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7월 30일 국회 정무위 출석
4시간 넘게 '1조원 행방' 물었으나 묵묵부답

[커버스토리: 티메프 사태, 이커머스 포비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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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만 도와달라.” “나도 기업회생 반대했다.” “정산대금을 인수에 쓰긴 썼는데 바로 갚았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 7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한 발언들이다. 1조원 이상의 미정산금 사태를 일으키고도 자금에 대한 행방은 밝히지 않으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특성, 구조적 문제 등에 대해서만 하소연하듯 말했다. 가용 금액 800억원, 근데 그것도 못 써” 구영배는 당장 투입할 수 있는 금액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지금 큐텐그룹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대 한도는 800억원”이라면서도 최대 액수는 그렇지만 이 자금을 전부 다 정산 자금으로 바로 쓸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금액이 중국에 묶여 있다고 했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약 4시간가량 진행된 정무위 질의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1조원의 행방’이었다. 구영배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지금 여러 의원들이 결국 피해자들에 갚아줄 돈이 어디 있는지 묻고 있는데 왜 자꾸 말을 돌리냐”며 피해액은 1조원이라고 나오는데 쓸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금액은 800억원이라는 거냐”고 질책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재섭 의원은 구 대표를 향해 국민들을 현금인출기로 이용한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구영배는 모든 비판, 책임 추궁, 처벌 다 받겠다”면서도 그 부분(판매대금의 행방)에 대해 제가 알기로는 회사의 자본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자산을 묻는 질문에는 집과 통장에 10억~20억원 있다”고 말했다.위시 인수에 정산대금 썼다”심지어 셀러들에게 돌려줘야 할 돈을 미국 기업 위시를 인수하는 데 활용했다고 자백했다.

구영배는 위시 인수자금은 2300억원이었다”며 여기에 필요한 현금 일부를 일시적으로 티몬과 위메프 동원해서 썼다”고 밝혔다. 다만 구영배는 이 금액을 한 달 내로 상환했으며 이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구영배는 ‘사익 추구’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사업이 중단되지 않게 도와달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는 15년간 비즈니스를 키우는 데만 올인했다”며 단 한푼도 사익을 위해 횡령한 게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구 대표가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을 다른 용도로 썼다면 배임·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법무법인 심 소속 심준섭 변호사 역시 상품권 선판매, 정산 대금을 줄 수 없는데도 쇼핑몰을 운영한 행위는 ‘폰지 사기’이며 불법적으로 자금을 유용한 혐의는 배임이나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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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피해액 모르겠다”구영배는 이번 사태로 피해 입으신 고객과 판매자 그리고 파트너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도 구체적인 피해액은 정확하게 추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에서는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규모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은 재평가받을 만한 고정자산도 없는데 뭘로 갚을 거냐”며 자본적 충전 방법도 없다. 자력갱생 구조나 뭔가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다그쳤다.

구영배는 기본적으로 그 회사가 갖고 있는 포텐셜, 비전을 가지고 평가를 받는 것”이라며 티몬과 위메프는 구조조정하고 수익 개선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해 구조를 개편하고 수익 구조를 만들 때까지 믿고 도와달라는 뜻이다.

그는 기회를 준다면 100% 피해 복구할 수 있다”며 6개월만 기회를 준다면 죽기 살기로 매진하겠다”고도 했다.기업회생, 티몬·위메프 대표가”심지어 기업회생도 본인의 결정이 아니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 앞서 티몬과 위메프는 7월 29일 오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서를 제출했다. 구영배가 사재를 털어서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한 대처로 사태 확산을 막겠다고 약속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이다. 법원이 이를 승인하면 재산 보전처분 결정에 따라 변제 의무가 사라지게 된다. 피해자들은 당장 돈을 돌려받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구영배는 사재를 털겠다고 하고 오후에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계열사) 대표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되면 ‘내가 뭐가 되냐’ 이렇게 안 한 게 아니다. 그런데 각사 대표가 요구해서 내가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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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쿠팡도…”심지어 이날 구영배는 과도하게 긴 정산주기가 업계의 관행이라는 발언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만 의원은 티몬과 위메프만 특이하게 정산기간이 길다”며 미국 위시 매입할 때 유용한 것도 문제지만 그걸 100번 양보하고 보더라도 정산이 타 기업보다 늦다”고 물었다.

여기에 구영배는 국내 얘기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원래는 쿠팡도…”라고 대답했다.

판매대금을 유용한 문제 역시 판매대금을 다른 곳으로 유용한 그부분이 근본 원인 맞다”며 사기라고 보지 않는 것은 인터넷 성공 많은 기업들이 그렇게 운영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기꾼으로 보지 말라는 부탁도 했다. 구영배는 의원님들이 저를 사기꾼으로 규정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며 인터넷 비즈니스 업계에 최소 20년을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