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프트 효과’에 시청자수·경제효과 증가
中온라인 쇼핑몰, 슈퍼볼 광고로 사용자 수 300% 달성
이날 열린 제58회 슈퍼볼에선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를 상대로 25-22로 역전승했다. 캔자스시티 치프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승하면서 2004~2005년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이후 처음으로 연속 우승 기록을 세웠다.
올해 슈퍼볼은 여러 가지 면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와 우승팀 캔자스시티 치프스 선수 트래비스 켈시의 열애로 젊은 여성층들이 시청자로 유입됐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테무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마어마한 금액을 들여 슈퍼볼 광고에 등장했다. 미국의 강한 소비 흐름에 힘입어 티켓 가격도 사상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 톡톡
올해 슈퍼볼은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자를 TV 앞으로 모았다. CNN에 따르면 1억2340만 명이 이번 슈퍼볼을 시청했다. 이는 지난해 시청자 수 1억1510만 명보다 7% 증가한 수치다.
미국 현지에선 시청자 증가 원인을 스위프트 덕이라고 보고 있다. 스위프트가 지난해 9월 켈시가 뛰는 경기장을 찾은 이후 스위프트의 팬덤인 ‘스위프티’도 미식축구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10~30대 여성 시청률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뉴저지에 있는 시튼홀 대학 여론 조사에 따르면 올해 슈퍼볼을 시청한 미국인의 약 21%가 시청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스위프트를 꼽았다. 한 도박 사이트에선 켈시가 스위프트에게 공개 프러포즈를 할 것이라는 예측을 놓고 베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때 스위프트가 일본 공연 때문에 슈퍼볼 경기장을 찾지 못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하지만 공연을 마친 스위프트는 단 1시간 만에 도쿄 하네다공항으로 향했다. 도쿄와 슈퍼볼이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는 8900km 떨어져 있다. 우승이 확정된 후 필드로 내려온 스위프트는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켈시와 키스로 경기장을 열광시켰다.
스위프트가 전용기를 타고 도쿄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오면서 탄소배출 논란도 일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스위프트는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도쿄 현지 시각으로 11일 밤 공연을 마치자마자 전용기를 타고 약 8900km를 이동해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
스위프트는 16일 호주 멜버른에서 다시 월드투어 공연을 이어가야 한다. 이번 슈퍼볼 경기 관람을 위해 도쿄에서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에서 멜버른까지 추가로 이동한 거리는 약 2만2000km에 달한다. 스위프트가 보유한 전용기인 다소사의 팰컨900 제트기가 이 거리를 이동하는 데 드는 연료는 약 3만3000L로,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약 90톤에 달한다고 WP는 추산했다. 이는 올해 내내 평균적인 미국인 6명이 배출한 탄소를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라고 WP는 전했다.
미국에서는 환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스위프트의 잦은 전용기 이용이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스위프트가 탄소 배출량 측정을 위해 자신의 전용기를 추적해 온 대학생에게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과한 처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스위프트의 등장은 슈퍼볼 경기 관람 티켓 가격에 대한 관심도 증폭시켰다. 켈시는 스위프트와 가족이 함께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구매하기도 했다. 올해 경기의 20인 스위트룸 가격은 티켓, 음식, 주류 비용을 포함해 180만 달러에 달했다. 8인석에 티켓과 편의시설이 포함된 룸은 33만 달러, 4인석은 15만 달러였다.
또한 NFL에서 직접 판매한 티켓의 최저가는 액면가 기준으로 2000달러다. 티켓 판매 사이트에선 최저가 티켓도 6000~6500달러에 팔렸다. 가장 비싼 티켓은 슈퍼볼 개막 시점이 다 됐을 때 3만7000달러에 거래됐다. 라스베이거스가 얻은 경제효과 6억 달러
라스베이거스관광청은 이번 슈퍼볼 경기가 지역 내 6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추산했다. 라스베이거스컨벤션방문객국제협회(LVCVA)에 따르면 슈퍼볼이 열리는 주말(2월 10~11일)에 약 33만 명이 라스베이거스 인근 호텔 객실 15만6000여 개를 가득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라스베이거스 호텔 객실의 1박당 평균 가격은 작년 슈퍼볼이 열린 주말보다 159% 상승한 392달러다.
미국 소비자협회는 올해 슈퍼볼 관련 소비액을 사상 최고치인 173억 달러(약 23조원)로 추산했다. 미국 상공회의소 추산에 따르면 슈퍼볼을 보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팬들은 음식, 음료, 호텔, 슈퍼볼 기념품에만 약 2억1500만 달러를 지출했다.
라스베이거스를 찾지 않아도 미국 전역에서 슈퍼볼과 관련해 스포츠 도박에 참여한 사람은 6800만 명이었다. 미국게임협회(AGA)는 6800만 명의 미국인이 슈퍼볼에 총 230억 달러를 걸었다고 밝혔다.
슈퍼볼은 전 세계 1억 명이 넘는 시청자가 지켜보기 때문에 그만큼 광고 효과도 크고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슈퍼볼 광고에선 테무, 던킨, 버라이즌 등이 30초당 700만 달러의 광고를 집행했다.
특히 테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슈퍼볼 방영 시간에 집중적인 광고를 선보였다. 1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무는 슈퍼볼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여섯 차례 TV 광고를 방영했다. 쿠폰과 경품 등 프로모션으로는 1500만 달러 상당의 경품과 쿠폰 등을 제공했다. 테무 측은 성명을 내고 “이번 광고는 1500만 달러 이상의 쿠폰과 경품을 제공하는 슈퍼볼 캠페인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테무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사용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시장정보 회사 센서타워에 따르면 2022년 9월 미국에서 출시된 테무는 지난 1월 기준 미국 월간활성사용자 수가 5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대비 30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센서타워는 4분기 테무 사용자가 주당 평균 23분을 앱에 사용한 반면 아마존은 18분, 이베이는 22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한국 기업 기아도 슈퍼볼 광고 효과를 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즈닷컴’은 올해 슈퍼볼 광고 이후 자사 사이트의 ‘EV9’ 검색량이 2497% 늘어났으며 ‘기아’ 검색량은 265% 증가했다고 밝혔다.
슈퍼볼의 또 다른 재미는 하프타임 쇼다. 하프타임 쇼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만이 할 수 있다. 비욘세, 브루노 마스, 레이디 가가, 리한나 등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역대 하프타임 쇼에 출연했다. 올해는 팝스타 어셔가 하프타임 쇼에 올랐다.
정상급 가수가 출연하지만 이들이 하프타임 쇼를 통해 받는 출연료는 없다. 그럼에도 하프타임 쇼가 가수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것은 한 번의 출연으로 얻는 또 다른 이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빌보드에 따르면 2017년 레이디 가가의 공연 당일, 그의 디지털 앨범과 곡 판매량은 무려 1000%나 급증했다. 2020년 공동 출연했던 제니퍼 로페즈와 샤키라도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다.
수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리한나의 2023년 하프타임 쇼 공연은 빌보드 기준 1억2100만 명 이상이 시청한 뒤 무려 5개의 에미상을 수상했다.
박신영 한국경제 특파원 nyusos@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