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 인기를 조명한 뉴욕타임즈 기사 /사진=뉴욕타임즈
불닭볶음면 인기를 조명한 뉴욕타임즈 기사 /사진=뉴욕타임즈
삼양식품이 2024년 6월에 ‘정정공시’란 것을 했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새로 지을 밀양 공장의 생산 라인을 당초에 5개로 계획했는데 이걸 6개로 하나 더 늘리겠다, 투자액도 기존 대비 11%가량 더해서 1838억원으로 수정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 세계적으로 ‘대박’을 친 라면 회사죠. 공장이 기존에 원주, 익산, 밀양에 있는데요. 올해에만 18억 개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로는 부족해서 밀양에 설비를 더 늘리겠다는 얘깁니다. 밀양은 부산항이 가까워서 수출하기 좋아요. 새 공장이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는 2026년이 되면 삼양식품의 생산량은 연간 최대 25억 개까지 늘게 됩니다.

더 놀라운 건 이 대부분이 해외로 수출된다는 것인데요. 작년에 한국의 라면 수출액이 1조2000억원을 조금 넘겼는데 약 60%에 해당하는 7000억원가량을 삼양식품이 책임졌어요. 불닭볶음면이 나온 지 10년도 넘었는데 이게 해외에서 계속 잘 팔린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번 주제는 반짝 인기인 줄 알았는데 10년 넘게 계속 잘 팔리는 불닭볶음면의 삼양식품입니다.

◆40년 만에 되찾은 라면 1위

불닭볶음면은 틱톡, 유튜브 같은 SNS에 계속 영상이 올라오는데요. 요즘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미국의 한 여자 아이가 생일날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선물받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영상이었어요. 이 영상이 틱톡에서 조회수 1억 회를 넘겼습니다. 삼양식품에도 엄청난 바이럴 마케팅이 됐죠. 그러자 삼양식품은 이 소녀가 사는 미국 텍사스로 직접 찾아가서 무려 1000개의 불닭볶음면을 선물해 또 한번 화제가 됐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선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엄청나요. 삼양식품은 2022년에 본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했죠. 그리고 작년 4월에 월마트, 7월에 코스트코에 들어갔고요. 더 놀라운 것은 까르보 불닭볶음면 같은 일부 제품은 재고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해요. 이게 미국 현지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4월에 기획기사까지 내보냈는데요. 제목이 ‘불닭 까르보 라면을 손에 넣는 행운이 있길 기원합니다’였어요. 이 정도면 단순한 인기를 넘어서 신드롬 수준이 아닌가 싶어요.

실제로 삼양식품 실적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올 1분기에 삼양식품의 미국법인 매출은 750억원이었어요. 작년 1분기엔 232억원이었죠. 세 배 넘게 껑충 뛰었어요. 덕분에 전체 삼양식품 실적이 엄청나게 좋아졌죠. 매출은 3800억원, 영업이익은 800억원을 넘겼습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숫자냐 하면 10년 전인 2014년에 연간 매출이 3000억원대 수준이었거든요. 연간 매출을 단 석 달 만에 달성한 것이고요. 영업이익률은 20%를 넘겼어요. 한마디로 비싸게 많이 팔고 있다는 의미죠.

삼양식품 주가는 당연히 올랐습니다. 엄청 올랐죠. 올해 들어서만 6월 12일 기준으로 주가 상승률은 158%에 달했어요. 20만원 선 하던 게 60만원을 넘겼어요. 최근 1년으로 기간을 더 늘리면 수익률은 411%나 합니다. 요즘 미국 증시에서 가장 ‘핫’한 엔비디아가 같은 기간에 219% 올랐으니까 삼양식품 수익률이 두 배 더 높았습니다.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4조5000억원에 달해서 농심의 시가총액 3조3000억원을 한참 뛰어넘었어요. 농심은 국내 라면 업계의 부동의 1위 기업인 줄 알았는데 이걸 넘었네요. 농심이 못해서가 아니라 삼양식품이 워낙 잘해서 그렇습니다. 농심도 올해 주가가 30% 넘게 올랐어요.

◆SNS 시대, 불닭에 천군만마

따지고 보면 한국의 대표 라면 회사는 농심이 아니라 삼양식품이었죠. 1984년까진 삼양식품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겨서 1등이었습니다. 40년 만에 농심을 이긴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농심에 확 뒤처진 게 그 유명한 ‘우지파동’ 때문이었어요. 1989년이었죠. 공업용 우지, 쇠기름으로 면을 튀겼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공업용 기름을 먹는 데 썼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삼양라면을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은 1997년 대법원에서 삼양식품에 ‘무죄’로 결론이 나서 종결됐지만요. 한번 떨어진 신뢰를 다시 끌어 올리긴 역부족이었죠. 삼양식품이 안 망하고 버틴 게 신기할 정도였죠.

그러다가 2012년에 불닭볶음면이 나와서 반전이 된 것인데요. 사실 그 전에도 불닭 비슷한 게 하나 있긴 했어요. 바로 나가사키 짬뽕입니다. 2011년에 팔도에서 나온 흰 국물의 꼬꼬면이 엄청난 히트를 쳤고요. 삼양식품이 곧바로 대응해서 만든 게 나가사키 짬뽕이었어요. 이게 꽤 잘 팔렸습니다. 당시에도 요즘처럼 공장도 새로 짓고 투자도 엄청 했어요. 그런데 유행이 금세 끝나서 6개월 만에 판매가 확 사그라듭니다.

그래서 이듬해 불닭볶음면이 처음 나왔을 땐 회사 내부에서조차 크게 기대를 안 했다고 해요. 실제로 출시 초반엔 인기가 있지도 않았고요. 실적만 봐도 2012년 3200억원쯤 하던 매출이 2014년까지 비슷하게 유지가 됐고요. 2017년에 4000억원을 넘기면서 비로소 제대로 터지기 시작합니다. 계기는 여럿 있었는데요. 유튜브나 틱톡을 통한 바이럴이 결정적이었다고 봐요. 불닭볶음면이 워낙 맵다 보니 이걸 먹는 걸 찍어서 영상으로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졌어요. 또 레시피를 변형해서 다양하게 먹을 수 있고요. 사진 색감도 잘 나와서 인스타그램 같은 데 올리기도 좋았어요.

여기에 요즘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외식물가가 많이 올라서 집에서 간단히 해먹는 것을 선호하잖아요. 불닭볶음면이 한 끼 식사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건 삼양식품뿐만 아니라 일본 라면 회사들도 비슷한데요. 미국 라면 판매 1위 도요수산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미국에서 41%나 늘었어요. 금액으론 8500만 달러, 1150억원에 달했어요. 영업이익률은 22.5%나 했고요.

◆반짝 인기란 의구심…뭘 더 증명해야 할까
年 18억 개 생산하는데...불닭볶음면 없어서 못 판다고? [안재광의 대기만성]
불닭볶음면은 김정수 부회장이 주도했다고 해요. 이분의 남편이 전인장 전 회장이란 분이고요. 전인장 전 회장의 부친이 삼양식품의 창업주 전중윤 회장입니다. 그러니까 김정수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주의 며느리입니다.

이분이 경영을 하게 된 사연도 있어요. 원래 평범한 가정주부였는데 1998년 IMF 사태 때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해 경영에 투입됐다고 해요. 여기까진 뭐 그럴 수 있는데 더 큰 사건이 있었어요. 남편과 함께 횡령 혐의로 검찰에 기소가 된 겁니다. 2019년에 남편이 3년 실형을 받아서 구속까지 됩니다. 이후에 탈세 혐의까지 더해졌고요. 실형 받으면 풀려나도 5년간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에 경영 복귀가 쉽지 않죠.

언젠가 복귀할 수도 있겠지만 김정수 부회장이 남편 없는 동안 회사를 너무 잘 만들어 놔서 계속 회사를 이끌어 갈 가능성이 큽니다. 지분으로 봐도 김정수 부회장이 더 많아요. 삼양식품 지분을 직접 보유한 것만 4.33%인데요. 남편의 3.13%보다 많고요. 삼양식품의 모기업인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지분도 32%로 1대주주입니다. 전인장 전 회장은 15.9% 정도고요.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끈 것은 벌써 여러 해 전이지만 사람들, 특히 투자자들은 그 인기를 계속 의심했어요. 반짝 유행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과거에 실적이 좋아져도 주가가 잘 안 오른 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이러다 말겠지 한 겁니다. 그런데 실적이 계속 좋아지니까 이제서야 주가에 한꺼번에 반영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금도 ‘피크아웃’, 실적과 주가가 꼭지란 우려가 나오고 있어요. 실제로 ‘꼭지’일까요. 그건 지나봐야 알 것 같지만요. 이미 삼양식품은 10년간 실적으로 보여줬으니까요. 더 증명해야 할 게 있을까 싶습니다.

안재광 한국경제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