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곧 치러진다. 각당의 내부 경선과 수많은 정치적 변수가 총선판을 흔들고 있다. 그래서 공약을 들여다보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내세운 정책을 한번쯤 뜯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차기 국회에서 입법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공약이 지켜진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은 민생안정 및 경기부양, 저출생 해결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의료 및 복지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금융, 투자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중심으로 세제 혜택 공약이 공통적으로 두드러졌다. 반면 고용·노동 분야에서는 큰 차이가 나타났다. 법무법인 율촌이 정리한 공약에 대한 보고서를 참고해 양당의 공약을 살펴봤다.
 2주 남은 4·10 총선, 닮은 듯 다른 양당 핵심 공약
금융·투자 분야에 “혜택 대폭 늘린다” 양당 한목소리

양당은 ISA에서 발생한 금융·투자 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공통으로 내세웠다.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개선하겠다는 공약도 겹쳤다.

국민의힘의 ISA 비과세 혜택 확대 공약은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ISA 세제 지원 강화 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ISA를 이용해 벌어들인 배당·이자 소득에 대한 세금의 비과세 한도를 연 500만원으로 지금보다 2.5배 늘릴 것이라 전했다. 납입 한도도 현행 연간 2000만원(총 1억원)에서 4000만원(총 2억원)으로 상향한다.

민주당은 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놨다. ISA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한도 없이’ 비과세하겠다고 내걸었다. 지난 1월에는 ISA 실효성에 대해 지적하며 “중산층이 세금 신경 쓰지 않고 장기투자할 수 있는 자산형성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당이 입을 모아 내걸고 있는 공약인 만큼 그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궁금증이나 우려도 뒤따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ISA 세제지원 강화에 따른 세수 감소를 2천~3천억원으로 추계한 바 있다.

율촌 박지웅 변호사는 "금융소득 분리과세 형태로 받던 것이 사라지니 당연히 세수 감소는 뒤따를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비과세 혜택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국민의 가계 저축이 줄어들고 있는 현 시점에 주식, 보험 등의 투자를 확대하려는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에 이견이 없으니 양당이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이 발표한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도 앞서 화제가 됐다. 2001년 도입돼 지금까지 유지한 한도를 이번에 2배로 늘리면 예금보험료와 기금 상향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의 경우 가계를 중심으로 금리나 수수료 등을 내세운 공약이 눈에 띈다. 가계대출 이자에 법적 비용 등 불필요한 가산금리 항목 제외,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금리인하 요구권 주기적 고지 의무화 등이다.

수출기업, 수탁 중소기업에 대한 공통적 관심 나타나

중소기업·소상공인·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 방안도 유사하다. 납품대금 연동 대상에 에너지 경비를 포함하겠다는 공약이 공통으로 등장했다. 수탁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 요지다.

현재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납품할 물품을 생산 시 원재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면 이를 반영해 받을 대금을 조정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원재료에 전기료, 가스비 등 에너지 요금을 포함하겠다고 전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지난 2월 22일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원가 대비 에너지 비용이 높은 열처리·주조 등에 초점을 맞춘 중소기업은 영업이익의 43.9%를 전력비로 지출한다”며 “에너지 비용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공약”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수출팩토링 서비스도 양당이 모두 주목하는 분야다. 수출팩토링은 수출채권을 은행이 무소구 조건(Without Recourse)으로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의힘은 중소기업의 해외사업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기관의 수출팩토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고, 민주당은 한국무역보험공사 업무에 ‘중소기업을 위한 수출팩토링’을 추가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의 지방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야당의 공약과 차별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지방 이전(지역 기회발전 특구) 중소기업에 상속세를 면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51회 상공의 날'을 맞아 현재 중소기업에 한정적으로 적용되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 변호사는 이에 대해 "'상속세 면제'가 지방 이전의 핵심 유인으로 작용하려면 인프라, 지방 인력 확충, 산업 클러스터 형성을 앞서 갖춰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택을 제공하고 높은 연봉을 제안해도 대부분이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을 꺼리지 않나"라며 "이들을 설득할 만한 매력을 가진 기회발전 특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하우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에 대해서는 "단순히 '대기업의 상속세를 감면해준다'가 핵심이 되면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세금의 10~20%를 벤처기업조성세 등으로 환원하는 것 등 균형잡힌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상속세 감면이 더욱 실효성 있는 공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이 두드러진 고용·노동 분야

고용 및 노동은 양 정당의 공약이 큰 차이를 보인 분야다. 국민의힘의 고용 및 노동 관련 공약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채용이나 근무 과정에서 보통 ‘을’의 입장에 놓이는 청년들에 집중한 정책 두 가지를 야당에 견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는 허위 채용광고를 사례별로 정리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채용 갑질을 근절하고, 인턴 근무 기간 명기 및 무분별한 기간 연장을 금지해 정규직 채용 ‘희망고문’이 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고용·노동 관련 공약은 다양한 분야를 포괄적으로 담았다. 주 4일제 도입 기업 지원, 포괄임금제 금지 등 ‘근로기준법’ 명문화,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고 처우를 제공하는 제도 법제화, 비정규직·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에 대한 차별 해소, 채용 성차별 처벌 규정 강화, 노동자에 대한 노동안전보건 체계 구축, 하청노동자 보호를 위한 원·하청 통합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이 포함됐다.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