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성능만 약간 개선” 지적
반면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 자체가 혁신” 이라는 주장도
발표 당일 애플의 주가는 하락했다.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동결함에 따라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시장이 판단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선된 성능과 디자인, 동결한 가격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할 것이란 반박도 나온다.
애플은 9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파크에서 행사를 열고 아이폰 15 시리즈와 애플워치 등 신제품을 공개했다. 새 아이폰 시리즈는 미국·영국·중국 등 40개 이상 국가에서 9월 15일부터 사전 주문할 수 있다. 매장 판매는 9월 22일부터 시작된다. 한국은 첫 출시 국가에서 제외됐다.
최초로 ‘USB-C’ 충전 단자 도입
아이폰 15 시리즈는 전작과 같이 6.1인치형(15.4cm) 기본 모델과 6.7인치형(17.0cm) 플러스, 고급 모델인 6.1인치형 프로와 6.7인치형 프로맥스로 구성했다.
이번 새 아이폰 시리즈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가격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새롭게 공개할 신작이 직전 시리즈 대비 100달러 이상 높은 가격을 형성할 것이라는 예상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기존 모델과 같은 수준의 가격을 유지한 것이다.
아이폰 기본 모델은 799달러(128GB), 플러스는 899달러(128GB), 프로는 999달러(128GB), 프로맥스는 1199달러(256GB)부터 시작한다.
가격은 그대로지만 디자인과 성능은 업그레이드했다.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 15에는 프로 모델에만 적용됐던 알루미늄 프레임은 물론 다이내믹 아일랜드 인터페이스까지 적용했다.
아일랜드 인터페이스는 화면 상단에 있는 검은 화면이다. 음악이나 지도 애플리케이션 사용 등을 편하게 볼 수 있는 메뉴인데 프로 모델과 보급형 모델을 구분짓는 대표적 기능 중 하나였다. 기본 모델에서도 프로 모델급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것이다.
카메라 성능도 업그레이드했다. 아이폰 15 전 모델에 4800만 화소 메인 카메라를 장착했고 인물 사진 기능을 강화해 일일이 설정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심도를 조정해 준다.
물론 가격에 따른 차이는 존재한다. 보급형 모델은 2배 광학 줌을 지원하는 반면 프로 모델에는 3배 광학 줌을, 프로 맥스에는 5배 광학 줌을 탑재해 차별화를 뒀다.
칩도 마찬가지다. 보급형 모델에는 아이폰 14 프로와 프로 맥스에 탑재됐던 ‘A16 바이오닉’ 칩을 탑재해 전작 대비 속도를 개선했다. 고급 모델은 업계 최초의 3나노미터 칩인 A17 프로로 구동된다. 한층 더 빨라지고 몰입감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램(RAM)도 일반 모델에는 6GB, 프로 라인업에는 8GB를 탑재한다.
또한 프로와 프로 맥스 모델은 고급 모델 답게 ‘티타늄’ 케이스로 선보여 세련미를 더했다. 애플에 따르면 해당 케이스는 우주선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프리미엄 합금이다. 어느 금속에 견줘도 가장 높은 비강도(재료의 강도를 밀도로 나눈 값으로, 비강도가 좋으면 강도에 비해 무게가 가볍다)를 자랑한다.
전 제품에 라이트닝 포트 대신 ‘USB-C’ 충전 단자를 도입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아이폰에 USB-C가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연합(EU)이 2024년부터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자 기기에 USB-C를 의무화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아이폰 15이 제품 경쟁력을 높였음에도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것은 최근 스마트폰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가 된 지 오래다. 과거 2년 정도에 불과했던 사용 주기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대폭적인 성능 향상이 없는 만큼 대부분 이용자들이 이제는 스마트폰은 기본 3년 이상씩 사용한다.
투자자들은 가격 인상이 없다는 소식에 실망한 분위기였다. 이날 애플 주가는 1.71% 하락한 상태에서 장을 마쳤다.
한국 네티즌들은 아이폰 15을 놓고 ‘혁신’ 논란을 벌였다. 업계에서는 “소재와 성능만 약간 개선됐다”, “뚜렷한 기술의 진보를 찾기 어렵다”는 시각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성능과 디자인을 개선하고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 자체가 혁신이다. 아이폰 15이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아이폰이 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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