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일산 GTX-A 개통에 ‘강남 접근성’ 설움 풀릴까 기대
내년 운행하는 신안산선, 서울 멀었던 안산·시흥에 ‘단비’

GTX-A 시운전 철도차량이 2023년 9월 21일 SRT수서역에서 동탄역으로 출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GTX-A 시운전 철도차량이 2023년 9월 21일 SRT수서역에서 동탄역으로 출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일제히 철도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특히 격전지인 수도권에 화력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지난 1월 정부가 기존 1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B·C 노선 연장 및 D·E·F 신규 노선까지 발표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또한 GTX 사업 조기 추진과 함께 노선 지하화까지 앞세우고 나섰다.

수도권 시민들에게 출퇴근 시간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다. 고임금 일자리 상당수가 서울 3대 업무지구(CBD·YBD·GBD)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된 만큼 이들 주요 업무지구로 통하는 길목은 하나의 ‘기득권’으로 작용하며 집값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교적 날씨, 교통체증 영향 없이 정해진 시간에 목적지 이동이 가능한 전철노선이 그 핵심이다. 오랫동안 ‘역세권’이란 개념이 통용된 데 이어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노선별 등급까지 따지고 있다. 강남권으로 연결되는 서울도시철도 2호선·9호선·신분당선 등은 1등급, 강북 업무지구와 여의도로 가는 4호선·5호선 등은 2등급이라는 식이다. 이 같은 계급에서 밑을 차지하던 지역은 삶의 질 하락뿐 아니라 소외감도 느껴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25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수도권 평균 출퇴근 시간이 하루 두 시간 반”이라며 “교통만 잘 갖춰도 잠을 더 자거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발맞춰 국토교통부는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 격차 해소’를 교통분야 혁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1기 GTX 노선 중 가장 먼저 착공한 GTX-A가 드디어 3월 개통을 앞두면서 첫 시험대에 서게 됐다. 이성해 철도공단이사장이 2월 19일 취임 직후 GTX-A 수서역 건설현장을 찾을 만큼 이 노선 개통에 쏠린 관심은 크다.

GTX보다 주목도는 낮으나 가까운 시기에 개통을 앞둔 신안산선과 8호선·7호선 연장선, 동북선 정차역 주변 지역 역시 ‘숨은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머나먼 강남, 조금은 가까이
‘강남까지 ○분 컷’ 개통 앞둔 수도권 전철 노선, 수혜지는 어디일까[비즈니스 포커스]
고양 일산과 파주 운정 등 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 북부 지역은 늘 ‘강남 접근성’ 난제에 시달려야 했다. 물리적인 거리가 먼 데다 도착시간을 단축할 급행노선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강북 업무지구는 가까운 편이지만 일자리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강남권역 출퇴근이 어려운 것이 늘 일산과 파주 운정신도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왔다.

서울 도심과 강남을 잇는 3호선이 일산 중심을 지나기는 하나, 그 역시 동네를 이곳저곳 돌아가도록 선형이 만들어져 더 빠른 광역버스 등에 밀려 이용률이 떨어지는 추세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 역시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에 실패하면서 기약이 없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은 경기 남부 화성 동탄, 평택과 함께 대표적인 GTX-A 수혜지로 여겨지고 있다. GTX 정차역은 수도권 광역버스와 마찬가지로 ‘끝과 끝’ 지역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GTX 정차역은 촘촘하게 배치되지 않는 대신 최대 180km/h 속도를 낼 수 있다. 반면 40m 이하 대심도를 달리는 만큼 탑승 및 환승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 이 때문에 GTX-A 역시 개통 이후 출퇴근 시간 단축 효과를 볼 정차·환승 지역은 일부에 국한될 것으로 분석된다. 파주, 일산은 기존에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걸리는 강남까지 이동시간이 약 30분까지 단축되는 먼 지역이다.

다만 GTX-A 노선은 올해 3월 수서~동탄 구간을 시작으로 연말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이 개통될 예정이다. 오피스가 밀집된 삼성역은 영동대로복합환승센터 건설 일정 문제로 2028년이 돼야 정차가 가능하다. 이전까지 GTX-A는 삼성역 무정차 운행을 이어가며 수서역을 통해 강남권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파주 운정신도시나 일산 킨텍스 등 신규 택지지구 일대는 주거환경은 좋으나 교통·일자리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었다”며 “이번 GTX-A 개통으로 인해 이 같은 단점이 해소될 것이 기대되면서 파주에선 미분양이 모두 해소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장기적으로 일자리 및 기업유치 계획이 잡혀 있는 일산 킨텍스와 이미 일자리가 많은 화성 동탄, 용인 등이 서울 업무지구와 시너지를 내며 집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도보 몇 분? 정차역 위치 중요해
8호선, 7호선 등 기존에 강남권을 지나는 서울 지하철 연장선 또한 정차 지역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 지역 역시 그동안 수도권 대중교통에서 소외된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올해 개통되는 8호선 연장선(별내선)은 구리와 남양주(다산·별내)에서 서울 강동(암사역)까지 이어진다. 7호선은 서쪽으로 인천 석남역에서 청라국제도시까지 이어지는 청라 연장선과 북쪽으로 경기 의정부 장암역에서 양주 고읍역으로 이어지는 도봉산옥정 연장선으로 두 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차역 위치에 따라 연장선 개통에 대한 온도차가 있다. 역이 동네 중심에 위치하는지가 관건이다. 실제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와 양주 옥정신도시에선 같은 7호선 연장 개통에 대한 기대감이 다른 모습이다. 청라에선 7호선이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까지 연결된다. 청라국제도시역 인근은 청라 스타필드, 하나금융 캠퍼스 등이 위치하고 공항철도 환승도 가능해 신도시의 신흥 중심지로 부상했다. 이 밖에 2개 신설역이 청라 커널웨이를 따라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호재는 아파트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7호선 정차역과 단지 간 거리에 따라 시세는 1억원까지 차이가 난다. 신설 7호선역 입구가 인접한 2011년 입주한 ‘청라 힐데스하임’ 전용면적 59㎡는 올해 1월 최고 5억1500만원에 실거래됐다. 반면 이보다 역세권과 먼 ‘호반베르디움앤영무예다음’ 전용면적 59㎡는 청라 힐데스하임과 같은 시기 입주한 아파트인데도 4억3000만원에 손바뀜됐다.

반면 고읍지구와 경계인 신도시 남쪽 끝에 정차역(고읍역)이 생기는 양주 옥정지구 분위기는 다르다. 고읍지구와 옥정지구 두 지역에선 각각 지역 중심에 정차역이 생길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결국 비용문제로 양측 경계에 7호선 정차역이 생기도록 설계됐다. 옥정지구 부동산 관계자는 “7호선 연장선 개통이 호재인 것은 많다”면서도 “고읍지구 쪽에 7호선 역이 들어오다 보니 지하철역 인근과 중심상권 인근 단지 가격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8호선 연장선 역시 신도시 끝에 역사(별내역)가 위치한 남양주 별내신도시보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구리 일대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까지 ○분 컷’ 개통 앞둔 수도권 전철 노선, 수혜지는 어디일까[비즈니스 포커스]
경기 남부에선 GTX 노선 외에도 다양한 노선이 주목받고 있다. 이중 경기도 서남부 지역의 서울 업무지구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신안산선이 ‘실속형 노선’으로 평가받는다. 월곶판교선, 동탄인덕원선은 지난 부동산 상승기 당시 호재로 주목받았던 데 비해 개통이 아직 멀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3기 지하철 계획’에 지하철 10호선으로 첫 추진된 신안산선은 20년 가까이 사업이 미뤄지며 ‘신환상선’이라는 오명을 안기도 했다. 결국 2019년 착공되며 내년 4월 여의도에서 안산 한양대에리카캠퍼스역까지 개통이 예정됐다.

신안산선은 광명에서 시흥시청까지 지선이 더해지면서 5호선과 같은 Y자 노선으로 설계됐다. 이 구간은 기존 서해선과 선로를 공유하며 시흥시 동부 지역 일대에 첫 서울직결 지하철이 운행될 예정이다. 올해 1월 시흥시 아파트 매매 거래는 393건으로 전년 동월 299건(취소 계약 건 포함) 대비 31.4% 증가했다.

노선보다 규모는 작지만 동북선 경전철 또한 2026년 개통과 함께 노원구, 강북구, 성북구 등 서울 북부지역에서도 은행사거리 등 기존 철도 노선에서 소외된 곳을 관통한다. <용어해설> CBD·YBD·GBD란?
서울도시기본계획 등에 명시된 3대 도심(업무지구)을 뜻한다. CBD는 ‘Central Business District’의 약자이며 한양 도성에 속한 서울역부터 광화문, 서울시청, 을지로, 종로 일대가 속하는 중구, 종로구 소재 서울 도심권역이다.

‘Yeouido Business District’를 나타내는 YBD는 이름 그대로 한국 정치, 금융 중심인 여의도를 포함한 여의도·영등포 권역이다. GBD는 ‘Gangnam Business District’의 줄임말로 강남대로와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강남, 서초구 일대 권역이 속한다.

2022년 시군구별 근로소득 연말정산 현황(원천징수지)에 따르면 서울에서 연말정산 신고를 한 근로소득자가 가장 많은 자치구는 강남구로 97만6222명이었으며 영등포구(58만502명)와 중구(55만4912명)가 뒤를 이었다. 1인당 평균 급여총계가 높은 자치구 1위는 영등포구(6100만원), 2위와 3위는 각각 중구(6000만원)와 종로구(5700만원)였으며 서초구와 강남구는 5000만원으로 4~5위를 차지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