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감소를 횡재세로 메울수 있을까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유럽 중서부를 가로지르는 라인강변엔 유독 고성(古城)이 많다. 강물이 굽어지는 산 꼭대기에는 어김없이 고색찬란한 성이 자리 잡고 있다. 300개도 넘는다고 한다. 하필 왜 높은 산 꼭대기에 성을 지었을까? 군사적 요충지라서? 아니다. 세금을 걷기 위해서다.

라인강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소금 등 생활물자를 수송하는 주요 통로였다. 라인강을 관리하던 신성로마제국이 13세기 들어 쇠퇴하자 지방 영주들이 ‘영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강변에 성이나 탑을 세우고 이른바 ‘통행세’를 걷었다. 상선 한 척이 라인강을 통과하려면 50번도 넘는 통행세를 내야 했다고 한다. 동네 조폭들이 근거도 없이 걷던 ‘자릿세’와 비슷하다. ‘강도 귀족(robber baron)’이라는 말도 이때 생겼다.

비단 라인강의 통행세만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는 다름 아닌 세금의 역사다. 인류가 농경생활을 시작한 이후 세금은 피할 수 없는 존재였다.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인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세상에서 분명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었다.

역사적으로도 별별 이상한 세금이 많았다. 공중화장실의 소변을 퍼갈 때 내야 하는 오줌세(로마), 집에서 토끼를 기를 때 부담해야 하는 토끼세(일본), 국민 비만을 막기 위한 감자칩세(헝가리), 거리에서 유방을 가리기 위해 내야 했던 유방세(인도), 해적질을 보장받는 대가로 내는 해적세(영국), 신부의 초야권을 영주에게서 뺏기지 않기 위해 내야 했던 초야세(중세 유럽), 포르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포르노세(이탈리아) 등 이름만 들어도 황당한 게 많다.

뭐든지 과하면 넘치고 넘치면 깨지는 법이다. 역사의 변곡점에는 항상 과도한 세금이 있었다. 로마 공화정이 붕괴한 것도, 몽골제국이 무너진 것도, 프랑스혁명과 미국 독립운동의 시발점이 된 것도 과도한 세금이었다. 동학농민혁명도 조병갑이라는 고부군수의 세금착취가 계기가 됐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정립된 게 요즘 세금 체계다. 정부 곳간을 채우면서도 조세저항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우리나라 조세 수입중 비중이 가장 큰 항목은 소득세(34%)다. 이어서 법인세(24%), 부가가치세(22%) 순이다. 최근 비상이 걸린 것은 법인세다. 법인세 납부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작년 대규모 적자(별도 기준)를 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법인세를 내지 않은 건 1972년 이후 52년 만이라고 한다. 두 회사는 2018년엔 전체 법인세의 27%(삼성전자 11조원, SK하이닉스 6조원)를 담당했었다.

간판 기업들이 이러니 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만 27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들이 성과급 등을 줄이니 소득세도 감소하고 있다.

문제는 대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횡재세(초과이윤세) 도입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은행과 정유회사 등이 일정 기준을 초과해 이익을 낼 경우 법인세 외에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자는 거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중과세 논란, 기업활동 위축 가능성 등 허점이 많다. 이런 식이라면 반도체세, 2차전지세, K팝세 등이 줄줄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 특정 업종을 대상으로 한 세금을 신설하는 것보다는 법인세와 소득세 등이 잘 걷히도록 하는 게 훨씬 나아 보인다. 기업들의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서 말이다.

라인강의 통행세가 횡행하자 운송업체들은 라인강 이용을 포기했고 라인강은 물류 기능을 한동안 상실했다.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