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사회서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논의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사진=SK온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사진=SK온
SK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인 배터리 사업 계열사 SK온을 구하기 위해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오는 17일 이사회를 각각 열고 양사의 합병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석유화학, 윤활유 등 석유 기반 에너지 사업을 전개하는 에너지 분야 중간 지주회사로, SK그룹 지주사인 SK(주)가 3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 E&S는 수소, 재생에너지, 천연가스(LNG)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비상장사로 SK(주)가 지분 90%를 보유 중이다.

양사 이사회 논의 결과에 따라 SK(주)도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등 후속 절차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이 성사되면 매출 규모가 90조원에 육박하고, 자산 총액이 106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SK E&S의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전경. 사진=SK E&S
SK E&S의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전경. 사진=SK E&S
SK E&S 뛰어난 현금 창출 능력…적자 SK온에 수혈

SK그룹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부진에 빠진 SK온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 같은 합병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로 2021년 출범 이후 올해 1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SK온의 누적 적자는 2조5876억원으로 올해 2분기에도 30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올해 계획한 시설투자 규모만 약 7조5000억원에 달하지만 흑자전환에 실패하면서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SK온은 최근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전체 임원의 연봉을 흑자전환 때까지 동결하기로 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지원하느라 재무부담에 휘청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월 높은 자본적지출(CAPEX)과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를 이유로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로부터 신용등급이 기존 BBB-(부정적)에서 투기등급으로 분류되는 BB+(안정적)까지 강등됐다.

SK E&S의 뛰어난 현금 창출 능력이 이번 합병 추진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SK E&S는 지난해 매출 11조2489억원, 영업이익 1조419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의 실적(매출액 77조2885억원, 영업이익 1조9039억원)과 비교해 매출액은 7배가량 차이가 있지만 영업이익의 격차는 작다.

SK E&S는 SK(주)의 캐시카우로 2019년 7300억원, 2020년 6548억원, 2021년 3858억원 등 지난 3년간 총 1조77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지급했다. 배당성향도 118.8%, 85.1%, 112.1%로 높은 수준이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KKR 지분 처리·합병 비율·주주 반발 등 과제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모두 지주사인 SK(주)가 최대주주인 만큼 이사회에서 양사 합병안이 무난히 의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합병이 성사되기까지 넘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먼저 합병 비율 산정 방식이 관건이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이 1대 2 수준으로 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달리 SK E&S는 비상장사여서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해 합병비율 산정 방식에 따라 손해를 보는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SK E&S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유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을 설득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KKR이 3조1350억원에 달하는 RCPS를 갖고 있는데, 합병 문제로 KKR이 투자금 중도 상환을 요구할 경우 상환 자산으로 도시가스 자회사를 넘겨줘야 할 수도 있다.

KKR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SK E&S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할수록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SK이노베이션 주주를 설득하려면 양사의 합병 비율을 최대한 비슷한 수준으로 조율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합병 비율 산정 시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SK(주) 입장에서는 SK E&S로부터 받던 배당 수입이 감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