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위험한 비즈니스, ‘19禁’ 온리팬스의 경제학
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SNS가 있다. 약 2억388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매일 신규 사용자 50만 명이 가입하는 생태계. 50만, 한 달이면 1500만 명이 늘어난다.

매일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 SNS에는 310만 명의 콘텐츠 제작자가 산다. 이들 중 상위 제작자 다수는 이 생태계 안에서 한 달 10만 달러 이상을 번다. 한국 돈으로 월 1억3000만원이다.

물론 평균의 함정이 있다. 이 중에서도 ‘찐’들은 한 달에 1800만 달러(237억원), 3600만 달러(474억원), 아니 그 이상을 번다.

쩍소리 나는 수입에 변호사도 할리우드 스타도 본업을 제쳐두고 해당 SNS에 가입하기 바쁘다. 도대체 무슨 플랫폼이냐고? ① ‘결제’ 버튼의 한 수 “팀, 이게 마지막 사업이야.”

2016년 영국의 전직 투자은행가였던 가이는 그의 스물일곱 살 막내아들 팀 스토클리에게 1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1680만원을 건네며 최후통첩을 했다. 성인 공연 웹사이트부터 고객과 상인을 연결하는 웹사이트까지 이미 여러 개의 사업을 말아먹은 아들이었다.

팀의 각오는 남달랐다. 전작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뒤였다. 플랫폼 구축에만 집중한 게 원인이었다. 사용자를 어떻게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일지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훌륭한 플랫폼을 만들면 사람이 모여들겠거니 생각했다. 이번 사업은 달라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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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은 인플루언서로 꽉 찬 레드오션 SNS에서 틈새시장을 찾았다. 인스타그램, 유튜브의 성장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였다. 그는 콘텐츠를 무료로 제작하는 창작자들이 제품 추천이나 광고 등 제3의 방식으로 수입을 얻는 것에 착안했다. 그리고 기존의 SNS와 아주 유사하지만 큰 차이를 뒀다. ‘결제’ 버튼이었다. 창작자의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길이 열린 것이다.

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사용자의 연령을 제한하는 일이었다. 콘텐츠에 과금을 하는 플랫폼이다 보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플랫폼의 콘텐츠 생산자든 이용자든 연령은 18세 이상이어야 했다.

결제의 장벽, 연령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팀은 자신만만했다. 다른 SNS보다 조금 더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콘텐츠가 열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성인물계의 유튜브’ 아니 ‘포르노 제국’을 연 어둠의 SNS ‘온리팬스’의 시작이었다. ② ‘성인’ 욕망을 공략하라 팀의 첫 제안은 웨일스의 한 성인 모델인 대니 하우드에게 이뤄졌다. 하우드는 남성들의 성적 환상을 실현하는 콘텐츠를 올리며 한 달에 3.9파운드(약 6600원)에서 39파운드(약 6만6000원)의 비용을 구독 수수료로 채택했다. 첫 달 수입은 257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하우드는 온리팬스에서 100만 파운드(약 16억원)의 수익을 올린 최초의 인물이 됐다. 그는 “내가 벌어들인 돈의 95%가 불과 18개월 만에 나왔다”고 말했다.

2018년에는 온리팬스의 최대주주가 팀에서 포르노 작가인 레오니드 라드빈스키로 바뀌면서 온리팬스는 아예 성인물 공연자들이 모이는 자연스러운 장소로 자리 잡았다(CEO는 여전히 팀이었다). 특히 세계인을 ‘집콕’에 빠뜨리게 한 2020년의 팬데믹은 이를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한 시발점이었다.

2016년 데뷔한 새내기 스타트업의 성장속도는 유명 게임 SNS인 트위치를 한참이나 넘어섰다. 글로벌 SNS의 성장속도가 비슷하게 움직일 때 온리팬스의 그래프는 나홀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엔 특히나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2021년 등록 회원 수는 1억3000만 명, 창작자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1억 명 돌파 속도는 페이스북보다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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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 중 많은 이들이 자가격리 조치로 돈을 벌 수 없었던 성인물 업계 관계자들로 구성됐다. 하우드는 한 인터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지난 몇 주간 이 사이트에서 돈을 벌려는 여성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무렵 가수 비욘세는 노래 ‘Savage’ 리믹스 버전에서 ‘온리팬스’를 언급하면서 ‘포르노의 중심지’라는 오명을 얻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대중에게 유명해지는 기회를 얻는다. 5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이 플랫폼 제작자에게 분배됐고 최고 수익자는 매년 수백만 달러를 가져갔다. 외신은 창업자인 팀과 온리팬스를 일컬어 “개인화된 포르노 분야에서 급성장하는 긱 경제의 두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논란의 여지는 많았지만 성인물 업계에 혁명을 일으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③ 8대 2 파격 수수료 팬데믹이 끝나고도 온리팬스 열풍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일각에선 ‘팬데믹 버블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온리팬스는 이를 비웃듯이 성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024년 연초 기준으로 온리팬스는 2억3880만 명의 사용자와 310만 명 이상의 창작자를 보유하고 있다. 매일 50만 명이 가입한다는 통계도 있다.

메타(옛 페이스북)가 X(옛 트위터)를 겨냥해 만든 짧은 글의 SNS 스레드의 이용자가 대규모의 홍보 공세에도 불구하고 1억 명에서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온리팬스의 성장세는 놀랍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순위에 2년 연속 선정될 정도다. 2023년 기준으로는 11위다. 다양한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17% 성장해 10억 달러(1조3164억원)가 조금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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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제국’이란 평가를 들었던 온리팬스는 이제 성인물 업계에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지금은 억대 연봉의 미국 변호사를 그만두고 온리팬스 창작자로 나선 이부터 수백억대 수익을 거둬들이는 유명 할리우드 스타까지 온리팬스의 창작자로 변신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래퍼 카디 비와 ‘에미상’을 수상한 배우 드레아 데 마테오 등 유명 연예인들도 온리팬스에 독점 자료나 외설적인 성인 콘텐츠를 공유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으며 팬층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음지의 세계로 유명 창작자들을 불러들인 것은 온리팬스만의 파격적인 수수료 정책에 답이 있었다. 인플루언서의 성지인 구글의 유튜브 수수료 정책은 창작자와 플랫폼 사업자가 각각 5대 5, 6대 4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마저도 우수한 편이다. 한국의 플랫폼은 창작자가 30%를 가져가고, 사업자가 70%를 가져가는 게 평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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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온리팬스는 글로벌의 평균도 무시한다. 각 피드에 대해 징수된 과금의 80%는 콘텐츠 창작자에게 전달된다. 나머지 20%가 플랫폼 사업자 온리팬스의 몫이다(온리팬스 측은 기타 수수료를 제외하면 온리팬스의 수수료는 약 12%라고 말한다).

기업이 떼는 비중을 낮춘 파격적인 수수료 정책은 창작자들을 플랫폼으로 모이게 하는 미끼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창작자 A가 한 달 새 3600만 달러를 벌었다고 자랑하면 또 다른 창작자 B가 그 이상을 인증하기 바빴다. 래퍼 팬시는 2023년 1월 온리팬스의 플랫폼에 합류해 앨범의 독점 콘텐츠를 공개했다. 그녀는 “얼마인지조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너무 많이 벌었다”고 말했다. 온리팬스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변호사를 포기한 20대 미국 여성은 크리에이터로 활동한 뒤 연봉 7만5000달러(약 9800만원)를 2월 한 달 만에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이제 온리팬스란 어장에는 비단 외설적인 성인 콘텐츠만 있지 않다. 19금 딱지를 단 콘텐츠가 ‘돈’이 되는 게 주지의 사실이지만 온리팬스의 영역은 운동선수부터 요리사 등 전문영역의 인플루언서부터 일반인들까지 확장되고 있다(주류는 성인 콘텐츠다).
위험한 비즈니스, ‘19禁’ 온리팬스의 경제학
8년 전 한 청년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플랫폼은 인간의 욕망을 비즈니스로 삼아 성인물 업계는 물론 SNS 시장에 파괴적 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SNS보다 조금 더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콘텐츠’가 주는 것은 달콤한 수익만이 아니다. 성착취 의혹, 청소년 음란물 노출, 안전 문제 등 어두운 면도 많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의 노출 사진을 올려 돈을 번 한 부모는 최근 ‘난 나중에 커서 온리팬스를 통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자녀의 발언에 “내가 괴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후회하는 인터뷰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밖에 약물 중독에 빠지거나 성적 착취를 당하는 일도 잦다. 성인들만 입장이 가능하더라도 청소년들이 접근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1일에는 미국 상원 의회에서 아동 안전 관련 청문회가 열렸는데 당시 주제는 SNS가 미국 전역의 미성년자에게 악영향을 주는 문제였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온리팬스의 CEO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상원의원인 린지 그레이엄은 저커버그에게 “당신 손에는 피가 묻어 있어요. 당신의 상품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SNS에 사회적 책임을 물은 유명한 일화다.

한국에서는 온리팬스가 성행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온리팬스에 음란물을 올리는 일 자체가 불법이다. 성인 영화가 아닌 음란물을 올린 게시자는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받는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에 따르면 한 부부가 영상을 올려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고 약 2억400만원의 수익을 환수당한 사례도 있다. 2022년엔 온리팬스와 관련해 한국 수사기관이 영국에 협조를 요청해 불법 음란물을 제작하고 온리팬스에 이를 유포한 남녀 7명을 검거하고 2명은 구속됐다.

일각에선 성인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현실에 맞게 조정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온리팬스의 현 CEO인 케일리 블레어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온리팬스에서 성인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안전하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온라인이나 직장에서도 (성인물을 다룬다고 해서)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안전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문제는 걷잡을 수 없다. 인간의 욕망을 타고 성장한 비즈니스, 하지만 가장 위험한 비즈니스 온리팬스의 이야기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