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추진에 의견 수렴 미흡했다 지적도
초고층 설계·기부채납에 일부 소유주 반감

[커버스토리 : 압구정 현대아파트]
압구정 3구역에 신속통합기획 참여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민보름 기자
압구정 3구역에 신속통합기획 참여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민보름 기자
오랫동안 지연된 압구정 재건축 사업이 갑작스레 속도를 내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신속통합기획에 따른 설계작업이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설계안이 불과 3년 전 소유주들로부터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을 당시 공약이던 ‘일대일 제자리 재건축’과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일대일 제자리 재건축이란 재건축 가구수뿐 아니라 위치 또한 기존에서 크게 변경하지 않는 재건축 방식이다.

일대일 제자리 재건축은 각 추진위가 단기간에 조합설립 동의율을 달성할 수 있었던 묘안으로 꼽힌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35조 3항은 재건축 조합설립 요건을 까다롭게 제한하고 있다. 조합설립을 위해선 전체 구분소유자의 3/4 및 토지면적의 3/4에 해당하는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뿐 아니라 각 동별 소유주 과반의 동의 또한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자리 재건축과 일대일 재건축을 통해 각각 한강변 및 역세권 위치를 점유한 동별 소유주와 가구수 증대, 임대 가구 급증에 거부감을 가진 소유주들에게서 수월하게 동의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듬해인 2021년 압구정 2~5구역이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해 11월 압구정 3구역을 필두로 각 조합은 서울시에 신속통합기획 신청을 접수시켰다. 신속통합기획은 시와 협의를 통해 층수 규제 완화를 통해 창의적인 건축을 돕는 한편, 정비구역 지정 등 주요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 7월 확정된 압구정 신속통합기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각 구역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을 서울시 조례상 기준인 230%보다 높은 300%까지 허용하며 일부 역세권 부지에 대해서는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상향하기로 했다. 창의·혁신 디자인 도입 시 높이계획 또한 유연하게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형 설계사가 압구정 현대 소유주들에게 제안한 최고 70층 설계안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신속통합기획 확정과 설계사 선정 이벤트와 맞물려 반대 여론도 들끓고 있다. 가장 반대 여론이 강한 곳은 기부채납 규모가 큰 압구정 3구역이다. 최근 자칭 ‘주민참여감시단’은 “대다수 조합원은 보행교에 관해 설명과 동의 여부를 문의 받은 일이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단지 내에 게시했다. 주민참여감시단은 신속통합기획에 따른 정비계획 입안에 반대하는 동의서를 걷고 있다. 현재 동의율은 25% 정도이며 이 단체는 동의율 34%를 채워 조합이 정비계획 입안을 위해 3/4 동의율을 채우지 못하도록 저지할 계획이다.

이들은 단지를 가로질러 서울숲까지 이르는 보행로 기부채납뿐 아니라 초고층 설계에도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설계안대로 고층을 짓게 되면 건축비가 많이 들고 보행로 건설에도 과도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건축법상 50층이 넘는 건물을 짓게 되면 30층당 1개 층을 화재 대피용으로 비워야 해 비용이 더욱 커진다. 주민참여감시단 관계자는 “건축과 교수를 역임한 조합원들 추정으로는 보행로를 짓는 데 현재 산정한 2500억원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며 “비용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초고층 아파트를 반대하는 조합원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주거지로서 쾌적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 조합원은 “아파트인 압구정 현대가 관광지나 명소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며 “보행로를 통해 관광객들이 단지를 오고 가게 되면 주거지로서 여기는 끝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조합원은 “시그니엘 같은 초고층 건물에 사는 분들 말로는 출퇴근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갈아타야 하는 등의 문제로 불편하다”면서 고층 설계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공용 미술관 등 각종 편의시설이 늘면서 가구당 전용면적이 줄고 임대를 비롯한 가구수 증가로 교통체증이 심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안중근 압구정3구역 조합장은 “현재 설계사들이 제시한 설계안은 업체의 역량을 파악해 우수한 곳을 선정하기 위한 그야말로 제안일 뿐”이라며 “초고층 아파트와 보행로 등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압구정은 국내 최고 부촌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십 년간 거주한 조합원들이 모두 부유층은 아니므로 비용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압구정 현대는 반포주공과 달리 중층 재건축이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분담금이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부담금 등 비용이 커짐에 따라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압구정의 귀환>
① 설계사 선정한 압구정 현대, 기대감에 신고가 행진
② 공공이 지켜보는 최고 브랜드, 규제는 '양날의 검'
③“1대1 재건축 공약 지켜라” 신통기획 반대 의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