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소비 대신 보복 저축하는 중국 MZ세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에서 보복 소비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젊은 층은 보복 저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에 일자리 부족 문제까지 더해지자, 지출을 줄이고 저축에 몰두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1일(현지 시각) 중국의 젊은이들이 돈을 쓰지 않고 보복 저축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복 저축은 보복 소비의 반대말로, 외부요인에 의해 지출을 억누르고 극단적으로 저축하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다. 이 유행은 중국 SNS에서 시작돼 중국 청년 사이에 급속히 퍼지게 됐다.

실제 중국 인민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 가계의 총 위안화 예금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해 1조 4,554억 위안(약 276조 6,715억 원)에 달했다.

SNS에서는 극단적인 지출 감소 방법을 공유하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리틀 자이자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26세 중국 여성은 한 달 지출을 300위안(약 5만 7,000원) 이하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게재하고 있다. 최근 게시물에서는 어떻게 하루 식사 비용을 10위안(1,900원)으로 줄일 수 있었는지 비결을 설명하기도 했다.

또 여러 명이 모여 저축 목표를 고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다쯔(파트너) 저축'도 인기를 얻고 있다. 매일 예산과 지출을 공유하고, 다쯔 저축 그룹 회원 서로가 충동구매를 막아주는 방식이다. 지출을 최대한 줄일 방법도 공유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신선한 식사를 저렴한 가격에 즐기기 위해 지역 노인 식당을 방문하는 방법 등을 포함한다.

‘다쯔 저축’ 해시태그는 지난해 중국 SNS인 샤오홍슈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데이터 분석 회사 뉴스랭크에 따르면 지금까지 170만 회를 기록했다. 또 웨이보에서는 저축 파트너 관련 주제가 수백만 회 조회됐다.

차이나마켓 리서치그룹의 상무 이산 숀 레인은 CNBC에 “2010년대 청년들이 소득보다 더 많이 쓰고 구찌 가방과 애플 아이폰 같은 고급 품목을 사기 위해 돈을 빌렸던 것과 달리, 최근 젊은 중국인들은 더 많이 저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의 젊은이들, 특히 1997년에서 2012년 사이에 태어난 Z세대가 여행 등을 위해 빚을 내는 현상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시장조사업체 인튜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Z세대의 73%는 저축을 늘리기 위해 지출을 줄이는 대신 은행에서 돈을 빌리더라도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리고 싶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둔화와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로 인해 젊은이들이 극단적인 저축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소비를 줄이고 저축에 집착하는 것이다.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국제 통화기금(IMF)이 2025년 중국 성장률을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5%보다 낮은 4.5%로 예상해 지속적인 둔화가 전망되는 상황이다.

또 16~24세 청년 실업률은 지난 5월 14.2%로 전국 평균인 5%를 크게 상회했다. 리서치 업체 마이COS리서치가 집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대학 졸업생의 월평균 급여는 6,050위안(약 115만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 오르는데 그쳤다.

뉴욕대학교 상하이 캠퍼스의 지아 먀오 조교수는 “사람들이 소비를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기 힘들거나 소득을 늘리는 게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고, 돈을 아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