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한국의 기후 기술 기업 20 - 데이터얼라이언스
이광범 데이터얼라이언스 대표. 사진=이승재 기자
이광범 데이터얼라이언스 대표. 사진=이승재 기자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을 통해 친환경 활동에 대한 투명한 보상 제공을 가능하게 하는 회사가 있다. 데이터얼라이언스는 공유 교통 이용, 친환경 전력 거래, 재활용 등과 관련한 활동 데이터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투명하게 분석해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산정한다.

이광범 데이터얼라이언스 대표는 “데이터얼라이언스는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나 기관이 뭉쳐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라며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현재는 탄소중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과 연계해 친환경 데이터가 지닌 가치가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데이터얼라이언스는 탈중앙화된 신원 증명과 데이터 기반 보상 기술, 공유경제 모델 등을 활용해 다양한 지자체의 스마트시티 사업을 진행해왔다. 블록체인 분산 신원 증명(Decentralized Identity, DID)을 활용한 시민증 인증과 포인트 전자지갑을 통해 데이터를 환금화해 시민에게 친환경 활동과 인프라 공유에 대한 보상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대표적 사례가 부천시 ‘스마트 시티패스’ 앱이다. 다양한 교통 서비스와 친환경 활동 등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다. 이 대표는 “탄소감축을 위한 대중교통 이용이나 깨끗한 마을을 만들기 위한 쓰레기 신고 데이터 등을 확인해 어떤 참여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도록 하는 종합적 역할을 한다”며 “포인트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포인트 전환 서비스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분권형 공유경제 플랫폼 구상

분산 컴퓨팅을 전공한 이 대표는 대학원 시절부터 분권형 네트워크 협력 모델에 관심을 가졌다. 2016년에 설립한 데이터얼라이언스는 그가 창업한 세 번째 회사다. 이 대표는 “분산된 환경에서 기계든 기업이든 사람이든 함께 참여하며 협업하는 비즈니스를 만들고 싶었다”며 “분권형으로 네트워크나 노드가 협력하는 기술에 관심을 갖고 관련 특허 등을 꾸준히 준비한 끝에 데이터얼라이언스를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와이파이(Wi-Fi) 등 통신망을 협력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시도했다. 이 대표는 “통신 분야에서 지자체와 민간기업이 협력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으로 연계하는 통신망 모델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며 “2019년부터는 서비스와 데이터 분야에서 먼저 진행하는 것이 빠르겠다고 판단해 스마트시티 사업에 블록체인 기반 인센티브 플랫폼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얼라이언스는 데이터를 통해 독점이 아닌 협력을 통한 가치를 만들고 싶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데이터에 대한 공정한 보상 모델 부재와 수익화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 인센티브 플랫폼을 통한 기여도 산정 및 가치 분배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데이터 주권과 독점에 대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데이터는 데이터 주권이 중요한 영역으로 독점되면 문제가 발생한다”며 “데이터를 발생시킨 사람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비전을 스마트시티 사업을 통해 입증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포인트 보상을 통해 시민의 친환경 활동 참여를 유도하는 사업을 확장해왔다. 그동안 부천시, 대구광역시, 용인시에서 스마트시티 관련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현재는 광주광역시와 평택시에서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스마트시티 조성에 참여하고 있다.

탄소중립 기여하면 포인트 보상

데이터얼라이언스는 지난 5월 국토교통부 공모 사업에 선정된 ‘평택시 강소형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에 참여 중이다. 평택시는 탄소저감을 위한 제로 에너지 빌딩, 공업용 방류수를 활용한 가로수 생육, 도시숲 활성화, 자원순환 활동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데이터얼라이언스는 스마트시티를 통해 활성화되는 친환경 및 탄소중립 활동이 시민참여형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포인트 보상 및 시민 인증 플랫폼을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평택에서 태어났거나 현재 거주 중인 주민, 근무자, 미군 등 여러 시민 유형이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는 접근 매개체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서비스 중인 부천시 스마트 시티패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12시간 이내에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PM)를 이용하면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IoT·Wi-Fi 무선단말기(AP) 장비, 주차장 등에 공유경제 모델을 적용해 인프라 구축 한계를 해결하고 있다. 유휴 주차 공간을 공유할 수 있게 하고, 집과 떨어진 주차 공간인 경우 자전거, 킥보드 등 공유 교통을 연계해 사용하도록 해 지역의 주차난 해소에도 기여한다. 또 마을 기업을 설립해 공유 교통과 주차장 관리 인력 등 일자리도 창출한다.

대구시의 경우 승용차 요일제와 대중교통 마일리지를 연계했다. 승용차 요일제는 한때 의무적으로 시행됐으나 현재는 자율적으로 지자체의 선택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대구시는 탄소감축, 에너지절약 등을 위해 승용차 요일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요일을 설정해 일주일에 하루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는 사용자에게는 하루 대중교통 요금의 80%를 마일리지로 적립해준다.

데이터얼라이언스는 탈중앙화된 환경에서 데이터를 투명하게 기록한다. 그리고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기업이 협력해 만들어낸 가치를 시민에게 배분하는 매개체를 제공한다. 데이터얼라이언스는 이처럼 활동에 따른 기여도를 투명하게 산정해 배분하는 기술을 향후 스마트시티뿐 아니라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기업의 ESG 활동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증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은행이 ESG를 위해 친환경 활동을 하는 시민에게 금리인하를 제공하고자 할 때, 승용차 요일제에 참여하거나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시민에 대한 투명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천 스마트 시티패스 앱 화면 및 시민인증 예시 화면. 사진=부천시청 제공
부천 스마트 시티패스 앱 화면 및 시민인증 예시 화면. 사진=부천시청 제공
지역화폐 연계,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도

데이터얼라이언스는 지역화폐와 연계한 서비스도 개발했다. 용인시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민간 및 공공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포인트를 지역화폐 ‘용인와이페이’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용인 시티포인트’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지자체 정책 등에 참여해 받은 포인트와 우리카드, 농협카드 등 15개 제휴사에 적립된 포인트를 지역화폐로 전환할 수 있다. 지역 농특산물 온라인 판매처에서도 포인트 사용이 가능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얼라이언스는 부천시 스마트시티 사업과 연계해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관리·운영하고, 시민참여 형태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지자체 내 모빌리티 서비스를 활용해 지역 주민이 주차장 단속 활동을 하면 보상을 지급하거나, 지역 거점을 조성해 쿠팡이 택배 물량을 거점까지 전달하면 동네 어르신들이 최종 도착지에 물건을 배송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대표는 “당시 지자체 프로젝트 재원으로 어르신과 함께 하는 일자리를 만들었는데, 시장 경쟁력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로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B2B 상호 협력 모델로 확대

데이터얼라이언스는 광주광역시 지역거점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데이터허브 구축을 담당하며 데이터 표준화 모델 개발에 참여한다. 광주 스마트시티 사업은 ‘RE100(재생에너지 100%) 탄소중립, 에너지 자립형 스마트시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데이터얼라이언스는 블록체인 기반 RE100 인증 및 거래 통합 시스템 개발을 위해 스페인과 국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연구개발(R&D) 마무리 단계이며, 향후 실증 및 적용을 통해 확장해나갈 방침이다.

이 대표는 “큰 발전소와 작은 태양광발전기 등 공급자와 수요자를 블록체인으로 연동해 전력거래 데이터를 기록하고 인증서를 발급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한전KDN, 스페인의 이니콤(Inycom) 등과 함께하고 있다”며 “투명하게 전력 거래 계약 내용을 기록하고 게이트웨이, 전력측정기 등 전력장치를 연결해 블록체인에서 직접 접근하는 등 기술적 R&D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인증서가 트리(tree) 형태로 내려오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DID를 통해 상호 인증이 가능하다”며 “상호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여러 참여자와 함께 얼라이언스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터얼라이언스는 데이터로 가치를 창출하는 협력 모델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사업에 공공기관과 다양한 민간기업이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예를 들어 지역 내 교통 데이터에 공공 자전거뿐 아니라 민간 전기자전거 등 민간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스마트시티는 여러 기관과 기업이 협력해야 하는 만큼 데이터얼라이언스의 기술과 철학을 적용해 보여주기 가장 좋은 영역”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여러 참여자가 플랫폼을 통해 함께 모여 가치를 만들어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데이터얼라이언스는 친환경, 사회 공헌 등 ‘착한’ 활동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정량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지향한다. 이 대표는 “기업의 ESG 활동은 인센티브와 결합돼야 힘을 가질 수 있다”며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기술, 모델을 활용해 투명하고 정량화된 평가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영 기자 joa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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