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 스토리’ 인기 아이템 당첨 확률 사실상 ‘0’으로 조작
이런 사실 숨긴채 5500억원 매출 올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넥슨 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넥슨 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기나 다름없다.”(네티즌 A)

“과징금 116억원은 솜방망이 처벌이다.”(네티즌 B)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 운영사 넥슨코리아(넥슨)가 당첨 확률이 사실상 0%인 게임 아이템을 판 것으로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서 이같은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넥슨에게 과징금 116억42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했으며,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허위로 고지한 행위(전자상거래법 위반)에 대한 처분이다. 이로써 넥슨은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 사례 가운데 최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회사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공정위는 넥슨이 게임 유저들을 속여 희망고문에 가까운 ‘확률형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2010년 5월 유료 판매 아이템인 ‘큐브’를 메이플스토리에 도입했는데 이로 인해 논란이 불거졌다.

큐브는 게임 내 캐릭터가 장착하는 장비의 옵션을 재설정 할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일종의 ‘뽑기’다. 사용자는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큐브를 구매한다. 이후 아이템 사용 시점에 아이템의 종류와 성격이 결정된다.

2000원 가량을 내면 원하는 옵션을 뽑을 수 있는 ‘추첨 기회’를 얻게 된다. 슬롯머신 또는 복권과 유사한 구조다.

문제는 넥슨이 인기 옵션이 나오는 비율을 조정한 것이다.

넥슨은 큐브 상품 도입 당시에에는 옵션별 출현 확률을 균등하게 설정했다. 그러나 2010년 9월부터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인기 옵션이 나올 확률이 낮아지도록 구조를 변경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1년 8월 이후에는 선호도가 특히 높은 특정 옵션이 아예 뽑히지 않도록 확률 구조를 재차 변경했다.
“로또 당첨이 더 쉽겠네”...공정위, 아이템 확률 조작 넥슨에 과징금 철퇴
게임 상에서 ‘보보보’, ‘드드드’, ‘방방방’ 등으로 불리는 인기 중복 옵션의 당첨 확률을 아예 ‘0’으로 설정한 것이다.

넥슨은 이같은 옵션 변경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2011년 8월 '큐브의 기능에 변경 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는 내용의 거짓 공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큐브 확률이 변경된 2010년 9월부터 확률이 외부에 공개된 2021년 3월까지 넥슨이 약 5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30%에 달한다.

넥슨이 이같은 행위로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넥2018년 서든어택에서 판매하던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거짓, 기만행위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기도 했다.

김정기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번이 둘째 위반이기 때문에 넥슨에 가중처벌이 내려졌다”며 “3월부터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 정보가 공개되는 만큼, 거짓·과장·기만행위가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