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항 거래'로 수사·고발 작년 24명에서 올해 56명으로 급증
- 평가원 검증 부실 문제도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교원과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청탁 금지법 위반, 업무 방해, 배임수증재 혐의로 경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11일 밝혔다.
수능·모의고사 문항 문제를 거래한 일당은 교육부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형성됐다. 작년 9월 교육부는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판매한 뒤 그 사실을 숨기고 수능 및 모의고사 출제에 참여한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교육부는 자체적으로 해당 사건을 사교육을 상대로 영리 행위를 한 현직 교원의 자진 신고 등을 토대로 조사했다.
이에 수능과 모의고사 출제에 참여한 뒤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판매한 22명(2명 중복)은 청탁금지법, 비밀유지의무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수사 의뢰 대상이 교육부 발표보다 30명 이상 불어났다.
심지어 현직 교사들도 문항거래에 적극적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문항 거래가 알려졌을 당시 교육부는 유명 강사가 수능·모의평가 출제 경험이 있는 현직 교사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면서 이들에게 문항을 사들여 교재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일부 교사는 문항 제작 조직을 본인 주도로 직접 관리·운영했다.
일례로 수능·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여러 번 참여한 고교 교사 A씨는 출제 합숙 중에 알게 된 교사 8명을 포섭해 문항 공급 조직을 구성했다. A씨는 이렇게 포섭한 교사들과 2019년부터 2023년 5월까지 모의고사 문항 2천여개를 만들어 사교육 업체와 유명 학원강사들에게 공급하고 6억6천만원을 받았다.
다른 고교 교사 B씨는 배우자가 설립한 출판업체를 공동 경영하면서, EBS 교재 집필 과정에서 알게 된 교사와 자신의 소속 학교 교사 등 35명을 섭외해 문항 제작진을 구성했다. B씨는 자신도 직접 문항을 제작하는 한편, 섭외한 교사들에게서 수능 경향을 반영한 문항을 구매한 뒤 사교육업체와 유명 학원강사에게 공급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8억9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증 부실' 문제도 함께 떠오른다. 평가원은 2021학년도,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중복 검증을 위해 E씨 수능 모의고사를 계속 구매했다가 2023학년도에만 합리적인 이유 없이 E씨 모의고사를 구매하지 않아 사설 모의고사에 나온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
수능 이후 해당 문항과 관련한 이의 신청이 다수 접수됐는데도, 평가원은 해당 문항에 대한 이의 심사를 하지 않았다.
평가원 담당자들은 "지문이 같아도 문제 유형이 다르면 시중 기출문제와 동일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등의 반응이다. EBS 교재 감수본과 똑같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전까지 평가원은 판박이 지문 논란에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는 해명만 했다.
이에 감사원은 평가원 측이 기출 문항 판정 기준을 유리하게 해석한다고 봤다. 또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문항을 아예 이의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공모했다고 여겨진다.
윤소희 인턴기자 ys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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