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각) CNN은 ‘움츠러드는 삶: 일부 아시아 젊은이들은 왜 세상에서 물러나는가’라는 제목으로 한국과 일본, 홍콩의 은둔 청년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은둔 청년이란 사회와 단절된 상태로 방이나 집 등 제한된 공간에서만 머무는 이들을 뜻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한국의 19~32세 청년 중 2.4%인 24만 4,000명이 은둔 청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은둔 청년의 증가 현상에 있어 “밀레니얼, Z세대에 속한 많은 이들이 완벽주의적 걱정을 하는 성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타인의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지나치게 자기 비판적이며 실패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매우 낙담하고 불안해한다고 설명했다.
윤철경 지엘청소년연구재단 상임이사는 핵가족화 현상이 은둔 청년 문제와 관련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대가족이고 형제자매가 많아 관계 맺는 방법을 많이 배울 수 있었는데, 생활 환경이 변화하면서 예전보다 공동체적 관계 형성 경험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은둔 청년 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CNN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정부 조사 결과 일본 내 ‘히키코모리’로 불리는 은둔 청년은 15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일본에서는 은둔 청년 현상이 생활비 상승과 임금 정체 등 경제 문제를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세키미즈 테페이 메이지가쿠인 대학 사회학과 부교수는 “일본에서는 직장을 잃거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후 히키코모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 비해 연령대가 훨씬 넓어 일부 80대 노부모가 50대 히키코모리 자식들을 부양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가토 다카히로 규슈대 부교수는 “남자아이들에게 나가서 열심히 일하라는 압력 때문에 특히 남성들이 은둔 청년이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35세부터 5년간 은둔 청년으로 살았다는 토요아키 야마카와는 CNN에 "외동아들로서 부모 간병과 재정관리를 도맡게 됐다. 큰 부담을 느꼈고,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까지 더해지면서 침실에 틀어박히게 됐다"고 털어놨다.
홍콩에는 최대 5만 명의 은둔 청년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홍콩대학의 폴 웡 부교수는 이들 대부분은 중학생과 고등학생이지만 10대 초반 청소년에게서도 은둔 청년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부모가 학교 성적에만 관심을 가져 아이들이 공부 외의 것은 하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집에 틀어박히는 것에 화를 내는데 이는 아이들을 더 고립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은둔 청년 현상이 아시아에서 처음 생겨났지만, 최근 미국과 스페인, 프랑스 등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앞으로 은둔 청년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일 대학의 연구원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람들이 격리를 경험하면서 더 많은 은둔자가 생겼을 수 있다"며 인터넷의 부상과 대면 상호 작용의 감소가 히키코모리의 전 세계적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CNN은 ”아시아 전역의 정부와 단체들이 은둔 청년의 사회 재진입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 과제는 많은 국가가 인구 노령화, 노동력 감소, 출산율 저하, 청소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더욱 시급해지고 있는 과제”라고 전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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