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대표, 올해 ‘제펜 엑스포’ 조청 받아 한과 만들기 시범 보여
대추·깨·유자 등 한국 식재료 이용한 서양 디저트로 몇 년 새 주목 받아

이소라 데세르몽드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펜 엑스포'에서 한식 식재료를 이용한 디저트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펜 엑스포
이소라 데세르몽드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펜 엑스포'에서 한식 식재료를 이용한 디저트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펜 엑스포
‘디저트 종주국’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전시회에 한국 음식 재료로 만든 일명 ‘K-디저트’가 소개돼 주목받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11일부터 1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노르 빌랭트(Paris-Nord Villepinte Exhibition Center)에서 열린 ‘제펜 엑스포(Japan Expo)’ 행사에 한국 파티시에가 창업한 ‘데세르몽드(Dessert Monde)’가 초청돼 자사 디저트 제품과 제작과정을 시연했다.

데세르몽드 창업자인 이소라 대표는 유밀과의 한 종류인 모약과를 선보였다. 귀한 식재료였던 밀가루, 꿀, 기름, 계피가루를 사용해 만든 유밀과는 예부터 고급 한과로 인정받았다.

이 대표는 직접 설탕시럽과 즙청시럽, 밀가루 반죽의 제작과정을 시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튀긴 반죽을 넣어 절이는 데 사용되는 즙청시럽에는 조청, 꿀, 생강, 대추 등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외국인들이 디저트에 넣기에는 낯선 재료가 쓰인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이소라 대표는 “시연 행사에 정말 많은 방문객에 찾아와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경청해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시연 끝나고도 질문이 많아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올해 23회째를 맞이한 제펜 엑스포는 프랑스에서 약 26만명이 방문하는 2~3번째 대형 전시회로 꼽힌다. 프랑스인 3명이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부터 패션, 음악, 영화 및 전통을 소개하기 위해 처음 개최했던 제펜 엑스포는 점차 규모가 커지며 아티스트와 유튜버, 제작자, B2B(기업 간 거래) 사업자들까지 참여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관람객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일본문화 외에도 한국, 미국 등 국제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K-팝을 시작으로 K-푸드, K-드라마 등 한국문화가 다양한 분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네이버 웹툰 또한 제펜 엑스포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데세르몽드는 주최 측의 디저트 시연 행사 요청에 응하게 됐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데세르몽드 아틀리에 모습. 사진=데세르몽드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데세르몽드 아틀리에 모습. 사진=데세르몽드
한국조리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롯데호텔 서울과 신라호텔 서울에서 일했던 이소라 대표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프랑스 요리 명문인 ‘르 꼬르동 블루 파리(Le Cordon Bleu Paris)’ 초·중·고급 과정을 거쳐 현지 제과 명장들 밑에서 일했다.

그리고 그는 2019년 말차, 유자, 쑥, 깨 등 한식을 바탕으로 서양 디저트를 제작하는 데세르몽드를 창업했다.

데세르몽드 조리법의 특징은 한식 재료를 활용하되,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식감에 맞추는 것이다. 미세한 질감 차이에도 선호도가 갈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브라우니에 참깨를 갈아 만든 참깨 프랄리네를 올리는 한편, 바삭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헤이즐넛을 올리는 식이다. 이처럼 한식 재료를 쓴 신제품을 낼 때마다 현지인의 피드백도 거친다.

데세르몽드 제품은 차츰 프랑스 현지에서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게 됐고, 그 결과 유수의 국제행사에도 초대되고 있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K-푸드페어 파리’부터 ‘제 22차 세계 한인 차세대 대회’에도 참가했고,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각각 유네스코와 OECD 대한민국 대표부가 주최해 열린 외교단 행사에서 디저트 케이터링을 담당했다.

올해 파리올림픽을 맞아 파리관광청과 현지 장인·공예 상공회의소가 선정한 장인들이 ‘세계를 환영합니다 ( Les artisans accueillent le monde)’ 이니셔티브에도 데세르몽드가 포함됐다.

이소라 대표는 “파리에도 유명 브랜드, 유명 쉐프가 아시아 재료를 사용한 디저트들을 내놓지만 재료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하는 탓인지 먹어보면 ‘조금 아쉽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면서 “‘어릴 때부터 맛본 한국 식재료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자’는 라는 마음으로 데세르몽드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맛’을 통해 장기적으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민간 문화 전도사의 역할을 지속하고 싶고, 역량이 커지면 프랑스 및 유럽 다른 지역, 커뮤니티와도 관계를 맺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K-디저트를 알리는 것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