가피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버스업계의 특성을 외면하고 적자 확대가 버스를 운영하는 민간 기업에 대한 퍼 주기식 지원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물론 20%를 차지하는 가변비용 축소를 위한 노력이 충분했는지에 대한 비판의 소지는 있을 수 있다. 방만하고 무사안일한 경영을 하는 일부 업체도 있지만 이를 전체로 확대해 비난하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

한편에는 막대한 민간 지원 대신 완전 공영제를 시행하자는 주장도 있다. 공영제 시행 시 민간 기업의 차량과 차고지 등을 구입해야 하는 엄청난 초기 비용은 물론 연간 운영비용 역시 지금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노선의 효율화, 단축 운영 등을 통한 비용 절감 노력은 공기업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요구들로 인해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그 대신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금 억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결국 재정 적자 규모가 크게 커질 개연성이 높다. 더욱이 공기업이 지닌 독점성, 직업 안정성 등으로 시민에 대한 서비스 역시 담보할 수가 없게 될 여지가 많다. 이는 한국 공기업의 운영 실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버스 준공영제가 최선의 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준공영제에서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그 무엇보다 과감한 퇴출 시스템이 필요하다. 운영에 관심없는 영세 개인 회사나 지속적으로 하위 업체로 평가받는 업체, 경영 포기 회사 등은 과감히 퇴출시키고 인수·합병(M&A)을 통해 대형화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또한 차고지 집중화, 복합 개발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 모델을 만들어 재정 적자를 줄여야 한다.

버스업계의 대형화나 차고지의 복합 개발 등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건전한 민간 자본 투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폐기물 산업 등 자유 시장 경제 체계에서 건전한 민간 자본을 활용해 산업 구조를 성공적으로 개편한 사례는 많다. 버스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여러 해외 선진 도시에서는 이미 민간 자본을 활용해 버스업계 대형 효율화에 성공을 거뒀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의 버스업계에도 금융회사 등이 참여한 펀드 등 민간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이들을 잘 활용해 업계를 대형화·투명화·효율화함으로써 비효율을 제거해 궁극적으로 산업 구조의 질적 향상을 꾀해야 할 것이다.

버스 준공용제는 민간 투자자들이 과도한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구조지만 일각에서는 민간 자본의 이익 극대화 속성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이를 감안해 민간 자본의 버스업계 진출입에 대한 명확한 기준들을 설정하는 등 건전한 민간 자본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2024년이면 20년이 되는 버스 준공영제가 지금까지 거둔 성과에 이어 시스템의 선진화·대형화를 더한다면 가장 성공적인 공공 서비스 제도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버스 준공영제 20년, 향후 발전 방안은?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서울 교통연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