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로 시작한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저성장과 고용위기의 시대. 창업을 꿈꾸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성공에 이르는 길은 쉽지 않다.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해 본 경험이 있는 배태준 변호사는 스타트업 초기 창업자 멘토링, 투자심사 참여 및 자문 등을 통해 나름의 가설을 세웠다. 바로 성공한 스타트업에는 대표의 ‘리더십’이 빛난다는 사실이다. 배 변호사는 성공한 창업자들을 인터뷰해 이 가설에 대한 검증을 시도하기로 했다. 각 분야에서 각광받는 기업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 및 활동 분야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와 더불어 ‘리더십’의 세부 항목에 대한 창업자들의 경험과 생각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
권 공동창업자는 세 번의 창업 경험이 있다. 두 번째로 창업한 기업에서 쿠팡의 대형 가전 제품 익일 설치 서비스 제공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무더운 여름 에어컨을 주문한 다음 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이 시스템에 많은 소비자가 열광했다. 권 공동창업자가 물류 산업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때부터다. 두 번째로 창업한 이 기업이 인수된 후 본격적으로 이커머스(E-commerce) 판매량을 폭증시킬 수 있는 다른 물류 영역을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생활 물류 대부분이 전국 단위로 서비스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런 방식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도 인지했다. 발송과 수령이 모두 도시 내에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물건은 옥천이나 곤지암 등 수도권 외곽의 메가허브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루트로 배송되는 물량이 일 배송량의 45%나 됐다. 도시 물류만 따로 모아서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면 매일 700만여 건의 물건을 더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이동시킬 수 있었다. 권 공동창업자는 수도권 버스 대중교통망에 주목했다. 20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수도권에는 이미 많은 승객을 이동시키는 솔루션인 대중교통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를 물류에 적용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듯이 물품도 똑같은 경로로 수도권 어디든 당일에 도착하는 방식이다. 실시간 관제시스템(real-time TMS)을 통해 관리·운영되는 투데이의 도심 간선 대중물류망은 다른 물류 업체가 쉽사리 갖추지 못한 차별화된 장점이다.
이제 3년 차를 맞은 투데이는 2023년 1월 본격적으로 서울, 인천, 부천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커머스 C사가 빠른 배송으로 시장을 석권하자, 다른 회사들도 배송 속도 부문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서비스 제공 1년 만에 주요 홈쇼핑, 이커머스 등 300여 개 업체가 투데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빠른 성장을 이뤘다. 이 성장세라면 내년 BEP(Break-Even Point, 손익분기점) 달성도 꿈이 아니다. 매우 어려운 시기임에도 휴맥스, 우미건설, 티비티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더웰스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세 번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고, 현재 BEP 달성을 마일스톤으로 한 시리즈 A 브리지 라운드를 열어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물류회사가 상당수 존재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타 물류 기업은 경쟁사가 아니라 협력사다. 투데이가 제공하는 도심간선 서비스가 지하철 순환선이나 간선버스에 해당한다면 라스트마일 물류업체는 마을버스라고 볼 수 있다. 버스를 환승하듯 자연스럽게 라스트마일과 연계된다. 전국 단위 택배사 역시 협력 대상이다. 이들은 전국 단위로 이동하는 고속버스나 열차에 해당한다. 전국구 택배 회사의 허브앤스포크(Hub&Spoke, 자전거 바큇살(spoke)이 중심축(hub)으로 모이는 것처럼 물류가 거점으로 집중된 후 다시 개별 지점으로 이동하는 운송 형태)와 도시 물류 처리에 특화된 투데이의 메쉬 네트워크는 각기 다른 장점이 있다. 투데이는 기존 업체와의 경쟁 대신 협력을 추구한다. 타 물류 기업이 자사 대중물류망을 이용하게 하는 방식이다.
투데이는 지역사회나 소상공인과의 협력 또한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광역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루에 출고하는 물동량이 매우 적은 소상공인들은 물류 업체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배송 부분에서 판매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이러한 소상공인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천시는 ‘인천 소상공인 공동물류센터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 물량이 한 건이어도 출고가 가능한 이 사업에 투데이도 일정 부분 도움을 주고 있다. 이하 권민구 공동창업자와의 일문일답. Q1 스타트업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과 멀리해야 할 마인드는 무엇인가요?
저는 단연 위임(delegation)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업자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위임하지 못하면 그 회사는 동아리 수준에 머무를 것입니다. 반대로 멀리해야 하는 마인드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Micro-management, 사소한 일까지 관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투데이는 사업 초반에 대형업체에 먼저 다가가 영업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그런데 구성원 중 일부가 소상공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만들어서 영업이익률을 빠르게 제고하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자발적으로 제안된 안이 실행될 수 있도록 받아들여 위임하고 지원했더니, 현재 소상공인들을 위한 빠른 배송 서비스가 잘 정착돼 매우 높은 영업이익률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Q2 지금 사업이 고객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사례와 지적을 받았을 때 대표님의 대응 방식이 궁금합니다.
서비스 출시 후 약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영업 미팅을 위해 고객사를 방문했습니다. 놀랍게도 이미 저희 서비스를 매우 상세히 알고 계셨습니다. 대중물류망이 자신이 이해하는 개념이 맞는지 저에게 되묻기도 하셨습니다. 대중물류망을 이용해서 자신들이 고안한 새로운 서비스를 붙일 수 있는지 제안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물류 업계가 매우 좁다는 것을 체감했고, 기존 고객사 관리에 더욱 집중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시장에서 의심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비용구조 측면에서 사업성이 없다고 지적하거나, 많은 사람이 생각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어서 하지 않은 것인데 잘 모르면서 도전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1년간 서비스를 진행하며 비용 구조 검증을 마쳤습니다. 우리는 이 방식이 도시 물류의 정답이라고 확신합니다. 고객사들에 이런 확신을 바탕으로 투데이의 비용 구조를 부문별로 나눠 자세히 설명드리며 지속가능한 서비스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Q3 스타트업은 마케팅에 얼마를 투입하는 게 좋을까요? 또 기술력과 판매·마케팅이 사업 성공에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반드시 마케팅에 적절한 규모를 투자해야 합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빠르게 시장 적합성(Product Market Fit, PMF)을 검증하고 제품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피드백을 제공할 고객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돈이 들지 않는 마케팅 방법을 시도하는 것은 기본이고, 어느 정도의 마케팅 비용 집행도 필요합니다.
다만 제품의 품질과 마케팅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제품입니다. 제품이 9할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B2B 시장에서 형편없는 제품이 마케팅으로 성공한 사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사업의 완성도를 올리는 것에 투자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마케팅에 사용하는 일은 지양해야 합니다.
Q4 터무니없는 클레임을 건 고객을 대응하는 노하우를 사례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물류 서비스이다 보니 클레임이 굉장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물품에 피해는 없지만 배송이 예정보다 지연됐다는 이유로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사례, 배송사고 증빙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사례, 배송 중인 물품을 직접 배송기사를 만나서 회수하겠다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워낙 많은 사건을 겪다 보니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첫째, 지나친 저자세는 삼갑니다. 배송 중 파손이나 분실 등 저희가 확실하게 실수를 했고 손해를 입힌 것이 증거로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는 지나친 저자세로 사과하지 않습니다. 작은 실수도 큰 잘못처럼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규정에 따라 이성적으로 해결합니다. 저희 실수인 경우 일관성 있게 사과하고 계약, 약관이나 내부 규정에 따라 정해진 내용 이외에는 개별적인 추가 보상이 어려운 점을 고객에게 안내합니다. 서비스 퀼리티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 정해진 규정을 벗어나는 예외상황은 최대한 만들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고객이 감정적으로 의견을 표출할 때 이해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같이 감정적으로 대응할 경우 분쟁만 커지기 때문에 막말과 폭언을 듣더라도 이성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답변만을 전달합니다.
셋째, 최대한 많은 배송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전달합니다.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빠르고 정확하고 투명하게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배송이 어디서, 어떻게, 왜 지연되었는지 설명하는 겁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배송이 지연된 이유를 설명드리고 해결방안을 말씀드리면 대부분 빠르게 수긍하시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고객 수긍 후에는 감사의 말로 마무리합니다. 고객의 감정 표현이 끝나고 마침내 수긍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에는 양해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개선 방향을 제안합니다. 불편을 초래한 원인과 앞으로의 개선 방향을 설명하며, 이러한 개선은 고객님의 소중한 의견 덕분에 가능했다는 감사 인사를 다시 한번 전합니다. 이는 굉장히 중요함에도 많은 분이 간과하는 부분입니다. 강성 고객을 잘 관리하면 충성 고객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꼭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사업을 전개하는 데 있어 강성 고객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은 세상의 무관심입니다. 배태준 법무법인 세종 신산업플랫폼·ICT·TMT 전문 변호사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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