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성장·진화하는 톱 브랜드들의 리뉴얼 전략
‘Visual Diagnosis’의 모든 것

[브랜드 인사이트]
미국의 한 드러그스토어에 진열된 코카콜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한 드러그스토어에 진열된 코카콜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브랜드 디자인은 주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거나 기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정립하는 프로젝트로 나눌 수 있다.

이 두 유형은 브랜드의 전략, 버벌, 디자인 구성 요소 및 애플리케이션 시스템을 통해 브랜드의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리뉴얼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디자인 구성 요소, 즉 고객들이 인식하는 기존의 시각적 자산을 어떻게 분석하고 표현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브랜드 리뉴얼이 단순히 트렌드에 맞게 디자인을 변형하는 것이라면 그다지 어려울 일은 아니지만, 브랜드 리뉴얼은 브랜드를 발전시킨다는 개념 외에도 그 목적이 다양하다.

대표적으로는 기업의 인수합병으로 인한 변화, 비즈니스 모델 확장에 따른 신규 포지셔닝, 시대의 변화에 따른 개선의 필요성, 부정적인 이미지 쇄신, 또는 브랜드 파워 강화 등이 있다. 디자인 구성 요소는 이러한 목적에 따라 각각의 요소들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가 상이하기 때문에 매우 세심히 다뤄야 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변화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를 결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인터브랜드에서는 ‘비주얼 포뮬레이터(Visual Formulator™)’라는 도구를 활용한다.

비주얼 포뮬레이터는 브랜드 로고, 심벌, 컬러, 그래픽 모티프, 타이포그라피, 아이코노그라피, 일러스트레이션 같은 디자인 구성 요소를 네 가지 지표로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명확성, 지도력, 일관성, 확장성으로 구성된 각각의 지표는 4점 만점으로 총 16점을 기준으로 리뉴얼 정도를 평가한다.

① 명확성(Clarity)

먼저 ‘명확성’ 지표를 통해 현재의 디자인 구성 요소들이 해당 브랜드의 비전과 업계의 특성을 명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는 디자인 요소들이 브랜드 이미지와 얼마나 적합한지, 시각적 가시성 또는 명확성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지, 그리고 가독성이 높은 타이포그라피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② 지도력(Leadership)

그다음으로 ‘지도력’ 지표를 활용해 해당 브랜드가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트렌드를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지를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는 디자인 요소들이 얼마나 독특하고 차별화돼 있는지,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의 신뢰감을 전달하는지, 국내외에서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모두 고려한다.

③ 일관성(Consistency)

‘일관성’ 지표에서는 디자인 요소들의 체계성, 통일성, 그리고 애플리케이션의 적용 및 활용에 대한 용이성을 평가해 디자인 요소들이 통합적으로 일관된 룩앤필을 전달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④ 확장성(Extendibility)

마지막으로 ‘확장성’ 지표를 통해 기존의 디자인 요소들이 높은 확장성과 적용성을 갖고 있는지를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는 기존의 요소들이 해당 브랜드의 다른 분야로도 확장이 가능한지, 미디어와 다양한 매체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췄는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용 가능한지를 평가한다.

이러한 지표를 통해 점수가 산출되면 이후 해당 브랜드의 변화의 척도를 결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변화의 척도는 크게 기존의 이미지 및 시각적 가치를 최대한 연계하는 방향성의 진화(Evolution), 그리고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새로운 이미지를 모색하는 혁신(Revolution)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각각의 척도 내에서도 그 정도에 따라 소폭 진화형, 대폭 진화형, 소폭 혁신형, 대폭 혁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16점을 기준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혁신’에 속하는 더 과감한 변화를, 점수가 높을수록 기존의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진화’ 방식으로 최종 리뉴얼 범주를 정한다. 그럼 다른 브랜드들은 어떤 접근으로 리뉴얼을 진행했는지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좌)LOGOS-WORLD, (우)Wikimedia Commons
(좌)LOGOS-WORLD, (우)Wikimedia Commons
① 소폭 진화형(Semi Evolution)

브랜드의 시각적 충성도를 유지하면서 시각적 변화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코카콜라가 있다. 코카콜라의 스크립트체 형식의 로고는 1887년 프랭크 로빈슨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그 이후 몇 차례 리뉴얼됐지만 여전히 스크립트체 워드마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조금씩 변화를 줌으로써 시대에 부응하는 전략으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좌)Tailer Brands, (우)Leaderonomics.com
(좌)Tailer Brands, (우)Leaderonomics.com
② 대폭 진화형(Major Evolution)

디자인을 단순화하면서도 브랜드의 핵심 시각적 요소를 유지하는 브랜드 리뉴얼 방식이다. 이 방식은 소비자 트렌드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용도에 맞춰 진행된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2011년 엠블럼 형태의 로고에서 영문 기업명과 ‘COFFEE’ 문구를 제거해 심벌마크와 워드마크가 분리된 형태로 리뉴얼했다. 이를 통해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과 시장 공략을 더욱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었다.
Brand New, Armin
Brand New, Armin
③ 소폭 혁신형(Semi Revolution)

브랜드 로고와 심벌을 새롭게 디자인하면서도 브랜드를 대표하는 컬러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유벤투스는 이를 통해 스포츠 브랜드에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전환을 이뤄냈다.

2004년에 새로운 로고를 선보이면서 이전의 원형 프레임을 유벤투스의 이니셜 ‘J’로 대체하고, 블랙앤화이트 컬러를 강조해 브랜드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유벤투스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했다.
Brand New, Armin
Brand New, Armin
④ 대폭 혁신형(Major Revolution)

브랜드 로고, 심벌, 컬러 등 디자인 구성 요소가 전면적 리뉴얼이 되는 형식이다. 에어비앤비는 2014년에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했다. ‘어디든 소속되세요’라는 새로운 태그라인과 함께 그들의 가치를 공간에서 사람과의 연결로 재정의했다.

새로운 브랜드 철학을 반영하기 위해 에어비앤비는 ‘Bélo’라는 새로운 심벌을 도입했고, 따뜻한 핑크 컬러를 메인 컬러로 채택해 브랜드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했다.

이처럼 브랜드 리뉴얼은 단순히 디자인의 변화를 넘어서 각 브랜드의 목표와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현재의 시각적 유산을 새롭게 발견하며 재조명하는 과정이다. 이는 브랜드가 유지할 것인지, 진화할 것인지 아니면 혁신적으로 변화할 것인지를 결정함으로써 가능하다.

마치 살아 숨 쉬는 존재와 같이 브랜드도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성장하고 진화한다. 이러한 ‘시각 진단(Visual Diagnosis)’을 통해 브랜드는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
이지연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책임 디자이너. 사진=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이지연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책임 디자이너. 사진=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이지연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책임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