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5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국민연금 개혁 설문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공론화위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는 방안(재정안정안)과 소득대체율을 50%로 늘리고 보험료율을 13%로 높이는 방안(소득보장안) 등 두 가지 안을 놓고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최종 설문조사에 참여한 492명의 시민대표단 가운데 56.0%는 소득보장안(소득대체율 50%·보험료율 13%)을 선호했고, 42.6%는 재정안정안(소득대체율 40%·보험료율 12%)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둘의 격차는 13.4%포인트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를 넘었다.
'의무가입 연령 상한'과 관련, 시민대표단의 80.4%는 현재 만 59세인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64세로 높이는 방안을 선호했고, 17.7%는 현행 유지를 원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복수 응답 가능)으로는 출산크레딧 확대(82.6%), 군복무 크레딧 확대(57.8%) 순으로 응답했다. '크레딧' 제도는 출산 및 군 복무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연장해주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아우르는 구조 개혁과 관련해선 현행 기초연금 구조를 유지하자는 응답(52.3%)과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자는 응답(45.7%)이 오차범위 내 격차를 보였다.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 개혁의 경우 '보험료율 인상' 동의율이 69.5%에 달했다. '직역연금 급여 일정 기간 동결' 동의율은 63.3%, 관련 논의 기구 구성 동의율은 68.3%였다.
세대 간 형평성 제고 방안으로는 국민연금 지급 의무 보장(동의 92.1%), 기금수익률 제고(동의 91.6%) 방안이 주로 선택됐다.
퇴직연금의 경우 준공적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46.4%였고, 중도인출 요건 강화 27.1%, 제도 현행 유지는 20.3%로 나타났다.
시민 56%가 선택한 ‘소득보장론’은 연금 지속가능성이 적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금 소진 시점은 6년 늦춰지지만, 향후 70년간 누적 적자는 702조원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시민대표단이 선택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안으로 개혁이 이뤄지면, 현재 10세 이하인 세대는 기금 고갈 뒤인 2078년 월 소득의 43.2%까지 보험료로 내야 한다. 현행 제도 유지 시 35%보다 8%포인트가량 더 높다. 기성세대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월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고 있다.
또 2055년으로 예상되는 연금 고갈 시점을 6년 늦출 뿐, 재정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재정 악화 없이 채택된 소득대체율 50%를 맞추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5%포인트 올려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뒤따르는 미래 세대의 부담은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국고 투입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GPD의 2%는 2023년 기준 45조원, 2050년에는 102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합계출산율 0.7명에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재정 여건을 고려했을 때 지속가능성이 적은 개혁안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공론화위는 오늘(23일) 국회 연금특위에 설문조사를 포함한 활동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연금특위(위원장 주호영)는 조만간 공론화위의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여야 간 연금개혁 합의안 도출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5월 29일 21대 국회 임기 만료 전까지 입법을 마치지 않으면, 22대 국회가 다시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