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밀란 남성 패션위크서 2024 가을-겨울 남성 컬렉션 공개

사진=구찌
사진=구찌
새해를 맞아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이 있습니다. 패션위크의 시작으로 활기가 넘쳐나는 '이탈리아 밀라노'입니다. 올해 밀라노 패션위크는 한국 시간으로는 12일부터 시작됐으며, 16일에 막을 내립니다. 한국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앤더슨벨이 밀라노로 향했고요.

밀라노 패션위크는 파리 다음으로 규모가 클 뿐 아니라 4대(파리, 밀라노, 런던, 뉴욕) 패션위크 중 남성 패션에서 독보적일 정도로 영향력이 큽니다. 구찌, 프라다, 베르사체, 돌체앤가바나, 펜디, 살바토레 페레가모,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패션위크를 대표하는 브랜드만 봐도 남성 패션에 미치는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밀라노 패션위크는 1958년 처음 시작됐습니다. 1951년 패션업계 사업가였던 지오반니 바티스타 지오르지니가 피렌체에서 처음 패션쇼를 개최하면서 이탈리아의 패션쇼가 자리 잡게 됐지만 이후 쇼의 거처가 밀라노로 바뀌면서 지금의 밀라노 패션위크가 완성된 겁니다. 이탈리아의 비영리 패션 협회인 '카메라 나치오날리 델라 모나 이탈리아나'에서 주최하고 있으며, 매년 약 70개의 쇼가 열립니다.

밀라노 북부 지역에 있는 공장 '폰데리아 카를로 마끼(Fonderia Carlo, Macchi)'에서 열린 올해 패션위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브랜드는 이탈리아의 대표 명품 '구찌'입니다. 지난해 초 구찌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선임된 사바토 데 사르노의 첫 번째 남성복이 공개됐기 때문이죠. 국내에서는 얼마 전, 글로벌 앰버서더인 가수 박재범과 아이유가 참석하는 것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죠.

사바토 데 사르노의 구찌는 단순하고 정돈된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차분한 색감을 사용해 조용한 럭셔리를 구현했습니다. 그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전임자인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그림자를 지울 수 있을지, 다시 구찌를 흥행시킬 수 있을지 등을 평가받아야 했습니다.
사진=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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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긍정적인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가 구찌의 새로운 실용주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입니다. 영국 가디언은 "깔끔한 수트와 두툼한 니트웨어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맥시멀리즘을 대체했다"라며 "전임자의 화려함은 사라졌고, 깔끔하고 감각적인 의상들이 등장했다. 구찌가 최근 몇년간 누린 수익성을 다시 되찾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사바토 데 사르노는 상업적인 잠재력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패션전문지 BoF는 "구찌의 새로운 디자이너는 전임자보다 더 공감 가능한 남성복 비전을 제시했다"라며 "클래식한 디자인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거대 브랜드인 구찌를 흥행시키기에 과연 충분할까"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구찌는 "우리의 철학과 미학에 대한 사바토 데 사르노의 비전을 공고히 했으며, 이를 남성복의 정제된 테일러링과 GG 모노그램 및 홀스빗 로퍼 등 새롭게 재해석된 하우스의 상징들을 통해 구현해 냈다"고 자평했습니다.

사바토 데 사르노의 구찌가 지난해 9월부터 강조하는 것은 '구찌 앙코라(Ancora, 다시)'입니다. 구찌를 통해 사람들이 다시 패션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는 거죠. 과연 구찌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고요.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