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평균 우울증 점수 5.62···직장 내 괴롭힘 당사자 8.23
고용 불안하고, 연령·임금 낮으면 ‘우울증’ 더 심해져
28일 직장갑질119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4~11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정신 상태를 점검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들의 우울 척도 평균 점수는 5.62점으로 나타났다.
우울 척도 점수는 점수가 높을수록 우울 증세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0~4점은 우울 증상이 거의 없고, 5~9점은 가벼운 우울 증상, 10점 이상부터는 고위험군(중간 정도의 우울증 의심)으로 간주한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던 응답자들의 평균 점수는 8.23점에 달했던 반면, 경험해 보지 않은 응답자들의 평균 점수는 4.64점으로 큰 격차를 보였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 사이에서도 고용이 불안정하고 직장 규모가 작으면 우울 척도 점수가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 중 정규직은 7.73점이었지만 비정규직은 8.90점이었다. 30인 이상 사업장이나 공공기관의 경우 7.16점인데 비해 비정규직이나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9.74점이었다.
연령이 낮을수록, 근속연수가 짧을수록, 임금수준이 낮을수록, 전반적으로 우울 경험 응답률이 높게 나오기도 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혹은 자해할 생각을 했다' 문항에 동의한 비율을 보면 20대는 21.3%, 50대는 15%로 나타났다. 근속기간 1개월 미만의 경우 36.9%가 동의한 데 비해 5년 이상은 11.5%만 동의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월급여 150만원 미만은 27.4%가 죽거나 자해할 생각을 해봤지만 월 급여 500만원 이상은 13.8%만 그렇다고 답했다.
올 1월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상담 사례를 보면 "동료 직원이 저를 폭행했는데 대표가 '알아서 해결하라'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우울증약은 먹고 있는데 특정 인물만 보면 심장이 두근거려서 공황장애약도 먹어야 할지 걱정이다" 등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사연이 많았다.
직장갑질119 측은 "우울 경험이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으로 이어져 고통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하려면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나아가 일터 약자들을 보호하고 불평등을 줄여나가기 위한 제도와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자가보고형 선별검사인 우울증 선별검사(PHQ-9)를 바탕으로 제작된 설문지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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