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녕사냥이고 집단괴롭힘이었다. 물론 전에도 언론을 통해 자주 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그것도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에서 이뤄지는 마녀사냥은 통제불능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에코체임버 이펙트(echo chamber effect)’라고 부른다. 우리말로는 ‘반향실 효과’다.
방송사에는 에코체임버라는 게 있다. 음향효과를 내는 곳이다.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채 특정 음향을 확대재생산한다. 현실에선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 SNS가 에코체임버 역할을 한다. 자신들이 선호하는 정보만 반향실에 가둬 놓는다. 다른 정보는 얼씬도 못 하게 한다. 그들만의 정보가 확대재생산되면서 확증편향은 강화된다.
처음엔 연예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차츰 정치권에도 유입됐다. 좌우 진영으로 나뉘어 에코만 키울 뿐 다른 쪽 주장엔 귀를 닫았다. 태극기부대와 부정선거 주장이 그랬다. 천안함 오폭 주장과 조국수호론은 더 심했다. 법원이 아니라고 해도, 명백한 증거가 나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실종됐고 진영논리만 자리 잡았다.
우려스러운 것은 에코체임버 이펙트가 경제정책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는 논리이고 흐름이다. 최근 경제 논쟁에서는 논리나 토론이 실종됐다. 그저 ‘우리는 옳고 너네는 틀렸다’뿐이다.
국민연금 논란만 해도 그렇다. 현재의 국민연금 체계는 명백한 폰지사기다.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고 40%(소득대체율)를 연금으로 받는다. 원금이 바닥날 게 뻔한(2055년으로 예상) 폭탄돌리기다. 그런데도 타협은 없다. 여야는 보험료를 13%로 올리자는데 합의해놓고 보험금을 43%로 할지, 45%로 할지 옥신각신하다가 손을 놓아버렸다. 각자의 에코체임버에 갇히다 보니 2%의 간극을 좁힐 수 없었다.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 주장도 마찬가지다. 물론 가계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물가 자극 등 부작용이 많다. 그런데도 야당은 ‘처분적 벌률’을 통해 강행하려 한다. 최근엔 ‘선별 지급’으로 슬쩍 후퇴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의 주장은 도무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의대정원 확대도 비슷하다. 의대정원 확대엔 국민 대부분이 동의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2000명 증원을, 의사들은 증원 철회를 고수한다. 자신들의 방에서 자신들의 주장만 확대재생산하는 형국이다. 그러다보니 국민만 죽어난다.
라인야후 사태도 성격은 다르지만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매각을 종용하는 것은 분명 잘못됐다.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이를 ‘제2의 죽창가’로 확대하는 건 나가도 너무 나갔다.
그동안 필터버블(filter bubble)이 인터넷 시대에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꼽혔다. 인터넷 운영자들이 알고리즘을 내세워 이용자에게 관심 있는 콘텐츠만을 제공하는 게 필터버블이다. 여기에 개인이 선호하는 정보만 선택하는 에코체임버 이펙트까지 어우러지다 보니 사회의 진지화는 더욱 고착되고 있다. 경제 영역에선 그래선 안 되는데도 말이다.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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