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 사진=한국경제신문
효성그룹이 7월 1일부터 지주회사 2개 체제로 재편돼 3세 조현준·조현상 형제가 독립경영에 나선다.

효성은 6월 1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신설 지주회사를 포함한 분할 계획 승인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했다고 밝혔다.

앞서 효성은 지난 2월 이사회에서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효성토요타 등 6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분할 계획을 결의했다.

효성그룹은 이번 승인에 따라 7월 1일자로 기존 지주사인 (주)효성과 신설 지주사 HS효성 등 2개 지주사 체제로 재편된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으로 (주)효성 0.82 대 HS효성 0.18이다.

조현상의 HS효성, 자산 7조·60위권 기업 탄생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준 회장은 기존 지주인 (주)효성과 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화학·효성TNS·효성ITX·FMK 등을 맡는다. 조 회장은 모태사업인 섬유·화학과 중공업 등 뿌리 사업을 이어간다.

삼남인 조현상 부회장은 신설 지주인 HS효성과 효성첨단소재·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효성토요타 등을 이끌게 된다.

조 부회장은 첨단 소재와 데이터솔루션, SCM 솔루션 등 신성장동력 사업을 책임진다. 조 부회장이 독립 경영하고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 부문 등을 포함하면 신설 지주의 매출 규모는 7조원대, 글로벌 거점은 90여 곳에 이른다. 자산총액 7조원대 재계 60위권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애경, MDM과 비슷한 규모다.
그래픽=송영 기자
그래픽=송영 기자
각 지주사 지분 스와프·매각 등 지배구조 정리 남아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오너일가 지배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인적분할을 앞두고 조 명예회장의 보유 지분 상속 절차도 일단락됐다. 조 명예회장이 생전 보유했던 효성그룹 계열사 지분은 (주)효성 10.14%, 효성중공업 10.55%, 효성첨단소재 10.32%, 효성티앤씨 9.09% 등이다.

보유 지분 중 (주)효성은 존속법인을 맡는 조 회장에 전량 배정됐다. 존속법인에 잔류하는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지분은 조 회장이 대부분 받았다. 반면 신설 지주에 편입될 효성첨단소재는 신설 지주를 맡는 조 부회장이 받았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주)효성 지분은 기존 22.59%에서 33.03%로, 효성티앤씨 지분은 14.59%에서 20.32%로, 효성중공업 지분은 5.84%에서 14.89%로, 효성화학 지분은 7.37%에서 12.40%로 증가했다. 조 부회장의 효성첨단소재 지분도 기존 12.21%에서 22.53%로 늘었다.

지분 상속 절차가 사실상 일단락되며 독립 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개 지주회사 출범 이후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상호 보유 지분 정리 과제가 남는다. 재계에선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지분 교환을 통해 지분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친족 간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상호 보유 지분을 3% 미만(상장사 기준)으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2021년 LG에서 인적분할한 LX홀딩스도 5월 인적분할 후 그해 12월에 지분정리를 마쳤다. 효성그룹도 연내 지분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부회장은 지난 4월부터 효성중공업 주식을 잇달아 매도해 지분율을 4.88%에서 0.65%로 낮췄다. 조 부회장이 6.16%의 지분을 들고 있는 효성화학 주식도 향후 처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부회장은 ㈜효성 지분 22.05%도 보유하고 있는데 분할 후 조 회장이 갖게 되는 HS효성 지분 33.05%와 맞교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규영 효성 부회장은 “이번 지주사 분할은 그룹의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고 기술혁신 등으로 장기적인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며 “각 계열사는 전문성 강화와 간소화된 의사결정 체계로 시장의 변화에 빠른 대응이 가능하고 브랜드 이미지가 제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설지주사 HS효성은 모빌리티, 친환경 소재 등 다양한 신사업과 인수합병(M&A) 등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 조현상 효성 부회장. 사진=효성
조현준 효성 회장, 조현상 효성 부회장. 사진=효성
뉴효성 키맨들, 미래 먹거리 발굴 박차

효성그룹 3세들과 함께 ‘뉴효성’을 이끌 인물들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 회장은 퇴직했던 김용섭 전 효성티앤씨 대표(부사장)를 최근 재영입했다.

1962년생인 김 부사장은 스판덱스 전문가로 2018년부터 효성티앤씨를 이끌어오다 2021년 역대 최고 실적을 낸 뒤 2022년 김치형 대표에게 자리를 넘겼다. 이후 베트남법인으로 이동 후 2023년 6월 퇴사했으나 1년여 만에 현직으로 복귀한 것이다. 김 부사장의 복귀는 조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효성티앤씨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효성 기술연구원 티앤씨연구 총괄 자리에 김 부사장을 선임했다. 효성티앤씨 실적이 기존 효성그룹 실적과 직결되기 때문에 조현준 회장이 실적 증대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임 대표를 다시 발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효성티앤씨 사내이사로 경영 전반을 챙기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효성중공업의 새 수장으로 우태희 사장을 영입했다. 1962년생인 우 사장은 행정고시(27회) 출신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원전, 수소 등 에너지정책을 다룬 전직 관료다.

효성중공업이 2000년대 초 수소충전소 사업을 시작한데 이어 액화수소플랜트,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풍력발전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는 만큼 에너지 정책 전문가를 통해 신성장동력 육성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우 사장은 최근 대표이사 직속의 ‘신사업팀’을 신설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우 사장 지휘 아래 효성중공업은 액화수소, 데이터센터 사업 등을 키우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액화수소 생산 능력을 3만9000톤까지 늘리기 위해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조 부회장이 이끌게 되는 핵심계열사인 효성첨단소재도 지난 3월 신사업팀을 미래전략실로 확대 개편하고 2차전지와 바이오 소재,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등 신소재 관련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미래전략실 출범은 조 부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로 경영 전반을 챙기고 있다. 미래전략실의 수장은 효성첨단소재 신사업 전반을 총괄했던 이영준 전무가 맡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1960년생인 조용수 사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조 부회장 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조 사장은 타이어 보강재부터 영업, 기획, 전략 등을 고루 경험한 ‘전략통’이다. 효성첨단소재의 대표제품인 타이어코드 등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국내외 사업 확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부회장과 함께 신설 지주 HS효성의 각자 대표이사에는 안성훈 효성중공업 부사장이 선임됐다. 신설 지주의 이사회는 조 부회장과 안 부사장(대표이사), 신덕수 (주)효성 전무가 사내이사를 맡는다. 2개 지주사 체제 아래 안 부사장과 신 전무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효성은 조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형제경영을 이어왔다. 이번 인적분할 이후에도 지배력 안정화와 시너지를 위해 당분간 형제경영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별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조 부회장의 HS효성 회장 승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