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 34년 만에 최저인데 원화는 더 하락, 비싸진 일본여행

엔화 가치가 1달러당 154엔 대로 떨어져 3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엔화 대비 원화 가치는 더 하락해 일본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악재가 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뉴욕 외환시장에서 현지시간 15일(현지시간) 오전 8시 40분 현재 엔 달러 환율은 달러당 154.27엔∼154.37엔에 거래됐다. 엔화 가치가 1달러당 154엔대로 떨어진 것은 1990년 6월 이래 약 34년 만에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등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 때문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가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면서 시장에서 달러 매수, 엔 매도 움직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엔화 약세가 계속되는 반면 엔화 대비 원화 가치는 더 하락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엔화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6일 10시 20분 현재 100엔당 원화는 905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3월 21일 879원을 찍은 후 지속적인 오름세다.

엔화가 800원 대일 때 일본 여행은 그야말로 호황이었다. 같은 제품이라도 한국 유니클로보다 일본 유니클로 가격이 저렴했고, 한국 물가가 치솟으면서 외식 비용도 일본이 더 쌀 정도라는 평가가 많았다.

엔화 약세에 따라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지수도 힘을 못쓰고 있다. 15일 닛케이지수는 전일보다 0.74% 하락한 39,232에 장을 마감했으며, 장중 한때 1.8%가량 떨어져 39,000선이 뚫리기도 했다.

한편 원 달러 환율 역시 연말까지 강달러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16일 하나은행은 4월 15일 종가 기준 1달러당 원화 가치가 1384원을 기록하며 1차 저항선이었던 1380원을 넘어선 만큼 단기적으로 1400원대 진입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관측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는 과정 속에서 환시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 특히 4월은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 수요로 인해 계절적으로 달러 유출 가능성이 높은 달이기 때문에 상단을 높여 잡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계절적 상승 요인이 해소된 뒤에도 ECB, BOE 등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가 독립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미 연준의 금리 인하는 3분기 경으로 밀리고 금리 인하 횟수가 2회로 제한되면서 달러-원 환율은 연말까지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