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에 회계장부 열람·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
배임 등 5가지 의혹 제기…최윤범 전방위 압박
MBK와 연합전선 구축, 기습 공개매수 공격 이어 법적 공세 돌입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제공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제공
MBK파트너스와 연합전선을 구축한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법적 공세에 돌입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은 13일 고려아연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경영권 안정을 위해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는 한편, 동업정신을 파기한 경영 대리인 최윤범 회장에 대해 제기된 문제점과 의혹들을 면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영풍은 “최윤범 회장은 고려아연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 영풍그룹 공동창업주의 동업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기 시작, 상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하고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해 고려아연 주주들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를 해왔다고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어 “위법행위 사실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함으로써 전체 주주의 이익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상법 제46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주권에 기해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진행한다”고 했다.

최윤범 둘러싼 배임 등 의혹 조사

영풍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등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설립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약 6000억원의 고려아연 자금이 투자되면서,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투자가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본업과는 전혀 무관한 기업에 투자가 집행됐다는 점, 각 펀드마다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상당의 투자 손실을 입혔다는 점, 그리고 해당 운용사의 대표이사는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검증된 적이 없는 지창배인데, 최윤범 회장과 매우 친한 중학교 동창이라는 점 등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의혹도 제기했다. 영풍은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펀드 중 고려아연 자금 약 1000억원이 출자된 하바나1호의 경우, 직접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한 고가매수 및 시세조종에 활용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고 했다.

영풍 측은 "최윤범 회장과 지창배 간의 친분 관계, 하이브의 공개매수 개시 시점(2023년 2월 10일)과 고려아연의 출자 시점(2023년 2월 15일)의 근접성, 고려아연의 출자 다음날인 2023년 2월 16일부터 시작된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행위에 관여된 하바나1호는 고려아연의 지분율이 99.82%로 사실상 고려아연 단독펀드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경영진이 긴급히 출자된 자금이 어디에 활용되는지에 대해 미리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된다"고 했다.

이에 "하바나 1호 사모펀드 투자에 관한 회계장부 및 서류 등의 열람 및 등사를 청구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 관련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미국법인 페달포인트 홀딩스(Pedalpoint Holdings, LLC)를 통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이그니오 홀딩스(Igneo Holdings, LLC)를 2022년 총 58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그러나 당시 가치평가 내용에 대해 특별히 제시한 바가 없다고 했다.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혐의도 지적했다. 고려아연이 지난 4월 1일 종속회사로서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카타만 메탈스(Kataman Metals, LLC)에 이사회 결의 없이 대표이사 승인, 내부품의만 완료한 채 2694억원 상당의 지급보증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영풍 측은 "최윤범 회장의 인척이 운영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씨에스디자인그룹에게 고려아연이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됐다"면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면서 "부당하게 특수관계인이나 다른 회사에 용역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등을 통해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사진=영풍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사진=영풍
MBK·영풍 “공개매수 기간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하면 법 위반" 경고장

한편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이날 공개매수 기간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매입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며 고려아연 측에 경고성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날부터 다음 달 4일까지 MBK파트너스·영풍의 고려아연 보통주 공개매수 기간 영풍의 특별관계자인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자본시장법 140조 별도 매수 금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공개매수자와 그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 공개매수 대상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 외의 방식으로 매수하는 것이 금지된다.

회사가 자사주를 직접 매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에 따라 신탁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사주를 추가 취득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기간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취득한다면 별도 매수 금지의무 위반을 구성할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법 제176조에 따라 주식의 시세를 조종하는 행위에도 해당될 수 있다"며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중 평상시 주가보다 높게 형성된 가격으로 자기주식을 매수한다면 이는 곧 고려아연에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