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식당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냐는 질문에 논비건 친구가 한 말이다. 그녀를 데리고 간 곳이 고사리바이배드캐럿이다.
망원역에서 양화대교 방향으로 15분 정도 걷다 보면 가로수의 푸른 잎이 무성한 거리 앞에 주황색 굵은 창틀이 눈에 띈다. 창에는 ‘고사리 바이 배드 캐럿(GOSARI by BAD CARROT)’이라는 스티커가 간판을 대신한다. 출입구 위에는 장난스러운 표정의 당근 캐릭터가 그려진 입간판이 달려 있다.
원 소스 올 푸드 팝업스토어 배드캐럿
2023년 1월 문을 연 비건 레스토랑 ‘고사리바이배드캐럿’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고사리를 이용한 소스가 이곳의 시그니처다. 배드캐럿은 원래 밀키트를 판매하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그러므로 이곳은 고사리 오일 파스타 소스를 판매, 이용하는 홍보용 팝업스토어라고 할 수 있다. 원 소스 올 푸드(one sauce all food) 팝업스토어라고 한다. 대표는 고사리 오일 파스타 소스의 외식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고사리바이배드캐럿을 운영하면서 고객들의 채소에 대한 선호도와 데이터를 확보했다. 오는 11월까지만 운영할 예정이다.
공간에는 채소를 재미있게 먹을 수 없을까 고민한 흔적이 가득하다. 채소로 만든 캐릭터와 굿즈, 그로서리 스토어를 연상케 하는, 채소 모형이 들어 있는 박스들이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다. 10개 남짓한 의자가 있는 아담한 공간이다. 문 앞에는 손님이 주문한 빌지를 모아 붙여 놓았다.
메뉴는 파스타와 떡볶이 그리고 서너 가지의 애피타이저로 구성돼 있다. 메인 메뉴에 들어가는 채소는 직접 고를 수 있다. 감자·토마토·가지 등 15개의 채소 중 2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소스는 고사리 오일 파스타 소스가 베이스다. 메인 메뉴 1개와 채소 2가지를 고르면 된다.
‘채소 맛의 혁명’을 일으키는 조리법
재밌는 점은 고르는 채소에 따라 조리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채소 혁명’이라는 슬로건대로 혁명일 만큼 맛있는 맛을 개발하기 위해 채소마다 조리를 다르게 한다. 예를 들어 브로콜리는 무스 형태로, 감자는 으깨고 가지는 십자 칼집이 난 형태로 구운 뒤 메인 메뉴에 넣는다. 토마토를 선택한 일행은 구운 토마토가 들어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으깨져 소스가 된 오일 파스타를 받아 조금 당황한 듯했다. 메뉴를 주문할 때 어떤 형태로 조리되는지도 함께 물어보는 것이 좋다. 원하는 향이나 식감이 있다면 직원에게 채소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된다. 채소는 매일 망원시장에서 신선한 채소를 직원들이 직접 공수해 온다.
고사리 오일 파스타 소스는 김겨울 작가가 트위터에 ‘사랑해 마지않는 만능 소스’라는 글을 올리며 입소문을 탔다. 실제로 먹어 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감칠맛’, ‘칼칼하고 매콤하다’, ‘라면 육개장 맛이 난다’ 등이다. 비건식 하면 떠오르는 삼삼하고 건강한 맛, 특이한 향이 난다는 등의 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기만의 고사리 파스타 만드는 방법
자리에 앉으면 메뉴가 적힌 빌지를 인원수대로 준다. 일행과 메뉴가 헷갈리지 않도록 자신의 닉네임을 정해 맨 위에 쓴다. 고사리 파스타와 고사리 떡볶이 중 메인으로 먹을 메뉴를 선택한다. 소스의 베이스는 고사리 오일 파스타 소스다. 곁들여질 채소를 2개를 골라 빌지에 체크한다. 잘 모르는 채소가 있거나 조리법이 궁금한 채소가 있다면 직원에게 물어본다. 소스는 현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고 네이버 스토어팜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10% 할인가에 판매한다. 구매자들은 소스를 구매해 집에서 파스타·두부조림·잡채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해 먹기도 한다.
한 그릇을 말끔하게 비워 낸 일행은 이곳이 몇 달 후 영업을 종료할 팝업스토어라는 점을 아쉬워했다. 배드캐럿은 11월 이후 서울 내 전통 시장에서 또 다른 채소 혁명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윤제나 기자 z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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